찔레꽃 잠깐 피었을까

□서문

유후남

환갑
감옥
조국
촛불 시위
하얀 쌀밥
시간
문
옷걸이

정송희

첫 손녀
늦가을 밤 떨어지다
솔방울 가습기
위험 지역
찔레꽃 잠깐 피었을까
자유로운 생각이 먼저 달아난다
솔잎이 떨어진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다

권재호

대조개의 해감
디지털 유목민
안주는 안락사인가
요철凹凸요
발부리
옹이로 새를 만들다
수리부엉이의 이소
가림이

박건호

나만의 반지
연못 속 붕어
꽃잔치
천상의 에코
참나리꽃
가을 은행잎
새벽달
유리창의 사계

정여울

길
능소화 지던 날에
블랙커피
고양이, 포물선을 긋다
작고 소중한
꽃
봄비가 흐른다
첫사랑은

이재하

겨울밤
마터호른
반야봉
봄소식
새해 첫날의 약속
옷걸이
자물통
콩나물

이세중

겸손
겨울나무
불나비
문
사이도 좋다
여왕
좋은 사람
함께 하고 싶다

윤 숙

해 질 무렵
넝쿨장미 피던 날
기다린다는 것은
버림받은 자의 슬픔
달맞이꽃 질 때
눈 내리는 밤
시간 여행
신호등

이경구

길
아재의 포도
시인의 집
매화
산수유
손자가 바닥을 기는 이유
추령저수지
남산에 오르다

이호재

갈잎의 꿈
4월의 플라타너스
낙화생
결연한 이별
꽃을 위한 항변
죽입니다요
태양도 레임덕이 있다
눈길을 걸으며

오정연

링거
빈손
실언
고백
첫눈

서로 다른 모양의 투박한 질그릇을 가진 우리가 모여 시를 수저질한 지 어언 12년이다.
이것저것 바라보며 가진 그 속내를 정갈하게 담은 ‘시마을3050’ 제5집의 바탕에 하얀 모조지 깔고 은수저를 놓아 본다.
철쭉꽃 피고 지는 장미의 계절에 당신을 초대하기 위해….
─ '서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