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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국내창작동화
· ISBN : 9788957982709
· 쪽수 : 159쪽
책 소개
목차
1. 새엄마는 있어도 골치, 없어도 골치
2. 왜 하필 그 아저씨야?
3. 아빠는 내가 고를 거야!
4. 딱 좋아! 90점!
5. 비교체험 극과 극
6. 기타 치고 떡볶이 먹고
7. 연애의 시작
8. 서약서
9. 빨간 자동차의 저주
10. 아줌마 딸
11. 집 나간 개도 돌아오는 시간
12. 내 안에 바다가 있다!
작가의 말
작품 해설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쿵! 돌덩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라 고개를 들어 보니, 미혜가 책상에 이마를 박은 채 쿨쿨 코를 골고 있었다. 얼마나 피곤하면 아픈 것도 모르고 잠을 잘까. 애들은 배꼽이 빠져라 웃어댔지만 나는 차마 웃을 수가 없었다. 미혜가 새엄마에게 구박을 받는 것도, 준구가 저렇게 지저분한 것도 다 어른들 때문이다. 교실이 이렇게 소란스러운데도 꿋꿋하게 책을 읽고 있는 범생이 민우한테는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 나와 미혜, 준구한테만 일어난 거다. 민우는 아마 새엄마니 새아빠니, 이혼이니 재혼이니 하는 말도 모를 거다.
왜 어른들은 평생 한 여자만을, 한 남자만을 사랑하겠다고 뻥을 칠까? 약속이 깨진 뒤에 남는 건 땟물 흐르는 처량한 아이들뿐인데.
(……중략……)
나는 사시사철 통풍 잘 되는 옷만 입어야 하는 미혜가 안쓰러웠다. 만약 우리 엄마가 새아빠를 만들겠다고 하면 결사반대할 거다!
“아이스케키!”
갑자기 내 치마가 팔랑 위로 젖혀졌다. 남자 애들이랑 준구가 와아! 웃으며 도망갔다. 멍청한 준구가 애들이 시키는 대로 내 치마를 들춘 거다. 바지를 몽땅 빠는 바람에 할 수 없이 치마를 입고 왔더니, 결국 이 모양이다. 나쁜 놈들! 가만두지 않겠어! 나는 냅다 뛰어가 맨 꼴찌로 도망치고 있는 준구의 머리를 신발주머니로 후려쳤다. 준구가 머리를 잡고 주저앉아 으앙! 울음을 터뜨렸다. 나는 다시 신발주머니를 프로펠러처럼 빙빙 돌리며 남자 애들을 쫓아갔다. 바보 같은 남자 애들이 낄낄대며 도망치고 있었다.
‘나는 절대로, 맹세코, 바보 같은 남자랑은 결혼 안 할 거다!’
나는 멀어져 가는 아저씨와 엄마를 바라봤다. 모처럼 하이힐을 신은 엄마는 아저씨랑 키가 비슷했다. 엄마는 홀쭉하고 아저씨는 두루뭉술했다. 언니 말처럼 곰과 여우 같았다. 하지만 뭐 어떤가? 곰이랑 여우랑 사귀지 말라는 법도 없는데!
나는 아저씨가 쓴 서약서를 다시 한 번 살펴보았다. 매콤짭짤한 고추장 냄새만 빼고는 완벽했다. 이제 우리 엄만 행복해질 거다. 내가 절대로 배신 안 할 믿음직한 남자를 찾아줬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