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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57983218
· 쪽수 : 240쪽
책 소개
목차
1. 섭식장애의 법칙
2. 설탕으로 만든 집
3. 매미 무덤
4.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
5. 쿵쾅거리는 심장
6. 내 남자친구의 행색
7. 나비문신 님의 과거
8. 스무 살만 돼 봐라
9. 돼지처럼 먹고 소크라테스처럼 음미하기
10. 왜 너만 컴백 홈 해
11.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음식을 보니 어젯밤 화장실에서 벌였을 마녀의 의식이 생각났다. 하마터면 수경이에게 이렇게 말할 뻔했다. 너도 식구들 몰래 음식을 산처럼 쌓아 놓고 먹다가 화장실 가서 모두 게워 내는 엄마를 뒀어 봐. 그것도 일주일에 몇 번씩 말이야. 밤마다 그 소리를 듣고 있으면 음식이 싫어질 수밖에 없어.
그랬다. 나도 엄마처럼 될 것 같았다. 허겁지겁 먹을 것을 입속에 처넣는 내 모습이 눈에 선했다. 상상 속의 내 방은 음식쓰레기와 과자 봉투, 빈 페트병으로 가득했다. 풍선처럼 부푸는 몸과 들창코가 되어 가는 코를 상상하면 아무리 맛있는 음식 앞이라 해도 식욕이 사라졌다. 물론 의도적인 상상이었다. 폭식증에 걸릴 것 같은 두려움을 거식증 상상으로 물리친다고나 할까. 물만 마셔도 살이 찌는 나한테 이보다 더 효과적이고 낭만적인 놀이는 없었다.
“매미는 애벌레로 아주 오랫동안 땅속에 있는다며. 그러다가 땅 위로 나와서 여름 한철 울고는 죽어 버린대.”
아직 매미의 날개는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조앤은 매미의 날개를 조심스레 쓰다듬으며 말했다.
“응, 맞아. 어떤 매미는 17년 동안이나 땅속에서 지낸다고 하더라.”
“그럼 우리랑 나이가 같네? 얘 이래 봬도 우리랑 동갑이구나.”
조앤이 아기 다루듯 매미를 손바닥 위에 가만히 올려놓았다. 그때였다. 매미의 날갯짓이 순간 멈췄다가 다시 한 번 아주 약하게 파르르거렸다. 그리고 아무 움직임이 없었다. 우리는 한참 동안 그 모습을 바라봤다.
“죽었나 봐.”
“응, 그런 것 같아.”
조앤은 자리에서 일어나 벤치 뒤 나무로 걸어갔다. 그리고 나무 둥치 부근의 흙을 조심스레 파내고는 자그마한 구덩이에 매미를 내려놓았다. 나도 주변의 고운 모래를 두 손에 가득 담아 매미의 마른 몸에 뿌려 줬다. 매미 무덤은 금세 봉긋이 올라왔다.
“있잖아.”
조앤이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우리도 저렇게 되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