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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어린이를 위한 고전
· ISBN : 9788957983546
· 쪽수 : 136쪽
책 소개
목차
큰 바위 얼굴
데이비드 스완
히긴보텀 씨 살인 사건
라파치니의 딸
옮긴이의 말
책속에서
우리는 우리의 삶과 운명을 결정짓는 사건들 중에 아주 극소수의 사건들만 인지한다. 셀 수 없는 사건들이 우리의 삶에 닥쳐오지만 현실에서는 아무런 결과를 내지 못하고 지나가거나 우리를 향해 다가오다가 그냥 되돌아간다. 우리가 만약 우리에게 다가오는 이런 사건들을 모두 알아볼 수 있다면 희망과 절망과 환희와 공포들이 한꺼번에 덮쳐 와 우리는 단 한순간도 평온을 유지하며 살 수 없을 것이다. 이 사건들은 우리를 스치고 지나가면서도 혹 아주 가까이까지 다가왔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그 어떤 희미한 빛이나 그림자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진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 사건들이 다가왔었다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다. 이런 사실은 데이비드 스완이라는 한 젊은이의 하루 중 아주 짧은 찰나의 장면 하나만을 들여다보아도 알 수 있다.
(중략)
풀밭은 데이비드의 침대보다 더 폭신했다. 옆의 샘터에서는 자장가와 같은 물소리가 소근거렸고 나뭇가지들은 그의 머리 위에서 꿈결처럼 바스락거렸다. 그렇게 깊은 잠이 비밀스러운 꿈을 숨긴 채 데이비드 스완에게 다가왔다. 이제 우리는 데이비드가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사건들을 보게 될 것이다.
지오바니가 발리오니 교수를 마지막으로 만난 후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 발리오니 교수가 갑작스럽게 그를 찾아왔다. 지오바니는 당혹스러웠다. 그는 그동안 발리오니 교수에 대해 거의 잊고 있었다. 그리고 아마 쭉 그러리라 생각했다. 그는 지금 그 누구보다 열정적인 사랑에 빠져 있었고, 이런 자신을 이해해 주지 못할 사람이라면 그 누구와도 만나고 싶지 않았다. 발리오니 교수는 당연히 그를 이해하지 않을 사람 중에 한 사람이었다.
“최근 오래된 고전 작품들을 읽다가 흥미로운 이야기를 보았네. 어쩌면 자네도 아는 이야기일지 모르겠네. 인도의 왕자가 알렉산더 대왕에게 한 아름다운 여자를 선물로 보냈다는 이야기 말이네. 새벽처럼 사랑스럽고 황혼처럼 화려한 여인이지. 페르시아 장미의 정원보다 더 짙고 달콤한 향기가 그녀의 숨결에서 풍겼다는 특징이 있던 여자네. 혈기 넘치는 정복자 알렉산더 대왕은 단숨에 이 여자와 사랑에 빠졌지. 하지만 한 뛰어난 의사가 우연히 그녀에 대한 끔찍한 비밀을 발견했다지.”
“그게 뭐였습니까?”
지오바니는 발리오니 교수의 눈을 피하며 시선을 아래쪽에 고정한 채 물었다.
“이 여자가 태어날 때부터 독을 영양분으로 하여 자라 왔고 결국 독이 되었다는 사실이네. 그녀는 독으로 이루어졌던 게야. 그녀가 내쉬는 그 향기로운 숨결은 공기를 시들게 했지. 그녀의 사랑은 독이었고 그녀의 포옹은 죽음이었던 게지. 어떤가? 이런 기이한 이야기를 믿을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