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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57983669
· 쪽수 : 200쪽
책 소개
목차
불청객
마마보이와 바리스타
택배 왔습니다
엄마와 닥종이 친구들
하모니카를 불어 줘
록의 여신이 돌아오다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학교 앞 정류장은 아이들로 복작복작했다. 버스 맨 뒷자리에 앉자마자 온몸이 나른해졌다. 차창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았다. 옆구리에서 휴대 전화 진동이 느껴졌다. 얼른 주머니를 뒤적여 전화기를 꺼냈다. ‘윤세라’ 이름이 액정에 떴다. 전화기의 진동이 손바닥에서 팔뚝을 타고 가슴으로 전해졌다. 찌르르 통증이 느껴졌다. 나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부재중 전화 세 통. 모두 세라였다. 나는 단번에 수신 거부 버튼을 눌렀다. 그것도 모자라 연락처를 검색해서 삭제 버튼을 눌렀다. ‘삭제할까요?’ 당연히 ‘네’를 선택했다. 버스는 망설임 없이 달리고 있었다.
“이제 네가 아빠 대신이다. 엄마가 기댈 사람은 너밖에 없다. 그래도 네가 사내 녀석이니 엄마를 지켜 줘야 해. 알겠니?”
천근만근 무거운 짐이 내 양어깨를 짓누르는 것만 같았다. 몸뚱이가 땅으로 푹 꺼지는 느낌이었다. 어떻게 내가 아빠 대신이란 말인가. 나는 겨우 중3이었다. 그게 말이 돼요? 나한텐 엄마가 아빠 대신이라고 따지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엄마는 지쳐 있었다. 손대면 툭 하고 쓰러져 버릴 것처럼. 열여섯, 엄마마저 어떻게 될까 봐 두려운 나이였다.
(중략)
나는 엄마에게 투정을 부릴 수 없었다. 나는 천하무적 해결사니까. 약한 모습을 들키지 않기 위해 나는 엄마와 마주치지 않으려 애썼다. 내가 한낱 고딩에 불과하다는 걸 엄마만 모르는 것 같았다. 엄마는 술에 취해 들어오는 날이 점점 많아졌다. 사내 녀석이라 다정하게 맞장구쳐 주지도 않고 자기표현도 할 줄 모른다고 늘 탄식이었다. 차라리 벽하고 얘기하는 게 낫겠다고도 했다. 그럴 때마다 소화 불량에 걸린 것처럼 속이 거북했다. 나는 아무것도 안 들리는 것처럼 행동했다. 그것도 회피라면 회피였다. 그 즈음에 택배가 나타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