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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과 모범 사이

불량과 모범 사이

문부일 (지은이)
  |  
뜨인돌
2015-09-20
  |  
11,000원

일반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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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과 모범 사이

책 정보

· 제목 : 불량과 모범 사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58075875
· 쪽수 : 160쪽

책 소개

VivaVivo 시리즈 27권. 대산창작기금 수혜작. 흥미진진한 서사, 담담한 문장에 깃든 유머 등 작가의 개성이 드러나는 작품으로, 평범한 아이들의 삶을 초광각 렌즈로 들여다보듯 이야기를 풀어냈다. 아이들의 일상이 디테일하고 생생하게 그려진다.

목차

그녀를 지켜라!
발치
쪽지 두 장
현재진행형
주민 여러분의 선택은?
디데이

저자소개

문부일 (지은이)    정보 더보기
제주에서 태어나 탐라국 신화와 설문대할망 전설 등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 대학에서 정치와 사회를 공부했고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MBC창작동화대상, 대산창작기금을 받았으며 그동안 글쓰기 지도서 『10대를 위한 나의 첫 소설 쓰기 수업』, 『글쓰기 싫어증』, 역사 인문도서 『역사 인터뷰, 그분이 알고 싶다』, 『내게 익숙한 것들의 역사』, 동화 『사투리 회화의 달인』, 청소년소설 『4월, 그 비밀들』, 『우리 동네 도둑들』, 『알바 염탐러』, 『WELCOME, 나의 불량파출소』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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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전학 왔다고 티 내며 겉도는 것보다 학교에 적응하는 것이 이롭다는 것을, 부정한다고 해서 현실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시간은 흘러갈 테고 삶은 계속된다는 것을 몇 달 사이에 깨달은 나였다. 아무도 없는 빈집에, 굳게 닫힌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들이 빨간 차압 딱지를 붙여 놓은 그날, 이 세상이 무너져 흔적 없이 사라지기를 간절히 바랐다. 하지만 세상은 여전히 멀쩡했고 나도 아직까지 버티고 있었다. 내가 먼저 녀석의 손을 잡았다. 씩씩거리던 녀석이 눈에 힘을 풀었다.-「현재진행형」


허춘심 여사는 보일러를 거의 틀지 않아 집에서도 양말을 신어야 한다. 난방이 너무 잘 돼 반팔을 입고, 건조해서 가습기까지 튼 서울 집이 그리웠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겨울이라 농사일이 없다는 것이다. 칼바람을 맞으며 무거운 비료 포대를 나르고, 잡초를 뽑았다면 이번 봄방학은 힐링 타임이 아니라 킬링 타임이 될 뻔했다. 나는 ‘공부가 가장 쉬워요!’를 무한 반복하며 야반도주했을 것이다.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며 부엌에 갔다. 할머니가 아침 밥상을 차리고 있었다. 허춘심 여사가 이장 자격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할머니의 연세는 육십육 세. 마른 체형이라 화장과 패션에 신경을 쓰고, 보톡스 주사를 맞으면 할머니와 아줌마의 중간인 ‘할줌마’쯤으로 보일 것이고, 농사일을 많이 한 덕분에 아직까지 건강했다. 문제는 초등학교만 나왔고, 책과 신문을 보지 않아 세상 돌아가는 형편을 모른다는 점이다.
어려운 서류를 들여다보며 이장 일을 해낼 수 있을까?-「주민 여러분의 선택은?」


“고맙다.” 아빠가 힘겹게 말했다.
점심시간이 지났다. 간병인과 보호자들은 병실이 답답하다며 밖으로 나갔다. 아빠는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다. 화상을 입은 아빠의 다리가 떠올라 환자복을 허벅지까지 올렸다. 거즈에 누런 진액이 묻어 있었다. 거즈를 살며시 떼어 내자 아빠가 얼굴을 찡그렸다. 손에 힘을 주고 거즈를 완전히 떼어 냈다. 붉게 부풀어 오른 자리에는 투명한 살이 올라왔다.
공모전에 작품을 발송한 영수증을 아빠 머리맡에 두었다. 이십 일이 지나면 수상자를 발표한다. 아빠는 그날까지 생명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이다. 만약 수상작으로 선정되어 책이 출간된다면 내년 봄까지도 아빠는 꿋꿋하게 버틸 수 있다. 그러려면 몸에 좋은 음식으로 힘을 키워야 한다.
모아 놓은 용돈 20만 원으로 산 보이차를 서랍에서 꺼냈다. 몸에 뜨거운 기운을 불어넣어 주는 보이차가 암 환자에게 좋다고 한다. 벌써부터 보이차의 깊은 흙냄새가 풍기는 것 같았다.-「디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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