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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58076056
· 쪽수 : 256쪽
책 소개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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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엄마 때문에 의사가 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엄마는 늘 말하곤 했다. 내가 우리 집안 최초로 의사가 될 거라고. 나는 아무 말도 못했다. 엄마가 행복하길 바랐으니까. 하지만 1년 365일 24시간 내내 기침약과 토사물 냄새를 풍기며 살 수 있을까?
어쩌면 나는 아픈 사람들에게 재미있는 만화를 그려 주는 어릿광대 의사가 될지도 모르겠다.
“다음 호에는 무슨 이야기가 나와?”
특목고 시험 때문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고 말해야 했지만 그러기엔 내가 너무 흥분한 상태였다.
“아, 다음 호에는 토리가 등장할 거야.”
“토리가 엄청 좋아하겠는데.”
엘레나가 나를 향해 찡긋 윙크를 했다.
교실로 돌아가자 조슈아가 내 등을 툭 치며 말을 걸었다.
“만화 죽이던데.”
“고마워.”
“그동안 범생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너 좀 대단한걸.”
그게 바로 나다. 낮에는 슈퍼 아티스트, 밤이 되면 슈퍼 찌질이. 가끔은 해가 저물지 않았으면 좋겠다.
“특목고에 가면 공부를 훨씬 더 열심히 해야 돼. 거기서는 지금처럼 좋은 성적을 받기가 힘들단 말이야.”
“그럼 왜 굳이 특목고에 가야 하는 건데? 거기 가서 찌질이 중에 최고 찌질이가 되란 말이야? 다른 애들을 전부 제치고?”
“좋은 성적을 받아야 대학에 갈 수 있으니까. 그리고 넌 왕 씨 집안 최초로 대학에 가게 될 거니까.”
엄마는 아득한 눈빛으로 내 두 손을 잡았다.
“너한테 이런 기회를 주려고 엄마는 정말 열심히 일했어.”
그렇지만 내 손은 숙제나 피아노 말고도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나는 말이야…….”
마지막 문장을 끄집어내려고 안간힘을 써 보았다. 더 이상 스케치북을 숨기고 싶지 않았다. 진짜 내 모습을 엄마한테 보여 줘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