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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58076452
· 쪽수 : 220쪽
책 소개
목차
프리랜서 별이는 시간을 낚으며 자유롭고 여유 있게
지하철 독서 게임 / 자유인의 자유 수영
문방구 쇼퍼홀릭 / 타박타박 동네 지도 / 도심 속 사찰 나들이
네버 엔딩 미술관 놀이 / 두근두근 대학 캠퍼스 / 가슴이 뻥, 그네 타기
여행보다 공항 놀이 / 함께 행복해지는 놀이
혼술보다 혼낮술 / 새벽 꽃 시장의 매력 / 빠져 보자, 만화방
짜릿짜릿 손맛, 실내 낚시터 / 높이 올라가서 작아지기
맘튜던트 린이는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야무지게
필사의 즐거움 / 소분의 재발견 / 냉장고 파먹기
밤 까기의 미학 / 내 총알을 피하지 마 / 본격 남의 집 구경
SNS는 인생의 놀이터 / 구글 지도의 무한한 세상
간판을 간파하기 / 나에게 쓰는 협박 편지 / 도청 놀이
키덜트의 비싼 취미 / 오늘은 창업가 / 나 혼자 심리검사
직장인 민영이는 회사 밖에서 새롭고 알차게
밑줄 긋는 여자 / 하얗게 불태우자, 심야 서점 / 생각 멈춤
퇴근 후 학생 / 내 첫 책은 내가 낸다 / 셀프 뷰티 살롱
오늘은 파리지앵처럼 / 음악 읽는 시간 / 숲속 화백 놀이
혼밥 신입생 / 집에서 나 혼자 영화관 / 나랑 하는 소풍
에필로그
리뷰
책속에서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참을 수 없이 화가 나거나, 머릿속이 밤고구마처럼 뻑뻑해서 돌아가지 않을 때, 또는 누군가와 함께 밥을 먹는 것조차 고단할 때면 사무실에서 걸어 5분 거리에 있는 서울시립미술관을 찾았다. <영원한 나르시시스트, 천경자>라는 무료 상설 전시를 보기 위해서였다.
놀이공원 롤러코스터 앞보다 몇 배는 됨직한 줄이 항상 늘어서 있는 1층을 지나, 기념품 가게 옆 작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놀랍도록 한적한 전시관이 나온다. 그곳이 바로 천경자의 상설 전시관이다. 평일 오전이나 점심시간 즈음에 가면 10번에 9번은 나 혼자이고, 아주 가끔 나 같은 사람이 불쑥 나타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그 사람도 나도 흠칫 놀란다. ‘뭐야, 나 같은 사람이 또 있네?’ 하며 말이다. 그러고는 이내 동지애(?) 가득한 짧은 눈빛 교환을 한 뒤 각자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
_네버 엔딩 미술관 놀이
나는 공항에 가는 게 좋다. 김포공항도 좋지만 공항은 역시 인천공항이다. 가는 방법은 지하철보다는 공항 리무진이 좋다. 물론 일반 버스 요금보다 훨씬 비싸지만, 공항에 가는 그 자체가 작은 여행이 되기 때문에 그 정도 비용은 감수할 만하다. 나를 태운 버스가 서쪽으로 달리다가 이윽고 서해에 가까워지고 창밖으로 바다가 보이면 어김없이 작은 흥분이 나를 감싼다.
흥분의 바다를 지나 공항에 도착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자리를 잡는 것’이다. 사람들이 끊임없이 들고나는 복잡한 카페보다는 커피를 들고 비행기의 이착륙이 보이는 커다란 창 옆 벤치에 앉는 것을 좋아한다. 그곳이야말로 사람과 비행기 구경을 한 방에 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니까. 예전에 비행기를 처음 탄 친구가 이륙할 때 내 옆자리에서 “어우야 XX, 라이트 형제 이 미친 XX들 진짜 대애박~ 대단한 XX들~ 끼효올~” 하고 소리를 질렀던 게 생각난다. 표현이 좀 과격하지만 뭐, 그 친구의 말에 동의한다. ‘라이트 형제 너님들 짱. 어떻게 이런 걸 만들어서 나를 이토록 행복하게 하심?’ 비행기가 하늘을 나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비행기 구경이 조금 질린다 싶으면 고개를 돌려 공항에 가득 찬 사람들을 구경한다. 외국에 드나드는 것이 지루한 일상인 듯 보이는 간편한 차림의 중년 남자, 정말 한국에서는 김치 냄새가 날까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입국장에 들어서는 외국 관광객, 분명 안이 텅 비어 있을 것 같은 (그리고 한국에 돌아올 때는 아마도 꽉 찰) 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지나가는 핑크 색 하이힐의 여자, 대체 왜 공항에서부터 일란성 쌍둥이 룩을 뽐내는지 알 수 없는 아드레날린 과다분비 신혼부부, 유학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듯한 교포 느낌의 학생들까지. 속으로 별 생각을 다 하면서 사람 구경을 하다 보면 괜히 내 사람들이 떠오른다. 그러면 공항 서점에서 엽서를 사서 생각나는 사람들에게 편지를 쓴다. 그리고 공항에 있는 우체국에 가서 부치는 거다. 공항 소인이 찍힌 엽서를 받은 지인이 오글거린다며 욕할 수도 있지만 괜찮다. 좋으면서 괜히들 그러는 거 다 아니까.
_여행보다 공항 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