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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58077046
· 쪽수 : 352쪽
책 소개
목차
01 이라크로 들어간 최초의 민간인 … 8
02 폐허가 된 동물원 … 39
03 알 라시드 호텔에서의 첫날 … 59
04 동물원 재건 프로젝트의 시작 … 70
05 약탈꾼들 … 97
06 우다이의 사자와 ‘사랑둥지’의 동물들 … 116
07 당신, 미국 사람? … 147
08 동물 우리 청소하기 … 163
09 지구 최악의 동물원 … 196
10 ‘라스트맨 스탠딩’과 ‘아픈 궁둥이’ 구출작전 … 222
11 사담의 말들을 구하다 … 245
12 잇따른 구호의 손길과 후샴에게 닥친 재난 … 267
13 사자 이송을 둘러싼 갈등 … 290
14 떠난 사람, 남은 동물들 … 311
15 다시금 내디딘 첫발을 위하여 … 319
16 아직 끝나지 않은 투쟁 … 329
* 감사의 글 … 346
* ‘어스 오거나이제이션(The Earth Organization)’이 유엔 사무총장에게 보내는 공식 서한 … 348
리뷰
책속에서
“정말 바그다드로 들어가려는 게 맞습니까? 혹시, 지금 거긴 전쟁 중이란 걸 모르는 건 아니죠?”
나는 안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우린 거기 있는 동물들을 구하러 가는 길입니다.”
(…) 보초병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나를 빤히 쳐다보다가 다시 입국허가증을 보며 말했다.
“바그다드에 동물이 있다고요?”
“그저 살아 있기만 바랄 뿐입니다. 한때 중동에서 가장 멋진 동물원으로 꼽히던 곳이 거기 있으니까요.”
“맙소사, 지금 제정신입니까? 인간끼리도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데 이 상황에 동물 타령이라니요! 진짜 전쟁 중이란 말입니다. 내 목숨 하나 챙기기도 바쁜 판국이라고요!”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후 폐허가 된 카불 동물원의 끔찍한 모습은 여전히 뇌리에 남아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카불이 탈레반의 손에서 벗어났을 때 미군은 더러운 우리 안에 혼자 남아 있던 사자 마르잔을 발견했다. 갈증과 허기로 지친 마르잔의 목과 턱에는 산탄의 파편들이 박혀 있었고 수류탄 공격으로 반쯤 실명한 상태였으며, 온몸에 이와 옴이 들끓고 있었다. 구조하기에는 너무 늦은 상태였다. (…) 웅장하고 아름다운 아프리카의 새벽에 새끼를 데려와 자랑스럽게 보여주는 코끼리들을 바라보며, 나는 방관자로 남아 있을 수는 없다고 결심했다. 설사 실패를 할지라도 일단 나서서 무언가를 해야 했다. 동물들을 구하지 못하더라도 나는 내가 하는 일이 인간의 양심에 깊은 인상을 줄 것이라 믿었다.
내게 맨 처음 가까이 온 것은 눈먼 불곰 새디아였다. 녀석은 두려움에 떨며 태아 같은 모습으로 웅크리고 있다가 몸을 펴고 철창 가까이로 다가왔다. 눈은 우유처럼 뿌옜지만 나는 새디아가 자기 앞에 있는 사람의 모습을 마음 속에 그릴 수 있다고 느꼈다.
“곧 다 괜찮아질 거야.”
나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젠 우리가 널 지켜줄게. 너를 위해 먹이를 가져왔단다. 마실 물도 있어. 날씨가 많이 더워지면 시원하게 샤워도 하게 해줄게. 다시는 폭탄이 떨어지는 일이 없도록 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