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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58243212
· 쪽수 : 219쪽
책 소개
목차
권남희(초대수필) - 뚜껑
김종란 - 문 앞의 여자 외 3편
임금희 - 불안 들락거리다 외 3편
송복련 - 길을 잃다 외 3편
김단혜 - 나의 사소한 리추얼 외 3편
배상운 - ‘여如’를 생각함 외 3편
유동종 - 비 오는 날의 수채화 외 3편
임혜정 - 열다섯 살, 중2가 되는 딸에게 외 3편
정찬경 - 그가 내게 남긴 것 외 3편
김화순 - 송이 향을 탐하다 외 3편
김순란 - 떠도는 새벽, 소리에 머물다 외 3편
조은해 - 문을 열어다오 외 3편
이대형 - 일탈의 뒤끝 외 3편
저자소개
책속에서
자꾸만 문 쪽으로 눈이 간다. 내 머리를 돌리는 그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머리를 숙인 채 나는 계속 곁눈질을 한다. 잊을 만하면 다시 돌아오는 이 두려움과 분노는 뭔가. 문이 열리면 소리를 질러대야지, 어머니를 밀쳐내야지, 나는 입술을 깨물며 어깨를 옹송그린다. 그의 엄지와 네 손가락 사이에선 찰박찰박, 내 기분을 아랑곳 않는 바리캉이 춤추듯 내 머리를 훑는다. (김종란 ‘문 앞의 여자’)
달의 기운이 느껴지는 친구가 있다. 창백한 달과도 같은 그를 좋아한다. 걷는 모습이 조용해서 흐르는 듯 다가온다. 첫인상이 고혹적이었다. 날씬한 체구에 윤기 있는 까만 머리, 하늘거리는 원피스를 입은 모습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품고 있었다. 물속의 달처럼 차가운 모습에 선이 고운 작은 눈과 어렴풋한 그림자는 푸르스름하니 물기를 머금은 밤의 색을 닮았다. (임금희 ‘바다를 품은 달빛 아래서’)
옥수수는 쫀득쫀득하니 맛났다. … 어째 하늘이 수상하다. 먹구름이 몰려오는지 사방이 어두워지는가 싶더니 ‘툭툭 투다닥’ 여기저기서 소리가 났다. 빗방울이다. “비꽃 핀다.” 언니는 반가운 손님을 맞듯이 마당 한가운데로 나섰다. 빗방울이 떨어진 자리마다 동그랗게 번지는 먼지는 마당 가득 ‘비꽃’을 피우고 있었다. (송복련 ‘비꽃 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