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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58287988
· 쪽수 : 272쪽
책 소개
목차
1부
2부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불을 끌 생각도 않고 그러고 있었다고? 참 나, 이해가 안 가네. 내가 어렸을 땐 봄가을이면 이름표 옆에 불조심 리본을 하나씩 달고 다녔어. ‘불, 불, 불조심’이라고 쓰인 것도 있었고, ‘꺼진 불도 다시 보자!’도 있었지. 하얀 바탕에 빨간 글씨. 교문 앞에서 그 리본을 안 단 아이들은 잡혀서 벌을 받기도 했어. 그럴 만큼 불조심을 강조하던 시대였어. 그러고 보니 작은 성냥불이 산불로 번지는 영화를 본 기억도 나. 지금 생각해 보면 영화를 찍으려고 일부러 산불을 내지는 않았을 테니 그야말로 카메라 조작이었을 텐데, 그때는 영화가 어찌나 무섭던지 정전됐을 때 촛불만 켜도 벌벌 떨었어. 그런데 너희는 도대체 어떻게 된 거니? 119 대원들을 너무 믿는 거니, 아니면 대범한 애들만 모인 거야?”
“학교 선생님들에게 들었더니 소정이가 오기 전까지 율미가 학년 톱이었다고 하셨어. 게다가 율미는 승부욕도 있는 아이라더군. 그런 아이가 갑자기 나타난 소정이에게 톱 자리를 내준 거야. 맞지? 이번 시화전 때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비슷한 시를 썼어. 그렇지만 소정이가 자신이 먼저 시를 썼다고 항의했고 결국 소정이의 시가 뽑혔어. 율미 입장에선 자기가 쓴 시를 못 내게 됐는데 억울하지 않았을까?”
엄 형사의 질문이 곤혹스러워 기준은 머리를 긁적였다. 소정 때문은 아니라고 했지만 율미의 속내까지 알 수는 없었다. 다만 그날 율미의 얼굴은 어두웠다. 연수도 힐끔거리며 율미를 살폈고, 도엽이도 농담을 뱉으면서 율미를 의식하는 눈치였다.
“폭죽이 들어왔을 때 도엽이는 무슨 생각을 했니? 이상하지 않았어?”
이상한 일이 한두 가진가? 어디선가 폭죽이 날아왔고, 그 시시한 폭죽 때문에 불이 났고, 또 그 때문에 경하가 죽었다. 이상한 일투성인데 그중에 또 뭐가 이상하다고 묻는 거지?
“그날 운동장에서는 사회인 야구 시합이 열렸어요. 구교사 신교사 합해서 오십여 명의 학생들이 축제 준비 때문에 학교에 나왔고요. 그중에 사이코패스가 있으면 어떡하죠? 그중에 연쇄 살인범이 있으면 어떡하죠? 내 눈엔 다 이상하고 모두 범인 같아요. 그런데요, 범인 잡는 건 형사님이 해야 할 일이잖아요. 나한테 꼬치꼬치 물을 게 아니라 당장 범인 잡으라고요.”
덩치에 맞지 않게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도엽은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엄 형사는 뒤쫓아 나오지 않았다. 그것이 도엽과 엄 형사의 마지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