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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미술 > 미술 이야기
· ISBN : 9788958289968
· 쪽수 : 240쪽
책 소개
목차
들어가며 - 우리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 걸까? 9
1장 / 당신은 어디에 서 있는가
나는 여기에 있어, 당신은 어디에 서 있는가 16
유언으로서의 자화상 19
참담한 시대의 결의 21
주인공은 누구인가 23
동병상련 25
대의명분 없는 나체 30
잊을 수 없는 눈동자 33
2장 / 생생함에 관하여
엄니를 드러내는 자연 40
세상의 기원 43
본 것만을 그리다 45
부르주아들의 점심 식사 49
창부가 누워 있을 뿐 53
스트립의 행방 55
3장 / 에로스의 유혹
악녀도 순진무구함도 62
세기말적 엑스터시 64
노출된 영혼 71
벌거숭이 시대의 추억 75
남쪽 섬의 이브 78
상실감 82
4장 / 순백에의 동경
하얀 꽃, 하얀 옷, 하얀 그릇 88
한눈파는 것을 허락하는 너그러움 90
결국 모든 것은 백白으로 94
광대무변의 뇌락 98
공허가 아닌 100
5장 / 불가해에 관하여
추상화를 향한 고집 106
녹아내리는 자아 108
피어오르는 기억 112
불가해한 세계를 그리다 116
스스로의 이야기를 만들 수 없다 119
추상과 종교 121
감동이라는 마지막 카드 123
6장 / 죽음과 재생
죽음의 잔해 126
메멘토 모리 128
원전 사고의 ‘묵시록’ 132
그럼에도 인생은 이어진다 136
7장 / 살아 있는 모든 것들
인간 이외의 생물들 144
나는 ‘닭’이로소이다 146
나는 ‘벌레’로소이다 151
‘지금 여기’를 살다 158
무심에 익숙한 삶 161
8장 / 기도의 형태
기도밖에 할 수 없을 때 168
기도하는 손 170
진혼을 위한 부처들 173
기도의 태도 178
9장 / 정토에 관하여
나는 자연이 되고 싶다 184
눈 속의 정토 187
무지개 저편의 정토 190
어둡고 깊은 계곡 속으로 194
최초, 그리고 최후의 장소 196
10장 / 받아들이는 힘
인지를 넘어선 것 200
담담하게 받아들이기 201
키클라데스 폼 205
사쓰마에서 꽃핀 백자 209
자기 주장이 없는 손 212
‘받아들이는 힘’의 감동 216
마치며 - 여기에서 살아간다 220
후기 227
옮긴이의 말 230
인용 및 참고문헌 232
찾아보기 235
리뷰
책속에서
하지만 아무리 미약하고 하찮을지라도, 제 마음속에는 아주 작은 빛이 분명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그 희미한 빛으로 눈을 돌려 바로 거기에서 희망을 끌어내려는 과감한 결단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자. 그리고 나를 뛰어넘는 한 걸음을 굳건히 내딛는 거야.’ 이런 결정적인 도약을 못 한 것이지요. 뒤러의 <자화상>을 만나고 나서야 제 마음속에 있던 그 어슴푸레한 빛으로부터 어떤 희망이 생겨날지도 모르겠다고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2년에 걸쳐 NHK의 <일요미술관> 사회를 보면서 알게 된 것인데 시청자들에게 가장 인기가 높았던 것은 모네 같은 인상파이고, 반대로 시청률이 극단적으로 낮았던 것은 ‘추상화’였습니다. 역시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 그 이유겠지요. 하지만 제 속에는 언제나 ‘추상화’를 향한 동경이 있습니다. 이것은 제가 철들 무렵, 정체성 때문에 제 자신과 주변 환경 간의 괴리라는 문제를 끌어안고 여러 방향으로 고민해왔기 때문인 듯합니다.
그림이란 보통 화가가 캔버스 위에 먼저 무언가를 그리고, 우리들은 그려진 것을 보고 무언가를 읽어냅니다. 그러나 클레의 그림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관객이 그림을 보아야 비로소 무언가가 그림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작품이 무언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제 안에 있는 무언가가 그림 속에 나타납니다. 클레는 예술이란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제가 받은 느낌 또한 바로 그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