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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건강/취미 > 무예/무술
· ISBN : 9788958451402
· 쪽수 : 240쪽
책 소개
목차
책을 쓰면서
1부. 심무도를 만나다
탄광촌 꼬마, 무인을 보다
이상한 도장
가장 어린 수련생
무술의 원리에 눈 뜨다
여의도 결투
심무도로 명명하다
武의 끝까지 가보자
신비로운 경험들
이종 무술에서 배운 것들
도장을 순례하며 벌인 대결들
살(殺)인가 활(活)인가, 절정에서 부딪친 혼란
해외 무예여행을 꿈꾸며
생활의 무거움
후계자가 되다
2부. 나의 스승 남강 김창석
나의 스승 남강
혹독하게 가르치는 스승
무인으로 태어난 사람
스승과의 대결
3부. 문주가 되어
나의 도장을 열다
내가 스승이 되어보니
외로운 전통무예의 길
지금도 나는 무인이다
저자소개
책속에서
보이지 않는 실을 감는 것처럼 양팔을 위아래로 감아 돌리고, 발끝을 응시하며 조심스레 전후좌우로 발걸음을 찍고, 손바닥을 활짝 벌려 앞으로 밀어내는 동작을 반복하고, 그러다가 한 번씩 “어얏” 소리를 지르며 전광석화처럼 허공을 찌르곤 했다.
그럴 때마다 반사적으로 내 몸도 움찔했다. 사람들의 동작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어 나는 어느새 호흡마저 가빠져 있었다. 구경하는 게 아니라 그들 속에 내가 함께 있는 것만 같았다.
꿈을 꾸는 기분이었다. 내가 보고 있는 것이 생생한 현실인 걸 알면서도 나는 몽롱했다. 눈앞에서 각기 다른 동작으로 움직이고 있는 사람들 모습이 순간순간 태백의 무인이 싸우던 장면과 오버랩 되면서 가슴이 점점 뜨거워졌다.
-본문 중에서
나도 이름에 대해 따로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선생의 질문을 받자 스쳐가는 생각이 있었다.
남강 선생은 늘 마음이 중요하다고 가르쳤다. 무술은 몸을 통해 마음을 이해하고, 마음을 통해 몸을 다뤄가는 것이라 했다. 무술의 이치를 깨닫는 것은 곧 마음의 이치를 깨닫는 것이라 했다. 몸을 좇아가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좇아갈 때에 비로소 기술도 진경(眞境)에 이른다 했다. 그런 말들을 무슨 이론으로서가 아니라 뭔가를 다그치고 독려할 때마다 ‘공부해서 남 주냐’ 하는 부모들의 잔소리처럼 그때그때 수없이 말해왔었다.
“우리 무술은 마음의 무술이라고 늘 그러셨잖아요. 그러면 마음 심자를 써서 심무(心武), 그렇게 하면 되지 않을까요?”
그 자리에는 선생의 오랜 지인인 정신과 의사가 동석해있었다. 국내 최초로 사이코드라마를 통해 환자를 치료하는 법으로 주목받던 분이었다. 그분이 내 말에 반색을 했다.
“심무? 그거 좋으네. 거기에 도(道)자 하나만 붙이면 되겠어. 심무도, 그렇게 하시죠 남강 선생?”
선생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얼마 후 두어 번 고개를 끄덕이더니 “나쁘지 않네” 하고 말했다.
심무도가 명명되는 순간이었다. 1976년 가을이었다.
-본문 중에서
드디어 선생과 마주 섰다. 바윗덩어리 앞에 서 있는 것만 같았던 옛 기억이 잠깐 떠올랐다. 나는 그 감회마저 얼른 눌렀다. 선생이 먼저 대결 자세를 취했고, 나는 퍼뜩 놀라며 얼른 자세를 취했다.
그다음부터는 아무 생각도 없었다. 선생도 없었다. 내 앞에는 싸워 이겨야 할 한 상대가 있을 뿐이었다. 실제로 선생의 얼굴은 보이지도 않았다. 미세하게 흔들리는 옷깃, 공기를 타고 전해오는 숨결, 그림자와도 같은 소리 없는 윤곽의 파동만이 느껴졌다. 그리고 성성하게 뿜어져 나오는 살기.
휙! 휙! 몇 번의 합이 교환되었다. 무아지경이었다. 방금 내가 무슨 기술을 썼는지, 선생이 무슨 기술로 들어왔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저 내 몸에 부딪혀 오는 어떤 기운을 피하고 막았다. 그리고 상대의 몸에서 한 틈 빈 곳이 보이면 찔러 들어갔다. 본능으로 위기를 감지하며 본능으로 상대의 허를 찾았다.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