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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건축 > 건축이야기/건축가
· ISBN : 9788959373468
· 쪽수 : 112쪽
책 소개
목차
사물을 보는 방식|아름다움의 핵심|사물을 향한 열정에서 사물 자체로|건축의 몸|건축의 교육과 학습|아름다움은 형태가 있는가?|실체의 마법|경관 속의 빛|건축과 경관|라이스 주택
리뷰
책속에서
기억은 건축 작업을 할 때마다 참고하는 건축적 분위기와 이미지의 저장고이다. 나는 건물을 설계할 때 이제는 시간이 흘러 어렴풋해진 기억 속에 잠길 때가 종종 있다. 기억 속의 건축적 상황이 실제로 어떠했는지, 당시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를 회상하며 각기 독특한 장소와 형태를 가진 여러 사물이 만들어내는 그 활기찬 분위기를 어떻게 하면 현실로 부활시킬지를 고심한다.
건물의 존재에는 비밀이 있다. 물론 건물은 그저 그 자리에 있을 뿐이다. 우리는 건물에 특별한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건물이 서 있는 자리에 그 건물이 없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는가? 이런 건물들은 땅속으로 굳게 뿌리를 내린 듯하다. 완전히 주변 환경의 일부가 되었다는 인상과 함께 이런 메시지를 전한다. “나는 당신이 보는 모습 그대로다. 나는 이곳에 속해 있다.” 나는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그 장소의 형태와 역사의 일부가 되는 건물을 설계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모든 새로운 건물은 특정한 역사적 상황에 개입한다. 그 개입의 정도를 높이려면 기존 상황과 의미 있는 대화를 할 수 있는 속성을 새 건물에 부여해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건물이란 인간의 삶의 흔적들을 흡수하고 고유의 풍성함을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재에 나타나는 세월의 흔적, 표면의 무수한 흠집, 광택이 사라진 표면, 뭉툭해진 모서리가 떠오른다. 그러나 눈을 감고 이런 물리적 흔적과 그 흔적을 처음 접했을 때의 느낌을 잊으려고 하면 전혀 다른 인상, 더욱 깊은 감정이 남는다. 흘러간 시간에 대한 인식, 그 공간과 방에 있었던 삶에 대한 자각, 그 공간이 지닌 특별한 분위기가 남는다. 이런 순간에 건축의 미학적·실용적 가치, 양식적·역사적 의미는 중요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