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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과학 > 기초과학/교양과학
· ISBN : 9788960514768
· 쪽수 : 304쪽
책 소개
목차
들어가는 글. 조지아는 내 마음속에 남아 있네
1. 탐욕. 얼룩말을 죽이는 것은 사자가 아니라 얼룩말이다
2. 색욕. 고깃덩이 로봇, 서로를 탐하다
3. 나태. 기생충 낙원의 평범한 하루
4. 탐식. 먹고 먹히는 살벌한 먹이사슬
5. 질투. 도둑과 비열한 수컷
6. 분노. 자연이 우리를 죽이려 한다
7. 오만. 일어나라, 고깃덩이 로봇이여!
감사의 말
참고문헌
미주
리뷰
책속에서
만약 인간이 근본적으로 고결하다면, 해양 재난 시 남자는 항상 여자를 도와야 한다. 그러나 185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일어난 18건의 해양 재난에 대한 연구에서, 여성의 생존 가능성은 남성에 비해 약 절반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결과는 남성이 여성의 목숨을 구해 줄 때도 있지만 자신을 구하는 경향이 훨씬 더 강하다는 것을 암시한다. 비슷한 맥락에서, 선원의 생존율은 승객에 비해 더 높다. 선원들은 구명 뗏목이 어디에 있으며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타이타닉호 는 위 연구에 등장하는 18건의 해양 재난 중에서 '여자와 아이들 먼저'라는 규칙을 실제로 따른 단 두 건의 사고 중 하나다. 이 사고에서 여성의 생존율은 70퍼센트였던 반면, 남성의 생존율은 20퍼센트에 불과했다. 타이타닉호를 특별하게 만든 해답은 불세출의 영웅 에드워드 스미스다. 빙산과 충돌한 직후, 스미스 선장은 선원들에게 여자와 아이들을 먼저 구해야 한다고 명령했다. 선원들은 배를 탈출하는 내내 이 명령을 철저히 수행해서, 혼자 살려는 이기적인 남자들의 행위를 효과적으로 방지했다. 심지어 선원들이 구명정에 먼저 탑승하려던 남자에게 발포를 했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선원들이 '여자와 아이들 먼저'라는 규칙을 강요했기 때문에 이기적인 남자 승객들은 본능적으로 행동할 수 없었다.
궁극적으로, 훌륭한 DNA를 찾으려는 이 욕구는 짝짓기 게임 전체의 기반이 된다. 인간에게는 낭만적인 사랑이 필수적인 요소지만, 낭만은 '자연적인'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동물에게는 낭만이 성생활의 일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스스로 살아갈 수 있을 때까지 인간의 아기를 양육하려면 10년 이상이 소요된다. 부모가 한 팀이 되어 함께 아이를 돌보는 것은 양육 과정의 성공을 보장하는 훌륭한 전략이다. 인간 고깃덩이 로봇인 우리의 DNA에는 섹스를 했던 상대와 함께 짝을 이뤄 그 일을 하도록 우리를 독려하는 데 도움이 되는 욕구가 각인되어 있다. 내가 생각하기에, 우리가 낭만적인 사랑을 하는 유일한 이유는 인간의 유년기가 유독 길기 때문이다. 다른 동물이 이기적인 것처럼, 인간도 근본적으로 여전히 이기적이다. 그러나 인간의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인간은 동물적인 이기심을 포기하지 않고도 좋은 짝이 될 수 있다.
엄밀히 말해서 셸비와 내가 생명을 창조한 것은 아니다. 우리의 난자와 정자는 융합하기 전부터 이미 살아 있었다. 샘은 부모, 조부모, 그 윗대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생명의 사슬에서 다음 연결고리가 된다. 샘의 몸은 나와 비슷하고, 내 몸은 내 아버지와 비슷하다. 그러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동안, 이 비슷함은 작은 차이가 되고 그 작은 차이들이 점점 더 쌓여 가기 시작한다. 샘은 나를 거쳐, 빙하기의 수렵채집인, 4족 보행을 하는 영장류, 나무를 타는 다람쥐만 한 크기의 영장류, 선사시대의 파충류, 악어만 한 크기의 양서류, 고대 바다에 살았던 총기 어류, 그 전에 살았던 지렁이처럼 생긴 원생 어류를 거쳐 과거의 시간 속으로 계속 거슬러 올라간다. 사실 이 사슬의 시작점, 즉 성 자체의 시작점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원시 대양에는 DNA가 들어 있는 단순한 주머니 하나만 떠다니고 있었을 것이다. 이 주머니는 바로 생애 첫날의 샘처럼 장엄한 하나의 세포다. 이렇게 수십억 년의 시간을 거쳐 오는 동안, 바뀐 것이라고는 DNA 분자가 만들 수 있는 고깃덩이 로봇들뿐이다. DNA 자체는 이 모든 시간 동안 거의 변하지 않고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