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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과학 > 생명과학 > 생명과학
· ISBN : 9788960515123
· 쪽수 : 440쪽
책 소개
목차
1부 송아지 간으로 몰래 시작한 연구
― 이집트 미라 DNA에서 네안데르탈인의 미토콘드리아 DNA를 알아내기까지
1 기계장치에서 나온 네안데르탈인
2 미라와 분자
3 과거를 증폭하다
4 실험실의공룡
5 좌절
2부 "나는 인류의 역사를 밝히고 싶다"
― 새로운 연구소 마련과 네안데르탈인 게놈 프로젝트 추진까지
6 크로아티아와 인연을 맺다
7 새로운 보금자리
8 다지역 기원설에 대한 논란
9 핵 DNA를 얻을 수 있을까?
10 핵 DNA를 얻을 수 있다!
11 게놈 프로젝트를 시작하다
3부 무모한 도전에 나서다
― 프로젝트에 쓸 뼈확보에서염기 서열 해독, 매핑까지
12 무정한 뼈
13 세부적 문제들에 시달리다
14 게놈을 매핑하다
15 뼈에서 게놈으로
4부 네안데르탈인은 우리 몸 안에 살아 있다
― 유전자 이동과 이종교배 이야기
16 유전자가 흘러갔을까?
17 머리를 맞대다
18 유전자가 흘러갔다!
19 대체 집단
5부 프로젝트의 완성과 또 다른 인류의 발견
― 게놈 서열 발표와 그 반향, 데니소바인의 DNA 발견까지
20 인간의 본질?
21 게놈 서열을 발표하다
22 매우 특별한 손가락
23 네안데르탈인의 친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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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책속에서
죽은 지 몇 시간, 때로는 며칠 내에 몸 안의 DNA 가닥들이 점점 더 작은 조각들로 끊어지는 한편, 다양한 형태의 다른 손상들이 축적된다. 이와 동시에 평상시에 박테리아를 억제하던 장벽들이 무너지면서 장과 폐에 사는 박테리아들이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기 시작한다. 이 모든 과정들이 힘을 합쳐 우리의 DNA 안에 저장되어 있는 유전정보 -한때 우리 몸을 형성하고 유지하고 기능하게 만들었던 정보 -를 없앤다. 그 과정이 완료되면 유일무이한 생물학적 존재로서의 마지막 흔적이 사라진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우리의 물리적 죽음은 이때 비로소 완료되는 것이다.
그간의 경험을 통해 내 연구실에서 일하는 과학자들과 함께 나누는 집중적인 토론이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실제로 그동안의 성공에는 그러한 토론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연구에만 몰입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떠오르지 않는 생각들이 그러한 토론에서 나오곤 한다. 나아가 프로젝트의 결과에 개인적인 이해관계가 걸려 있지 않은 과학자들은 현실을 직시할 수 있다. 그들은 애정을 쏟고 있을 뿐 아니라 과학자로서의 미래가 걸려 있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는 사람들이 흔히 사로잡히는 희망적 사고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이러한 토론에서 내 역할은 사회를 보면서 고려해 볼 만한 생각들을 선택하는 것이다.
작은 미라 조각을 예란에게 보내고 나서 결과를 기다렸다. 과학을 할 때 가장 괴로운 순간들 중 하나가 바로 이런 때가 아닐까 싶다. 내 연구의 성패가 다른 누군가가 하는 일에 달려 있는데 그것이 잘 되게 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결코 울리지 않을 것 같은 전화벨이 울릴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몇 주가 지나고 나서 마침내 기다리던 전화가 왔다. 좋은 소식이었다. 그 미라는 2400년 된 것이었다. 대략 알렉산더 대제가 이집트를 정복한 시기였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우선 밖으로 나가서 커다란 초콜릿 상자를 하나 사서 예란에게 보냈다. 그런 다음 내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일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