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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사회사상/사회사상사 > 민주주의
· ISBN : 9788960517448
· 쪽수 : 456쪽
책 소개
목차
옮긴이의 말 7
프롤로그 23
CHAPTER ONE 개인주의인가 전체주의인가 39
이반 일린, 부활하다 43 | 전체주의의 도래 46 | 순결한 러시아 48 |적을 만들라 51 | 대속자라는 환상 54 | 필연과 영원 사이 57
CHAPTER TWO 계승인가 실패인가 67
볼셰비키에서 러시아 연방까지 68 | 정치가가 쓴 소설 74 | 민주적 부정 선거 77 | 영웅과 파괴자 81 | 콘돔과 원숭이 84 | 유럽 연합과 미국을 겨냥하다 88 | 복종과 반역 90 | 외부자의 잘못 92 | 영원한 동거 95 | 영원의 환상을 조성하다 99
CHAPTER THREE 통합인가 제국인가 103
유럽 통합과 러시아 108 | 민족의 대속자 116 | 러시아가 꿈꾸는 유럽의 모습 120 | 유라시아주의 123 | 알렉산드르 두긴 128 | 이즈보르스크클럽 132 | 러시아의 대외 정책 140 | 후원자들 142 | 협력자들 148 | 필연인가 영원인가 153
CHAPTER FOUR 새로움인가 영원인가 155
우크라이나가 원하는 것 164 | 마이단 광장 168 | 품위와 용기 171 | 법률을 따르라 175 | 본질을 흐리는 방법 180 | 꼭두각시 세우기 182 | 시위대를 향한 폭력 184 | 크림반도의 바람 188 | 스키조파시즘 196 | 진짜 파시스트 200 | 이후의 풍경들 203 | 가려진 진실 208
CHAPTER FIVE 진실인가 거짓인가 213
그럴듯하지 않은 부인 217 | 노보로시야를 위하여 222 | 동결된 분쟁 228 | 죄책감을 덜다 234 | 텔레비전의 역할 237 | 항공기 격추 사건 238 | 오토바이 공연 243 | 전투와 휴전 248 | 새로운 형태의 전쟁 256
사실성을 파괴하라 258 | 승리인가 패배인가 260 | 독일의 문제 262 | 폴란드 이야기 267 | 주목받지 못한 경고 275
CHAPTER SIX 평등인가 과두제인가 285
성공한 사업가 287 | 트럼프타워에서 일어나는 일 288 | 허구의 승자 291 | 이제 미국이다 293 | 미국 주권, 공격받다 298 | 알려진 이야기들 307 | 가짜 뉴스의 홍수 321 | 미국을 무너뜨리는 방법 328 | 러시아식 과두제 337 | 위대했던 시절의 향수 340 | 오피오이드 드림 345 | "진실은 진실이 아니다." 349 | 러시아라는 거울 앞에 선 미국 350
에필로그 362
감사의 말 366
주 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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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책속에서
프롤로그
이 책은 역사적 시간을 위해 현재를 되찾고, 더 나아가 정치를 위해 역사적 시간을 되찾으려는 하나의 시도이다. 그러려면 사실 자체가 의문시되는 시대에 러시아에서 미국에 이르기까지 우리 당대의 세계사에서 상호 연결된 일군의 사건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유럽 연합과 미국에게 일종의 리얼리티 테스트 reality test였다. 유럽과 미국의 많은 사람들은 법질서를 옹호하는 것보다 러시아의 선전이라는 환영을 따라가는 게 더 쉽다고 생각했다. 유럽인들과 미국인들은 침공이 실제로 이루어졌는지, 우크라이나가 하나의 나라인지, 어쨌든 우크라이나가 침공을 당할 만한 나라였는지를 물으면서 시간을 허비했다. 이로써 러시아가 조만간 유럽 연합과 미국 내부의 취약성을 한껏 활용할 수 있음이 드러났다.
CHAPTER ONE 개인주의인가 전체주의인가
마치 시체에서 유령이 나오듯이 영원성은 필연성에서 생겨난다. 필연의 정치학의 자본주의 버전, 즉 정책의 대용물로서의 시장은 경제적 불평등을 낳고, 이 불평등은 진보에 대한 믿음을 잠식한다. 사회적 이동이 중단됨에 따라 필연성은 영원성에, 민주주의는 과두제에 길을 내준다. 아마 파시즘 사상의 도움을 받아 순결한 과거에 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과두 지배자는 진짜 고통을 겪는 사람들에게 가짜 보호를 제공한다. 기술이 자유에 기여한다는 믿음은 지배자의 스펙터클에 길을 열어 준다. 기분 전환distraction이 정신 집중concentration을 대체하는 가운데 미래는 현재의 좌절 속으로 녹아들고, 영원성이 일상생활이 된다. 과두 지배자는 허구의 세계로부터 현실 정치로 넘어오고, 신화를 불러일으키고 위기를 조작하는 식으로 통치한다. 2010년대에 바로 이런 인물인 블라디미르 푸틴이 또 다른 과두 지배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허구에서 권력으로 가는 길을 호위했다.
러시아는 맨 먼저 영원의 정치에 도달했고, 러시아 지도자들은 이 정치를 수출함으로써 자신들과 자신들의 부를 보호했다. 최고 과두 지배자 oligarch-in-chief 블라디미르 푸틴은 파시즘 철학자 이반 일린 Ivan Ilyin을 인도자로 선택했다. 시인 체스와프 미워시Czesław Miłosz는 1953년에 이렇게 썼다. "많은 유럽 나라의 주민들은 대개 고통을 겪으면서 20세기의 한복판에 이르러서야 복잡하고 어려운 철학책들이 자신의 운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되었다." 오늘날 중요한 철학책들 중 몇몇은 일린이 쓴 것인데, 그는 미워시가 이 구절을 쓴 그해에 세상을 떠났다. 1990년대와 2000년대에 러시아 당국이 이반 일린을 부활시키고, 파시즘이 과두제를 가능케 하는 쪽으로 개조되자 그의 저작은 지도자들이 필연성에서 영원성으로 이동하는 것을 도와주는 특정한 사상으로 제2의 삶을 살게 되었다.
CHAPTER TWO 계승인가 실패인가
민주주의는 통치자를 바꾸는 절차다. 공산주의 시절에는 "인민 민주주의", 그 후에는 "주권 민주주의"처럼 민주주의에 형용사를 붙여 한정하는 것은 그런 절차를 없애려는 시도다. 처음에 수르코프는 과감하게 양다리를 걸치려고 하면서 올바른 사람을 권좌에 앉힘으로써 민주주의 제도를 유지해 왔다고 주장했다. "우리의 정치 문화에서는 인물이 제도라고 말하고 싶다." 일린도 똑같은 술수를 부린 적이 있다. 자신의 대속자는 인민을 대표하기로 되어 있기 때문에 "민주적 독재자"라고 부른 것이다. 수르코프가 러시아 국가를 떠받히는 기둥이라고 말한 것은 "중앙 집권, 인격화, 이상화"였다. 국가는 통일되어야 하고, 국가의 권위는 한 개인에게 부여되어야 하며, 그 개인에게 영광이 돌아가야 한다. 수르코프는 일린의 말을 인용하면서 러시아인은 자유를 누릴 준비가 되는 만큼만 자유를 주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물론 일린이 말하는 "자유"란 개인이 지도자에게 복종하는 집단에 자신을 내던질 자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