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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 에로틱스

뱀파이어 에로틱스

(앨리스 노벨)

미토 이즈미 (지은이), 난고쿠 바나나 (그림), 조이 (옮긴이)
  |  
앨리스노블
2014-06-30
  |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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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 에로틱스

책 정보

· 제목 : 뱀파이어 에로틱스 (앨리스 노벨)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라이트 노벨 > 앨리스 노벨
· ISBN : 9788960523715
· 쪽수 : 242쪽

책 소개

서양식 저택에 갇힌 마후유를 기다리고 있던 사람은 행방불명된 나루세. 약혼자였던 그는 흡혈공주에게 영원의 사랑을 맹세하는 ‘시귀’로 변모했다. 게다가 성격마저 급변. 쿨했던 그는 짐승처럼 욕망을 드러내며 그녀의 몸을 열고, 집요한 애무와 음흉한 말을 던지며 순결을 빼앗는데...

목차

[서장] The Day In The Summer
[제1장] 얼음 처녀
[제2장] 암야의 해후
[제3장] 파계(破戒)의 얼음
[제4장] 환상의 바다
[제5장] 그날을 찾아서
[제6장] 이형(異形)과의 해후
[제7장] 월하사투
[제8장] 여름의 종막
작가 후기
역자 후기

저자소개

미토 이즈미 (지은이)    정보 더보기
12월 14일생. AB형. 개와 슈가글라이더의 부하로서 헌신하면서 BL소설, TL소설, 정당의인화 만화 원작 등을 집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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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고쿠 바나나 (그림)    정보 더보기
고양이의 그 귀모양을「오징어 귀」라고 이름 붙인 게 천재적이라고 생각해요. *한국에서는 마징가 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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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한여름의 햇살이 잿빛 사막과 나이토 마후유(?藤?冬)의 하얀 피부에 내리쬔다.
그녀의 피부가 강한 자외선을 이기지 못하고 화상을 입는 건 아닐까, 슈지 나루세(?宇司鳴?)는 계속 걱정됐다. 그녀의 가냘픈 어깨에 웃옷을 걸치려 하자, 그녀는 웃으며 피했다. 뛸 때마다 흔들리던 물빛 선드레스(sundress)를, 나루세는 어제 일처럼 떠올릴 수 있었다. 그 드레스를 사러 갔을 때, 나루세는 빨간색을 권했지만 마후유는 물빛을 고집했다. 백화점의 탈의실에서 봤을 땐 빨간색이 더 어울려 보였는데, 태양 아래에서 보니 물빛이 더 돋보였다. 나루세는 작게 쓴웃음을 지으며 천천히 마후유의 뒤를 쫓았다.
나루세와 마후유가 태어난 마을에는 바다가 없다. 나루세는 여름이 되자마자, 마후유를 바다에 데리고 갔다. 마후유가 바다를 좋아한다고 수없이 말했기 때문이다.
몸이 약한 그녀에게 바다는 머나먼 이국과 마찬가지였다. 차로 겨우 두 시간 걸리는 거리가 마후유의 몸에는 큰 부담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그날, 마후유는 그와 바다에 왔다.
마후유는 태어나자마자 심장 수술을 받았다. 갓 태어난 그녀의 몸이 난도질당했다고 생각하니, 나루세는 마치 제 일처럼 가슴이 아팠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그녀는 조금씩 건강해지고 있었다.
괜찮아, 라고 나루세는 그녀가 아닌 자기 자신에게 되뇌었다.
괜찮아, 그녀는 어디로도 사라지지 않아, 라고.
늘 나루세 혼자 불안해했고, 병약한 당사자는 항상 웃고 있었다. 나루세에겐 그녀의 웃는 얼굴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사실 나루세는 이곳에 그녀를 데려오고 싶지 않았다. 지난주, 마후유는 열이 났다. 조금 더 건강해지면 가자고 나루세가 주저하자, 마후유는 “언제?”라며 애절하게 물었다. 나루세는 대답할 수 없었다. 마후유가 완벽히 건강해질 날이 언제 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쨌든 맹서(猛暑)는 피하자, 조금 더 시원해지면 가자고 제안해도, 마후유는 바다가 꼭 보고 싶다고 말했다. 결국 나루세는 출발 지점과 중간 지점, 그리고 목적지의 세 군데에 의사를 각각 한 명씩 대기시킨 뒤, 마후유를 바다로 데리고 나섰다. 쇼난(湘南)에는 나루세 소유의 개인 해변이 있다. 길이 약 1킬로미터의 해안은 그에게 비좁게 느껴졌지만, 두 사람이 사는 슈지(?司) 시에서 가장 가까웠다. 이동에 따른 그녀의 부담을 생각하면, 최선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었다.

“미안해.”

나루세의 차 안에서 마후유는 두 번 사과했다. 그렇지만 그녀가 어리광을 부리는 모습이 나루세는 기뻤다. 아무에게도 어리광을 부리지 않으며, 친족에게조차 조심스레 대하는 그녀가 자신의 앞에서만큼은 무방비한 얼굴을 보였다. 나루세에게 그런 모습은 관능적이기까지 했다. 차 안에서 음료를 건네려 다가갔을 때, 마후유의 머리카락이 코끝에서 달콤하게 감돌았다. 아직 그녀와 입술을 포갠 적도 없다.
아기 고양이처럼 비비적거리는 주제에, 그런 접촉에는 겁을 먹었다. 그녀는 아직 덜 성숙하다고 생각하며, 나루세는 뻗으려던 손가락을 슬며시 접었다.
해안에서 반나절을 보냈다. 모래사장의 햇볕이 너무 뜨거워서, 나루세는 마후유를 별장에서 쉬게 하기 위해 고심했다. 하지만 마후유는 마치 두 번 다시 못 올 것처럼, 바다를 떠나려 하지 않았다.

“또 오면 돼. 또 데리고 올게.”

그 속삭임에 뒤섞여, 멀리서 해수욕에 신 난 사람들의 환호성이 들려왔다. 그 북적임조차 그녀에게는 머나먼 일이리라. 그녀는 인파 속을 누빈 적도 없을 터였다. 나루세는 언젠가 여름 축제에 그녀를 데려가고 싶었다. 진짜 목적은 축제가 아니라, 그녀의 유카타(일본의 전통 의상) 차림임은 비밀로 한 채.
수영은 허락히지 않았기 때문에, 마후유는 맨발로 발만 바닷물에 담갔다.
해면에 물고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쇼난의 바다는 그 정도로 맑지 않다. 이즈(伊豆)까지 가면 물이 조금 더 맑다. 그는 내년 내로 이즈에 별장을 사 두자고 결심했다.
해변에서 두서없는 이야기를 나눴다. 주로 그녀의 진로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녀는 가정교사인 나루세도 놀랄 정도로 머리가 좋다.
나루세는 당시, 도내에 있는 대학에 다니며 주말에만 슈지 시에 내려왔다. 마후유는 나루세가 다니는 도내의 대학에 진학하고 싶다고 했지만, 통학이 불가능한 거리였다. 마후유를 혼자서 하숙시키기도 불안했다. 나루세는 마후유를 자신의 맨션에 들이고 싶었다. 그 방법이 나루세가 가장 안심할 수 있는 선택이었다. 그녀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입적(入籍)하면 된다. 친족들은 반대하겠지만, 서둘러 적을 올린다면 입을 다물 것이다.
가족에 대해서는 별 말이 없었다. 두 사람 모두, 가족에 대해 이야기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었다. 사실 가정교사라는 건 두 사람이 멋대로 결정한 호칭일 뿐, 그가 그녀의 보호자에게 보수를 받으며 가르치는 건 아니었다.
애초에 마후유의 친족은 나루세에게 보수를 지불할 수 있을 정도로 부유하지 않았고, 나루세 또한 그런 아르바이트는 하지 않는다.
나루세에게는 마후유만이 ‘특별’하기 때문이었다.
나루세의 친족은 유쾌하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그건 나루세가 알 바 아니었다. 이미 아버지의 유산을 상속받아 경영에 종사하는 그에게 ‘그런 일’로 대놓고 거역할 자는 없었다. 그에게는 힘이 필요했다. 그녀와 함께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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