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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군용을 길들여라

폭군용을 길들여라

이누카이 노노 (지은이), 카사이 아유미 (그림)
  |  
MM노블
2015-01-30
  |  
8,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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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군용을 길들여라

책 정보

· 제목 : 폭군용을 길들여라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국외 BL
· ISBN : 9788960524170
· 쪽수 : 274쪽

책 소개

연예계 스카우터를 피해 담을 넘어 골목길로 뛰어내린 사와키 쥰은 차에 치일 뻔한 고양이를 구하려다 중상을 입는다. 빈사 상태에 빠져 고통에 신음하는 쥰은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한다.

책속에서

9월 1일――고등학교 3학년 2학기의 첫 날, 사와키 쥰은 아침부터 도주 경로를 고민했다.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밝은 갈색의 머리카락을 무스로 한 번 쓸어 준 뒤, 탈의실의 창문을 열었다.
이곳에서 맨션의 입구를 확인하는 게 하루의 일과가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오늘도 있다. 연예계 회사 두 곳의 직원이 아침 댓바람부터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어떻게 매일 저러고 있을까, 질리지도 않나.
여동생 미오가 “오빠, 나 먼저 갈게!”라고 말을 걸었다. 쥰은 “어―”라고 대답할 뿐.
제일 먼저 어머니, 그 다음 여동생, 그리고 마지막에 쥰이 집을 나섰다.
미국 혼혈이었던 아버지는 지금 불단 안에 계시므로 이 세상에 없다.
쥰은 맨션의 2층까지 엘리베이터로 내려간 뒤, 비상계단으로 내려가 쓰레기 처리장 뒷길로 빠져나간 뒤 예나 지금이나 여전한 담벼락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런 식으로 매일 경로를 바꿔 가며 도망치는 쥰도 쥰이지만, 매일같이 이곳을 찾아오는 저 사람들도 대단하다. 쥰이 몇 번이고 거절했지만, 저들은 포기를 모르는 듯했다.
소문에 따르면 연예계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끈질기게 쫓아다니면 코를 꿰이거나 회유당해서 결국 데뷔해 버리고 마는 케이스도 적지 않은 듯하다.
장군의 목을 베려면 먼저 말의 목을 베어라――는 말처럼 어머니와 여동생이 좋아할 만한 과자들을 선물하는 일은 당연하고, 어느 새인가 쥰의 취향을 조사해서는 다양한 선물들을 들고 오기도 한다.
처음에는 기뻐서 스카우트를 거절하면서도 선물은 받았던 게 잘못이었다.
지금은 이런 식으로 접촉을 피하고 있지만, 그들이 그저 싫지만은 않다는 점 때문에 괜히 뒤가 켕겼다.
연예계에 데뷔할 생각은 전혀 없기 때문에 저렇게 열심히 찾아와도 기대에 부응할 수 없어 미안하기도 하지만, 저들에게 꼭 필요한 인재로 여겨지는 기쁨 또한 없잖아 있다.
특히 오늘 자리를 지키고 있던 두 회사의 직원들은 사람을 휘어잡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절대 만나서는 안 되었다.
농구로 다져진 근육이라든가 요리 솜씨나 타고난 운동신경에 대해 칭찬받으면 어쩔 수 없이 기분이 좋아지고 만다. 그런 능력들을 살릴 수 있는 역할 기획안을 가져오기라도 한다면 아주 조금이지만 마음이 흔들렸던 적도 있기 때문에 위험했다.
――여기로 나가면 꽤 멀리 돌아가는 길이었지. 담을 넘어서 뒷길로 갈까.
개학식에 지각하고 싶지 않았던 쥰은 같은 맨션의 다른 동으로 발길을 향했다.
입구를 빠져나가서 주차장으로 들어가 또다시 담벼락에 다가섰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은 신경 쓰지 않고 폴짝 뛰어 담 위에 올라탔다.
담벼락은 폭이 좁기 때문에 아무리 운동신경에 자신이 있어도 조금 불안했다.
담 안쪽과 착지 지점에 주의를 기울이던 쥰은 바로 앞에 있는 도로로 시선을 옮겼다. 차가 다닐 때 뛰어내리는 일은 피하는 게 좋다. 보도의 폭은 충분한 편이지만, 그랬다간 운전자를 놀라게 하고 말 것이다.
――어라…… 리무진? 왜 이런 길에 저런 차가?
담벼락 위에서 균형을 잡고 있던 쥰은 골목길에 어울리지 않는 고급 차에 시선을 빼앗겼다.
새까맣고 커다래서 마치 대통령이라도 타고 있을 법한 리무진이다――그렇게 생각하던 바로 다음 순간, 보도에 고양이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위험해!”
하필이면 차도를 가로지르려던 고양이는 다가오는 차를 보고 몸이 굳어 버렸다.
그와 동시에 쥰의 머릿속에 고양이가 느끼는 공포가 전해져 왔다. 쥰은 임시로 이 능력을 ‘독심’이라고 부르고 있다.
‘무서워’――고양이의 마음은 공포 일색이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쥰은 반사적으로 몸을 움직여 담 위에서 뛰어내렸다.
도로 경계선을 뛰어넘어 고양이를 감싸기 위해 도로 안으로 달려갔다.
손끝을 뻗은 순간, 그 전까지 굳어 있던 고양이가 마치 튕겨 나가듯 반대쪽으로 달려갔다.
다행이다――그런 생각이 드는 찰나의 순간, 목표물을 잃어버린 몸이 앞으로 기울었다.
한 발 두 발, 있는 힘껏 달려온 바람에 다리가 앞으로 나가 버린다. 시야가 바로 앞까지 다가온 검은 차체로 가득 찼다.
쿵! 소리가 났다.
허공을 날아 커다란 짐짝처럼 바닥으로 떨어진 몸이 마치 공처럼 바닥에서 튕겼다.
그때마다 두개골 안에 커다란 소리가 울리고, 더는 몸이 바닥을 튕기지 않을 무렵에는 이미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조용하고 새하얀 세계 속, 마지막 순간 눈에 들어온 캐딜락의 엠블럼이 시야에 남았다.
“괜찮습니까!?”
어디선가 남성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 말을 듣고 차에 치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대답은 할 수 없다. 고양이의 공포가 지금은 내 것이 되었다. 후회가 머릿속으로 몰려들었다.
스카우트를 피하려 하지 말고 좀 더 강하게 대응해서 “이거 민폐예요. 자꾸 치근대면 경찰을 부를 겁니다”정도로 말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랬더라면 지금 여기서 차에 치이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리라. 그래도…… 혹시 내가 담을 넘어오지 않았더라면, 저 고양이는 지금쯤 죽어 있었을까. 어쩌면 스스로 움직였을지도 모르고, 내가 구했다고 우쭐하는 건 주제넘은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피다…… 내 피…… 게다가 엄청 많이 흘렸어……. 교통사고가 났구나.
시각이 조금씩 천천히 돌아오기 시작했다. 포장도로가 붉게 물든 모습이 보였다.
“으, 으…… 으……!”
조금 시간차를 두고 아픔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갑자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팠다――정말로 죽을 것만 같은 격통이다.
――나, 이대로 죽는 걸까?
자신의 몸인데도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없었다.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고, 산소를 갈구하는 입에서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피가 넘쳐흘렀다.
――엄마…… 미오……!
갈라지는 신음을 흘리며 어머니와 여동생의 얼굴을 떠올린다.
2살 아래인 여동생과는 가끔 말다툼도 했지만, 오늘 아침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인사를 나눠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자신을 위해서기도 했지만, 여동생을 위해서기도 했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는 여동생이 오빠까지 잃고, 게다가 마지막에 나누었던 대화가 후회로 남을 만한 내용이었다면…… 그건 너무 안타깝다.
“카이 님, 나오시면 안 됩니다!”
초로의 남성의 목소리가 들리고, 사고가 차단되었다.
리무진의 뒷좌석에서 키가 큰 남자가 내리는 모습이 보였다.
역광 때문에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마치 격투가 같은 체격이라는 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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