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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륜왕자와 약혼녀

절륜왕자와 약혼녀

(앨리스 노벨)

미도 시키 (지은이), 모로조후 (그림)
  |  
앨리스노블
2015-06-30
  |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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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륜왕자와 약혼녀

책 정보

· 제목 : 절륜왕자와 약혼녀 (앨리스 노벨)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라이트 노벨 > 앨리스 노벨
· ISBN : 9788960524668
· 쪽수 : 290쪽

책 소개

부모님을 잃고 중년 왕족에게 강제로 시집갈 처지에 있던 공작의 외동딸 마린.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드로어즈 차림으로 뛰어내린 아래층 베란다는 그녀가 동경하던 하인츠 왕자가 쉬고 있는 방과 연결되어 있었다. 다행히도 왕자의 도움을 받아 그의 약혼녀 자격으로 왕궁에 들어가지만...

목차

[제1장] 드로어즈는 사랑의 예감
[제2장] 비처녀 선언
[제3장] 사랑이 없는 구혼
[제4장] 사랑과 평화와 아이 만들기
[제5장] 그가 사랑하는 여성
[제6장] 당신에게만 바치고 싶어
[제7장] 밀월 베이비
작가 후기
역자 후기

저자소개

모로조후 (그림)    정보 더보기
처음 뵙겠습니다. 이번에 처음으로 여성향 작품을 맡게 되었습니다. 고생도 했지만 매우 귀중한 체험이었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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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창밖은 이미 희미한 어둠에 감싸여 있었다. 발코니로 나가자 기분 좋은 바람이 불었다. 바람에 실려 온 달콤하고 고급스러운 향기는 왕궁의 정원에 핀 올드로즈 향이 틀림없었다.
왕궁의 홀에서는 지금도 야회가 열리고 있을 터였다. 하지만 이런 깊숙한 곳까지는 왕궁 악단의 연주가 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안내받은 대로 왕궁 안쪽까지 들어가 계단을 따라 3층까지 올라갔을 터였다. 하지만 발코니에 서서 눈에 힘을 모아 창문의 숫자를 세자 이 방은 4층에 있는 듯했다. 더구나 옆에 있는 발코니까지는 거리가 대단히 멀어서 여성이 뛰어넘을 만한 곳이 못 되었다.
절망에 빠진 그녀의 눈에 바로 아래층의 발코니가 날아 들어왔다.
그 발코니는 이 방의 발코니보다 조금 넓어 보였다. 자세히 보니 왕궁의 발코니는 위층으로 갈수록 조금씩 작아지는 모양이었다.
‘이 정도라면…… 어떻게든 될지도 모르겠어.’
어렸을 때는 공작 저택의 정원에 있는 나무에 올라가 유모들을 놀라게 하곤 했다. 물론 최근 10년 정도는 나무를 타지 않았지만 한 층 높이에서 뛰어내리는 정도는 못 할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남색 드레스 자락을 걷어 올렸다. 하지만 고급스러운 비단 태피터는 하늘거리다 금세 툭 떨어져서 어쩔 수 없이 허리 언저리에 꽉 묶었다. 그대로 페티코트를 벗고, 이어서 허리에 맨 버슬을 풀었다.
둘 다 발코니에 두고 갈까 생각했지만, 들킨다면 여기서 이동했다는 사실을 들키게 된다. 그녀는 둘 다 안아 들고 주저 없이 바로 아래층의 발코니에 떨어뜨렸다.
‘이제 되돌릴 수 없어. 자, 서둘러야지. 이런 모습을 누군가에게 들킨다면 큰일 날 테니까.’
상반신을 조인 코르셋도 벗어던지고 싶었지만 이것만큼은 도저히 혼자 벗을 수 없다. 하지만 굽 높은 야회용 신발을 신은 채로는 내려갈 수 없다는 생각에 즉시 벗은 뒤 페티코트 위로 던졌다.
그리고 드로어즈 차림으로 발코니의 난간을 넘어섰다.
바깥쪽에 서자 무릎이 떨렸다. 하지만 바로 아래에 있는 발코니 덕분에 지면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점이 고마웠다. 4층 높이에서 내려다보았다면 공포가 앞서 움직일 수 없었을 것이다.
난간을 단단히 잡은 뒤 무릎을 굽히고 웅크렸다. 그대로 한 쪽 발을 아래층 발코니로 뻗었지만…….
‘안 되겠어. 전혀 닿지 않아. 역시 뛰어내릴 수밖에 없을까?’
막상 하려고 보니 1층 높이라고는 하지만 제법 높았다.
그때, 믿을 수 없는 곳에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봐! 대체 뭘 하는 거지?”
바로 아래층의 창문이 열리며 발코니로 누군가가 나온 것이다.
깜짝 놀라 일어서려던 순간, 축으로 삼았던 발이 미끄러졌다.
“꺄악!”
그녀는 당황하여 난간을 붙잡았다.
“세상에……, 그대는, 그런 차림으로……, 왜 이런.”
들려온 목소리는 틀림없이 젊은 남성의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녀는 하반신에 오로지 드로어즈 한 장만 걸친, 그야말로 무방비하기 그지없는 모습이었다. 게다가 드로어즈의 클러치 부분은 꿰매지 않은 상태였다.
“이봐, 괜찮나?”
“안 돼요! 부탁이에요. 위를 올려다보지 마세요!!”
“뭐? 아……, 아니, 하지만…… 그건.”
남성은 동요하며 난처한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손 쓸 도리가 없기로는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진정하고 발을 발코니의 가장자리에 걸 수 있으면 좋을 테지만, 이때는 남성이 밑에서 보고 있다는 생각에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허벅지를 딱 붙인 채 다리를 벌리는 일도, 비켜 놓는 일도 할 수 없었다. 그 결과, 난간에 매달린 채 옴짝달싹할 수 없는 사태에 빠졌다.
금세 팔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이대로는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떨어지고 말 것이다.
“에잇, 빌어먹을! 긴급한 순간이야. 받아 줄 테니 손을 놓도록 해!”
“그런 건…… 모, 못 해요……. 부디 보지 마세요.”
설마 아래층에 사람이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바깥이 어두워지고 있는데 불이 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악이게도 이렇게 젊은 남성이 아래층에 있었다니.
‘드로어즈 차림을, 그것도 아래에서 들키고 말았어. 아아, 어쩌지? 상냥한 어머니도 화를 내실 거야.’
뇌리에 돌아가신 어머니의 얼굴이 떠올라, 그녀의 가슴은 후회로 가득 찼다.
“죄송합니다……. 누가 계실 줄은 생각도 못 해서……. 뭐라 사죄를.”
“사죄와 반성은 나중에 하고 얼른 손을 놔.”
“하지만……, 하지만…….”
“반드시 받아 줄게. 나를 믿어. 얼른!”
어떻게 하면 좋을지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 직후, 그녀가 있던 방에서 소리가 났다. 게다가 때마침 문이 열리는 듯한 소리.
‘혹시…… 숙부님께서 들어오셨나? 싫어……. 절대로 싫어. 게다가 이런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아.’
그녀는 각오를 다지고 숨을 멈추는 동시에 손을 놓았다.
몸이 공중으로 두둥실 떠올랐다. 몇 초 뒤면 온몸이 아래로 끌어당겨지며 당장이라도 지면에 충돌할 것 같은 착각에 사로잡혔다.
머릿속 한 구석에 죽음이 스쳤을 때, 누군가 등 뒤에서 가슴과 허리 언저리를 강한 힘으로 안아 주었다.
순식간에 그녀의 몸이 꽃향기에 감싸였다. 남성의 몸에서 이렇게까지 달콤하고 상쾌한 향기를 맡은 일은 그녀가 두 번째로 하는 경험이었다.
‘이 향기는……, 이건, 설마…….’
그녀의 고동이 공포와는 다른 이유로 멈출 것 같던 그때, 위층의 발코니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이상하군. 누군가 있는 것 같았는데.”
숙부의 목소리였다.
‘아아, 신이시여, 부디 저를 지켜 주시옵소서. 숙부님께서 아래를 내려다보지 않게 해 주시옵소서.’
비단 양말에 감싸인 발끝이 살며시 발코니 바닥에 내려왔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을 안아 준 남자에게서 벗어나지 못한 채 그의 품 안에서 기도하듯 손을 모았다.
그러자 그는 무언가 눈치 챈 모양이었다. 위층 발코니에서 보이지 않는 곳으로 소리 없이 옮겨 주었다.
“기분 탓인가? 전하, 아무래도 이 방도 아닌 모양입니다.”
숙부의 목소리가 점점 멀어져 갔다.
그녀는 자신을 구해 준 남성의 팔에 안긴 채 가슴을 쓸어내렸다.
“자, 레이디 마린. 우리나라에서 가장 격식 있는 린더 공작가(家)의 영애가 왕궁의 발코니에서 뛰어내리려 했던 이유를 들려 주실까?”
깊고 달콤한 바리톤이 귓속에 스르륵 들어왔다. 매달려 있을 때는 알아채지 못했지만, 그 목소리는 역시 들어 본 기억이 있었다.
마린은 깜짝 놀라 자신을 구해 준 남성의 얼굴을 올려다봤다.
정원의 가스등 불빛을 받아 부드러운 다갈색 눈동자가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도 그는 잘생긴 입술에 미소를 띠며 제법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그리고 어둠과 분간되지 않을 정도의 흑발. 살짝 긴 앞머리는 손으로 대충 정돈한 모양이었다. 흐트러진 모습이 요염해서 마린은 당황했다.
‘전에 만났을 때는 머리카락이 조금 더 짧았던 것 같은데…. 깔끔하게 세팅되어서 그렇게 느꼈던 걸까?’
정한하다고 생각한 첫 대면의 인상이 조금씩 변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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