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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의 광애

집사의 광애

(앨리스 노벨)

사쿠라이 사쿠야 (글), 하치 후지코 (그림)
  |  
앨리스노블
2016-03-31
  |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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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의 광애

책 정보

· 제목 : 집사의 광애 (앨리스 노벨)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라이트 노벨 > 앨리스 노벨
· ISBN : 9788960525429
· 쪽수 : 304쪽

책 소개

귀족 영애 마틸다에게는 은밀하게 마음에 둔 남성이 있었다. 어렸을 때 어떤 사고에서 몸을 바쳐 구해준 집사 키이스였다. 이미 약혼자가 정해진 마틸다는 집안을 위해 결혼을 받아들이려 하지만, 어느 날 그 약혼자인 빈센트에게 부당한 폭력을 당한다.

목차

서장
제1장
제2장
제3장
제4장
제5장
종장
후기

책속에서

8년 전, 그날 오후도 마틸다는 평소와 변함없는 때를 보내고 있었다.
네 살 터울의 여동생 조디는 대단한 말괄량이라 잠시만 눈을 떼도 사라지곤 했다.
그럴 때 찾아 헤매는 건 언니인 자신의 역할이었지만 그날은 평소와 모습이 달랐다.
“조디, 절대로 거기서 움직이면 안 돼.”
“언니, 얼른 도와줘!!”
눈앞에 우뚝 솟은 것은 수백 년 된 거대 떡갈나무.
수 갈래로 나뉜 가지 끝에 매달린 조디는 얼굴을 찡그린 채 흐느껴 울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 거기까지 올라간 것일까? 제법 위에 있는 가지 끝에서 흔들리는 여동생을 본 마틸다는 파랗게 질려 어찌할 바를 몰랐다. 하지만 금세 제정신을 차리고 좌우를 둘러보며 지금 막 요청한 도움의 손길을 이제나저제나 기다리고 있었다.
“울지 마, 조디. 착하지? 그대로 손을 떼면 안 돼. 지금 사다리를 가지러 갔어. 조금만 더 참으면 돼.”
“하지만, 하지만, 아까부터 가지가 이상하게 흔들려. 부러질 거야!”
“뭐!?”
“빠직 하는 작은 소리가 몇 번이나 들렸어. 팔에도 이제 힘이 없어. 언니, 얼른 도와줘….”
떼를 쓰는 조디의 모습에 마틸다는 격하게 동요했다.
다시 한 번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아직 누군가가 다가오는 기색은 없었다.
단아한 어머니는, 나무 타기는 귀족 아가씨가 할 일이 아니라고 말씀하셨다. 따라서 마틸다는 오늘날까지 그런 짓을 해본 적이 없었지만 동생의 위기를 눈앞에 두자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가슴을 억누르며 호흡을 정돈하고 결심한 뒤 눈앞의 나무에 손을 댔다. 한 시라도 빨리 동생을 구하고 싶다는 마음이 거세게 발동하여 마틸다는 어른들의 도착을 기다리지 못하고 위로 또 위로 올라갔다.
“기다려, 조디. 언니가 금방 갈게. 거기서 얌전히 있어.”
“언니.”
마틸다는 조디를 달래며 필사적인 형상으로 위를 향해 올라갔다.
신기하게도 이때는 공포 따위 눈곱만큼도 느끼지 않은 채 몸이 자연스레 움직였다.
그런데 절반쯤 올라갔을 때 둔탁하게 삐걱거리는 불길한 소리를 듣자 마틸다는 깜짝 놀라 얼굴을 들었다. 조디가 있는 쪽에서 들린 소리였다.
“히익.”
공포로 작은 비명을 지른 조디는 더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조디. 얘, 조디, 울지 마. 괜찮아. 다 왔어.”
한 시도 망설일 수 없다고 판단한 마틸다는 이를 꽉 깨물고 조디에게 향했다.
이윽고 동생이 매달린 가지의 밑동에 다다르자 좌우의 다리를 가지에 얽고 안정을 꾀하며 조금이라도 조디의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미소를 지었다.
“자, 언니는 여기 있어.”
“언니…, 흑.”
“천천히, 살짝 움직여봐. 여기까지 올 수 있겠어?”
“응, 노력해 볼게.”
마틸다가 가까이에 오자 용기가 생겼는지 조디는 눈물을 꾹 참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 불안정한 상태로는 몸의 방향은 바꾸지 못하고 엉덩이부터 되돌아와야 한다. 매달려 있던 손은 당장이라도 힘이 빠질 것 같았지만 그녀는 마틸다의 말에 따라 조금씩 되돌아왔다.
“언니, 얼마나 남았어?”
“아, 위험하니까 돌아보면 안 돼. 조금 남았으니 힘 내. 언니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으, 응….”
코를 훌쩍이는 모습에 마틸다는 애써 밝은 목소리를 냈다.
조디가 조금씩 가까워졌다. 더욱 더 격려해 주자 작은 엉덩이와 찰랑거리는 밤색 머리카락이 한층 더 가까워졌다. 마틸다 쪽도 잠자코 보고만 있을 수 없어서 그 몸을 얼른 끌어안고자 힘껏 팔을 뻗었다. 자신의 엉덩이 밑에서 빠직…, 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신경 쓸 여유 따위는 없었다.
“아, 닿을 것 같아….”
“정말?”
“조디, 내 손이 어디 있는지 알겠어? 네 발에 닿았어.”
“앗, 언니의 손이다!”
“그 상태로 오면 돼, 조디. 되돌아오면 즉시 언니에게 안겨!”
“응!!”
조디는 크게 고개를 끄덕인 뒤 발을 뒤로 힘껏 뻗었다.
단숨에 거리가 줄어들었고 마틸다는 동생의 허리에 감긴 폭이 넓은 벨트 모양의 천을 잡고 자기 쪽으로 잡아당겼다.
“언니~!!”
“아아, 다행이다! 이제 괜찮아. 하지만 나무 타기는 두 번 다시 하면 안 돼.”
“미안해. 이걸 언니에게 주고 싶었어…….”
조디는 마틸다에게 안긴 채 꼭 쥔 작은 손을 살며시 폈다.
손바닥에 있던 것은 도토리였다.
“……이것 때문에 이렇게 큰 나무에 오른 거야?”
“밑에서 봤더니 이 가지의 도토리가 제일 컸거든!”
얼굴이 새빨개진 조디는 기쁜 듯 웃었다.
이런 미소를 보여주면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마틸다는 조디가 딴 도토리를 받아들고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 반짝반짝 아름답네.”
“그렇지?”
“마틸다 님, 조디 님!!”
서로를 부둥켜안고 있으려니 다가오는 발소리와 함께 밑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키이스!”
내려다본 곳에는 이 집에서 고용한 시종의 아들인 키이스의 모습이 있었다.
아무에게나 도움을 청하던 그때, 그의 모습도 있었던 기억이 났다. 사다리를 들고 숨을 헐떡이는 모습에 마틸다는 눈물이 솟구쳤다.
키이스의 아버지는 이곳 란즈베리가(家)의 가령(家令)이다. 마틸다보다 두 살 위인 그는 아직 열두 살의 견습생이었지만 침착하고 실수 없는 움직임과 마음 씀씀이는 넋을 잃고 볼 정도였다.
마틸다도 조디도 태어났을 때부터 그를 알았고, 온화하게 미소 짓는 흑발의 아름다운 이 소년을 좋아했다.
“조금 멀지만 이 사다리까지 내려오실 수 있겠습니까?”
“……조디, 할 수 있겠어?”
“응.”
“키이스, 조디부터 내려갈게.”
“알겠습니다.”
키이스는 사다리를 손으로 지탱하며 두 사람을 올려다보았다.
그 사이에 다른 시종들도 다가와 그와 함께 사다리를 지탱했다.
“읏차, 읏….”
하지만 말괄량이 조디에게 이 정도는 누워서 떡 먹기였던 모양이다.
그렇게 울어대던 것이 거짓말인 양 술술 내려갔다. 마틸다는 동그래진 눈으로 그 모습을 보았지만 조디의 다리가 사다리에 닿고 마침내 지면에 다다르는 것을 확인하자 겨우 가슴을 쓸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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