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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국외 BL
· ISBN : 9788960525832
· 쪽수 : 170쪽
책 소개
목차
제1장 ··········· 6
제2장 ··········· 26
제3장 ··········· 41
제4장 ··········· 59
제5장 ··········· 76
제6장 ··········· 91
제7장 ··········· 119
제8장 ··········· 137
제9장 ··········· 155
작가 후기 ····· 168
리뷰
책속에서
문 너머에서 바리톤의 미성이 울렸다. 좋은 목소리였지만 조금 위화감이 들었다. 외국 영화에 더빙을 하는 느낌이랄까.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실례하겠습니다.”
말하며 문을 열었다.
“의뢰가 있으십니까?”
사무소는 그다지 넓지 않았다. 문을 열자 몇 미터 앞에 입구를 향해 책상이 하나 있었다. 그 자리에 남자가 한 명 앉아 있었다.
“그게 아니라, 저….”
나는 두 가지 이유에 말을 잃었다.
하나는 사무소 내부가 너무 어수선해서. 그러나 이것은 첫 번째 이유에 말이 막힌 후 몇 초 뒤에 깨달은 것이었다.
첫 번째 이유는 바로, 바리톤 미성의 주인이 지금까지 본 적 없는 굉장한 미남이었기 때문이다.
모델이나 배우라 하더라도 이렇게 얼굴이 단정한 남자는 본 적이 없었다. 순수한 일본인이라기보다 하프나 쿼터 혼혈같이 이목구비가 뚜렷한 미남이었다.
“아닌가?”
내가 아무 말 없이 서 있자 남자는 불쑥 일어나 다가왔다. 큰 키에 몸매가 좋아 정말 모델 같았다.
“그럼?”
곁에 다가온 그는 내가 쥐고 있던 광고지를 보고 아아, 하고 납득한 듯 미소 지었다.
“혹시 구인 모집 광고를 보고 온 건가?”
“아, 네. 그런데요….”
그제야 겨우 남자의 미모에 익숙해진 나는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싶어 자기 어필을 시작했다.
“탐정 조수라는 일에는 예전부터 흥미가 있었습니다. 방금 전 우연히 이 광고지를 보고….”
그리고 곧 지금까지 깨닫지 못한 게 이상할 정도로 중요한 것을 떠올렸다.
“죄, 죄송합니다. 서두르느라 이력서 준비도 못했습니다만….”
구직을 하면서 이력서를 준비하는 건 아주 당연한 상식이다.
‘운명’이라며 들뜰 때가 아니었다. 우선 편의점에라도 달려가 이력서를 사서 쓰고 준비해야만 했다.
무엇보다 여기서 우리 집은 그렇게 멀지 않으니 집에 돌아가 제대로 된 정장으로 갈아입고 다시 나와야만 했다. 나는 갑작스런 해고 통보 때문에 서둘러 책상 정리를 하느라 잔뜩 주름이 진 정장을 내려다보았다.
“다, 다시 오겠습니다.”
첫인상은 최악이겠지. 그래도 희망을 붙잡고 싶었다.
그렇게 말하고 발을 돌리려는 순간, 남자가 재빨리 입을 열었다.
“다시 올 필요 없어. 이력서는 없어도 되니까.”
“네? 하지만….”
물론 전단지에는 ‘연령·성별 불문. 자세한 것은 면담을 통해 결정’이라 적히긴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력서 정도는 당연히 준비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표정에 드러났는지 남자는
“자네는 성실하군.” 하며 웃고,
“어쨌든 여기 앉게.”
나를 소파로 이끌었다.
방문자용 소파는 그가 방금 전까지 앉아 있었던 책상 옆에 있었다. 빈말로라도 좋다고는 말할 수 없는 패브릭 소파엔 군데군데 커피를 흘린 것 같은 얼룩이 남아 있었다.
“저―.”
나는 소파에 앉은 후 일단 자기소개를 하려고 입을 열었으나 눈앞에 앉은 남자가 먼저 말을 하며 막았다.
“채용 시험은 이거만 하면 돼.”
그렇게 말하며 남자는 느닷없이 정장―질이 좋고 남자에게 굉장히 잘 어울렸다―안쪽 주머니에 손을 넣고 꺼낸 ‘그것’을 머리에 썼다.
그리고 서두로 돌아왔다.
“야옹.”
남자가 주머니에서 꺼낸 것은 접힌 머리띠였다. 평범한 머리띠가 아니었다. 복슬복슬한 봉제 고양이귀가 달린 머리띠였다.
무늬는 삼색 털… 아니, 그런 건 어떻든 상관없지만. 그의 갑작스런 행동에 나는 그저 깜짝 놀라서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지금껏 본 적 없는 멋진 남자가 갑자기 머리에 고양이귀 머리띠를 썼다. 놀라는 게 당연했다.
그뿐만 아니라 ‘야옹’이라는 고양이 울음소리 흉내까지 낸 남자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러자 남자가 더욱 놀랄 만한 말을 꺼내길래 순간 정신을 차렸다.
“합격.”
“왜죠?!”
당연히 기뻐해야만 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기쁘다는 생각보다 내가 어째서 합격한 건지 의문이 떠올랐다. 내 물음에 남자는 고양이귀를 벗으며 싱긋 미소 짓고 이유를 가르쳐 주었다.
“무엇을 보아도 동요하지 않는 것. 그게 탐정의 조건이니까.”
“…그렇군요….”
정직하게 말하자면 ‘동요하지 않은’ 게 아니라 너무 놀라서 반응을 할 수 없었던 것뿐이지만.
멋지게 오해한 남자를 보며 오해를 풀어야 하는지 한순간 고민했다.
“오늘부터 잘 부탁하네. 하네코시라고 해.”
나는 남자가, 즉 하네코시 탐정이 불쑥 내민 오른손을 망설임 없이 잡았다.
“잘 부탁드립니다. 타마키 미츠노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