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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국외 BL
· ISBN : 9788960526112
· 쪽수 : 248쪽
책 소개
목차
제2장 ····················· 22
제3장 ····················· 60
제4장 ····················· 74
제5장 ····················· 86
제6장 ····················· 100
제7장 ····················· 117
제8장 ····················· 128
제9장 ····················· 142
제10장 ···················· 151
제11장 ···················· 178
제12장 ···················· 196
제13장 ···················· 217
제14장 ···················· 227
작가에 대하여 ·········· 246
리뷰
책속에서
“추워요?” 부르르 떠는 나를 보고 케이지 형사가 물었다.
고개를 젓고 숨을 들이쉬었다. “아녜요, 괜찮아요.” 그리고 일어서서 지갑을 꺼냈다.
“내가 낼 게요.” 그가 옆에 서서 딱딱하게 말했다.
“천만에요.” 나는 25달러를 내려놓았다. 팁도 냈다. “형사님께 빚지느니 차라리 총을 맞고 말겠어요.”
케이지 형사가 나를 째려봤고, 나는 웃으며 그의 팔을 토닥였다. “나중에 봐요.”
그러자 그가 한 손으로 내 어깨를 잡았다. “댁까지 태워드리겠습니다. 그냥 있으세요.”
그래서 그가 자기 몫을 계산할 때까지 가만히 서 있다가 가게를 나섰다.
“수갑 채우는 건 어때요? 누가 우리 둘이 사귀는 사이로 착각하지 않게.” 나는 가볍게 말을 건넸다.
“제정신인 사람이면 그런 생각은 안 할 겁니다.”
“그래요?”
“네, 절대로요.”
“왜요?”
“그냥 그런 거니까요.” 하지만 자세히 설명하진 않아서 더는 묻지 않기로 했다.
골목은 어두웠지만 그가 바로 내 뒤에 있어서 무섭진 않았다. 골목 끝에서 케이지 형사의 차를 발견하고 솔직히 안심했다. 얼어 죽을 지경이었기 때문이다.
“질문 하나 해도 될까요?”
나는 얼굴을 찡그렸다.
“그건 왜 그러는 겁니까?”
미소를 지으려 애썼다. “미안한데 무슨 말이죠?”
“미안하지도 않으면서 사과하지 말아요. 왜 움츠려드는 겁니까? 내가 대체 뭘 물어볼 것 같아서 그래요?”
“끔찍한 거요.”
그가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쏘아봤다. “좋은 반격이네요.”
“지뢰밭을 탐지하는 것 같다니까.” 나는 SUV에 도착해서 중얼댔다.
문이 열리자 차가 경보음 해제 소리를 냈다. 나는 올라타 몸을 기울여 운전석 쪽 문을 열고 케이지 형사가 윽박지르기 전에 안전벨트를 맸다.
“대체 왜 재킷이 없어요?” 그가 퉁명스럽게 물었다.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재킷은 있어요. 아직 그렇게 춥지 않은 데다 클럽에 들고 가 맡겼다가 나중에 들고 나오는 게 귀찮아서 안 입고 다니는 것뿐이에요.”
“그러니까 차라리 폐렴 걸리고 말겠다는 겁니까?”
“형사님, 폐렴의 원인은 병균이지 추위가 아니라는 사실을 아세요?”
“참 재미있군요.” 케이지 형사가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나는 고개를 뒤로 젖혀 편한 자세를 취했다. 휴대전화가 울렸지만 케빈이라서 음성 메시지함으로 넘어가도록 내버려두었다. 이어서 테일러가, 다음엔 닉이 전화했지만 통화할 기분이 아니었다. 차 안은 따뜻했고 우리 둘 다 말없이 조용해서, 나는 이내 졸기 시작했다. 또 휴대전화가 울리자 이번엔 아예 진동 모드로 바꿔 두었다.
“그거 계속 울리나 보죠?”
“으음…, 네….” 반쯤 자는 상태로 대답했다.
“인기가 많나 봐요?”
나는 투덜거렸다. 케이지 형사가 차를 몰고 도로로 나갔다. 그에게 전화가 걸려왔고, 이어 시간과 날짜에 대해 통화하는 것이 들렸다. 경찰관의 삶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상시 대기 상태인 일을 한다는 건 어떤 느낌인지 궁금했다.
차 안은 따뜻했고 길은 매끄러웠다. 타이어가 도로에 닿으면서 낮게 웅웅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곧 시간 감각을 잃어버렸다.
“죠리.”
내 목덜미를 쓰다듬는 그의 손가락을 느꼈다. 이내 차가 멈췄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제길. 미안해요.” 자세를 고쳐 앉으며 숨을 들이쉬었다. 얼마나 오래 잤는지 모르겠다.
“차만 타면 늘 뻗어서 잠들어 버려요.”
“나도 운전 안 할 땐 그래요.” 케이지 형사가 부드럽게 말했다.
“고마워요.” 문을 열면서 쉰 목소리로 말했다.
“이봐요.”
그를 돌아봤다.
“조심해요, 알았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증인 보호를 받지 않겠다니 정말 바보 같은 사람이라니까.”
“형사님, 전 새 신분을 원하지 않아요. 저는 그저―.”
그는 손을 들어 내 말을 가로막았다. “그만 됐어요. 그냥 앞으로는 좀 더 눈에 띄지 않도록 해요.”
나는 노력해 보겠다고 약속했다.
그가 뭔가를 중얼거렸다.
“방금 뭐라고 했어요?”
“아무것도 아녜요.”
“형사님, 제 걱정을 하신 거예요?” 나는 희망을 품고 물어봤다.
“아뇨.” 그가 투덜대며 대꾸했다. “그저 머리통이 날아간 그쪽을 발견하고 싶지 않을 뿐이에요.”
그리고 희망의 문은 거기서 닫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