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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미술 > 미술사
· ISBN : 9788960530652
· 쪽수 : 296쪽
책 소개
목차
사라진 지성, 사라진 시선
그림을 ‘읽게’ 만드는 힘
1. 내가 특히 좋아하는 그림
2. 모나리자
3. 회화, 그 비언어적 사고
4. 원근법의 발명
5. 원근법과 <수태고지>
6. 모든 척도를 벗어나는 동정녀 마리아
7. 가브리엘 천사와 무임승차자
8. 화가들의 비밀
9. 게임의 법칙
10.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원근법
11. 도둑맞은 논문
12. 기억술에서 수사학으로
13. 결혼의 방
14. 마니에리스모에 대한 오해
15. 베르메르의 비밀
16. 아나크로니즘의 모순과 그 운명
17. 그림은 생각을 한다
18. 마네에서 티치아노로
19. 점점 더 못 보는 이유
20. 디테일을 보는 법
21. 가까이에서 보는 그림의 미술사를 위하여
22. 복원을 위한 변명과 옹호
23. 내 영혼의 플래시
24. 무위=욕망
25. 현대미술을 보는 눈
리뷰
책속에서
유념해야 할 점은 원근범은 이런 배치 방식도 전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원근법은 단순히 소실점과 소실선만 갖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알베르티도 말했다시피 소실점, 소실선, 지평선을 만들기에 앞서 먼저 배치할 틀을 만들어야 합니다. 틀은 창문 같은 것으로, 틀 배치는 그릴 공간을 결정하는 일입니다. 그러나 이 틀은 바깥 세계를 향해 열려 있는 창문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알베르티도 이런 말을 하지는 않았죠.) 그 창문으로부터 시작해 이야기를 숙고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정학하게 잘 지적한 말이죠. 틀은 그림의 독립성을 결정하고 '응시'에서 시작해 '성찰'로 나아가게 해줍니다. 원근법이 작동하는 것은 바로 이 틀 안에서입니다. 15세기부터는 이 '틀 배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완벽하게 인식하고 있던 화가들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프라 안젤리코는 이를 깨달은 최초의 화가 가운데 한 사람이지요. - 본문 72쪽에서
역사가가 흥미를 느끼는 쟁점은 바로 그림의 내밀성입니다. 미술관에 작품이 전시되는 오늘날과 같은 상황은 불가피하게 원래 작품은 아나크로니즘적으로 감상하게 만들므로, 역사적 조사를 통해 이런 시대착오성을 수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 과정을 통해 그림 속에 나타난 화가의 내밀성을 엿볼 수 있는 놀라운 기회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이건 새로운 미술사의 한 장이 될 수 있습니다! 아니,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아주 흥미진진한 쟁점이지요. 전시 효과 때문에 그림을 더욱 잘 볼 수 있게 된 오늘날, 과거의 그림 속에 화가가 내밀하게 심어놓은 것을 볼 수 있다면, 이것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요? 이건 함부로 속단할 수 없는 아주 미묘한 사안입니다. 내밀성이란 비밀의 세계입니다. 그런데 마네티도 말했지만, 그림, 즉 보여지기 위한 시각 장르인 그림 속에 화가의 내밀성을 발현시켜 놓았다면 이건 결국 비밀이 지켜지지 못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누군가가 본다면 그건 더 이상 비밀이 아니죠. - 본문 225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