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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미술 > 미술가
· ISBN : 9788960532175
· 쪽수 : 280쪽
책 소개
목차
박수근의 눈부신 슬픔
01 양구 시절 1914~1925 전설
푸른 연기 아롱지는 땅
화강암의 전설
미술과의 만남
02 열망의 세월 1926~1934 도전
밀레에게 길을 묻다
도전의 요람, 춘천
환희와 불안
03 춘천 시절 1935~1939 희망
고난과 희망
밀레로의 회귀
백흑조의 계음, 미완의 화가
04 평양 시절 1940~1945 미석
삶의 전환
신혼의 평양
미석의 등장
05 광복과 전쟁의 시절 1945~1953 폭풍
폭풍의 시절
미석화풍의 탄생
시대와의 조우
06 서울 시절 1953~1955 경계
신사실주의자 김환기와의 만남
사실과 추상의 경계
부침의 반복
07 창신동 시절 1956~1957 전환
서양에서 온 애호가
변화의 순간, 1956년
영광과 고통
08 좌절과 절정의 시대 1958~1959 절정
소박파에서 독자파로
동서융합, 그 한국미의 절정
좌절과 극복의 세월
09 혁명과 정변의 시대 1960~1962 침묵
침묵, 그 경계선에서
긍정의 시선
40대의 끝, 오월의 태양
10 전농동 시절 1963~1965 불행
불행의 사신
궁핍한 시절의 추억
11 나의 시대, 나의 그림 1965 하늘
고귀한 예술양식
영원한 흑백계음
생활의 서정시
신사임당과의 만남
격조와 고담의 이상
멀고 먼 하늘나라
박수근 연보
참고문헌/주
도판목록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박수근 작품의 주제에 대하여
“밀레의 그림은 언제나 다시 그려보고 싶은 것이었습니다. 그 농촌 풍경과 농부들은 저의 멍든 가슴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자연 속에서 더불어 사는 가장 순수한 인간의 삶, 그것은 언제 그려도 좋은 소재입니다.” - 박수근
지방색 및 풍토색을 낙후한 것들의 증표라고 생각했던 시절에도 박수근은 초가집과 절구질하는 한복 입은 여성을 포기할 수 없었다. 나물 캐거나 빨래터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여성 또는 아이 업고 장보러 가는 아낙네가 현대 도시풍속으로부터 뒤떨어진 과거 농촌풍속이며 후진성의 상징이라고 해도 박수근에게는 세상의 모든 것이었다. 박수근에겐 그 사람, 그 풍속, 그 풍경이 현대생활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단 한 번도 버리지 않았던 소재와 주제가 설령 지방성, 풍토성을 안고 있어서 낙후한 것이라고 지적을 당했어도 이제는 너무 깊이 제 것으로 들어와 있었기에 포기할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차라리 그 소재야말로 한국다운 생활방식과 사고방식의 핵심체(核心體)라고 주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박수근이었기에 현대도시에서 찾아낸 소재도 기껏해야 가판대나 노점의 행상이었고 건물이라고는 해도 판잣집뿐이었다.
박수근 작품의 기법과 형식에 대하여
“요즘 제가 그리는 수법은 상징적이면서 인상적인 것을 추구하고 있으며 아름다운 화면을 그리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 박수근
이렇게 소재와 주제에서 낙후한 박수근이라고 해도 결코 새로운 시대의 조류에 따르는 현대화를 향한 모색은 포기할 수 없는 과제였다. 박수근은 재료와 기법을 운용하는 전혀 새로운 방법을 통해 그 과제를 해결해 나갔다. 상징적이면서 인상적인 것이란 기하학 형태의 구조화를 바탕삼아 이룩한 단순성, 평면성의 결과로서 박수근 양식의 요체였다. 박수근은 수평과 수직이 교차하는 선과 면을 치밀하게 계산하고서 원근법을 무시한 대담한 배치로 여러 사물들을 평면 안에 흡수하는 것이다. 그 평면, 평판은 어느덧 화강석과도 같이 굳건한 중량감을 갖추는데 여기에 그치는 것만이 아니다. 평면에 빨려들어간 각각의 사물들은 견고한 구조를 위한 요소이지만 서로 짜임새 있게 관계를 맺고 있어 관계 속에 살아있는 생명인 유기체로 다시 태어난다. 박수근이 도달한 고귀한 예술 형식은 독학의 길을 걸어온 화가, 배울 길 없어 미숙한 기술로 출발해 끝없이 되풀이함으로써 성취한 꾸밈없는 질박미(質朴味) 또는 아득한 고졸미(古拙味)였다. 누구도 감히 훔칠 수 없는 우주의 비밀에 다가선 박수근만의 양식, 그것은 그 시대 미술이 이룩한 최고의 조형이자 한 시대를 가름할 수 있을 고귀한 양식, 바로 미석양식 그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