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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사진 > 사진이야기/사진가
· ISBN : 9788960532311
· 쪽수 : 320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 일상에 대한 시시콜콜한 기록
1. 사진놀이
1-01 사진놀이
1-02 어린사색
1-03 사진을 쓴다
1-04 사진을 쏜다
1-05 “두려움에 빠지지 않기 위해 사진을 찍는다”
1-06 무제?
1-07 진짜 증명사진
1-08 나비효과
1-09 복통
2. 좋은 사진, 나쁜 사진
2-01 좋은 사진, 나쁜 사진
2-02 생활의 발견, 관찰과 예측
2-03 우연과 진화
2-04 알을 품다
2-05 훈민정음
2-06 사진감정
2-07 기수열외
2-08 같은 풍경, 다른 사진
2-09 무엇이 좋은 사진을 만드는가
2-10 그림 같은 사진
3. 기술과 예술
3-01 당신의 부인은 납작하군요
3-02 사진의 비밀
3-03 음 이탈을 꿈꾸며
3-04 상처
3-05 감동과 감정
3-06 롤플레잉 ‘사진’ 게임
3-07 괴물 같은 토끼
3-08 안경잡이 생활
3-09 카메라와 스펙
4. 여행과 일상
4-01 눈으로 보기는 한 거야?
4-02 스마트한 기록
4-03 추억 만들기
4-04 4D 같은
4-05 고드름과 귤
4-06 “사진은 선착순이 아니잖아요”
4-07 당신이 잠든 사이에
4-08 출장과 소주병, 그리고 환호
4-09 續(속), 추억 만들기
5. 찍새유감
5-01 찍새유감
5-02 주사위와 도박
5-03 여유무취(餘裕無臭)
5-04 살인풍경
5-05 생계형 사진기자
5-06 팽이와 투 바디
5-07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
5-08 된장 같은 사람
5-09 욕을 많이 먹어 오래 살 것 같다
5-10 디지털과 아날로그
5-11 얼레리 꼴레리
5-12 좌우로 나는 개 같은 고양이
에필로그 - 나는 안티기자다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전쟁터에서의 전우와 달리 경기장에 죽 늘어앉은 사진기자들은, 물론 동료이지만 또한 경쟁자입니다. 사냥꾼처럼. 누군가는 사자를 잡고, 누군가는 계속 토끼만 잡기도 하죠. 물론 토끼도 사자도 다 잡는 능력자도 있습니다. 그런데 또 누군가 그만 커다란 고래를 잡았다면, 사자도 토끼와 별반 다를 게 없답니다. (…) 수전 손택은 《사진에 관하여》에서 “우리는 두려움에 빠질 때 총을 발사한다. 그렇지만 향수에 젖을 때면 사진을 찍는다”고 말했죠. 그녀는 몰랐을 겁니다. 사진기자에 대해 알았다면 “두려움에 빠지지 않기 위해 사진을 찍는다”고 했을지도 모르죠. 고래를 못 잡는 두려움. (48~49쪽)
사진은 그냥 있는 것을 찍는 게 아니라 개인적인 경험을 담은 시선으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것에 가깝다고 생각하거든요. 사진은 숨바꼭질입니다. 우리들은 똑같은 도심 혹은 그 어떤 곳이든 비슷한 환경 속에 있지만, 각자 다른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무궁한 가능성 속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꼭 유럽의 어느 멋진 도시를 걸어야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당신의 출근길에서, 집에서, 골목길에서, 화장실에서, … 어디서든 그동안 바라보았으나 주의 깊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에 대해 궁리해 본다면 거기에 다른 이야기가 숨어 있을 수 있다는 겁니다. 일종의 ‘익숙한 것들을 낯설게 보기’라고 할 수 있죠.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에 보면 미술계에 이러한 논쟁이 있었다고 합니다. 미술가에게 미(美)란 자연을 능숙하게 모방하는 것인가, 아니면 자연을 ‘이상화’할 수 있는 능력인가. 18세기 이후, 자연을 성실하게 묘사하거나 붓과 물감으로 시를 쓰는 시인이 되거나 하는 등으로 구분되기는 했지만, 여하튼 여기서 저는 ‘과연 사진은…?’ 하는 의문을 던지게 됩니다. (…) 전 사진은 그냥 자연의 복사가 아니라고 믿습니다. 그래야 사진 찍고 살겠죠. 카메라로 시를 쓰고 싶네요. (109~110쪽)
사진도 그렇습니다. 우리가 두 눈으로 보는 세상을 카메라는 한 개의 렌즈로 담아냅니다. 그리고 3차원을 2차원의 평면으로 표현하죠. 사진은 객관적일까요? 사진은 언제나 신뢰할 수 있는 기록과 증거라는 믿음이 있었죠. 정말 그럴까요? 잘 찍은 사진이 꼭 좋은 사진이 아닐 수 있다는 의심. 앞서 했던 이야기처럼, 화가의 생각과 의도가 잘 드러난 그림 같은 그림(?)이 광학기술을 이용해 마치 사진처럼 그린 그림보다 더 좋은 그림일 수 있다는 걸 떠올리면 될 듯하네요. 사진은 객관적인 것이 아니라 주관적인 것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래야만 사진은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사진기자는 중요하지 않다고 하는 사람들의 생각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제 생각이지만요. 며칠 전 신문에 난 한 가수 인터뷰에 이런 말이 있더군요. “가수는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다. 뮤지션은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사람이다. 아티스트는 창조하는 사람이다.” 아티스트까지는 무리지만 뮤지션까지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가수 같은 사진기자보다 뮤지션 같은 사진기자가 많아져야 그 사진을 담아내는 사람도 중요하다고 여겨지지 않을까요. 세잔의 사과, 고흐의 사이프러스 나무나 해바라기처럼, 어떤 사진을 보면 누구의 사진이구나 이럴 수 있는 사진. 잘 찍은 사진이 아니어도 좋은 사진일 수는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