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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전 한국소설
· ISBN : 9788960532663
· 쪽수 : 207쪽
책 소개
목차
1 유신애의 집
2 매만 보고 가는 사나이들
3 객실 풍경
4 아마릴리스
5 다이아몬드와 오물차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밤낮 해봐야 시시한 얘기, 시시한 족속들의 얘기라는 건 뻔하지. 누구네 집에 누구누구가 초대되고 누구누구는 빠지고 누구하고 누구의 눈길이 맞았고…… 대충 그런 거지. 남의 나라에 서처럼 귀부인들이 살롱을 열어 정계를 주름잡고 예술의 전당이 되고…… 그런 흉내를 내고 싶은 모양이지만 따라가 주어야 말이지. 좀 거창한 말씀을 하신다면 웅장한 코의 소유자인 시라 노 드 벨주락께서는 외사랑 하던 절세가인에게 주보週報를 들려주었다는데 사교계의 가십이라도 그 정도까지 올라가려면 아득하외다. 농사꾼 계집들한테 다이아몬드의 목걸이를 걸어준 격이지. 가랑이 찢어지게 생겼어 가랑이. 뱁새가 황새 따라가려면 으흐흐…….”
“남의 앞에서 화장 안 하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하지만 귀부인이고저 하고, 여류명사이고저 하고, 청렴결백한 인격자이고저 하는 그 화장이 너무 짙어서 회벽이 되었다면, 그건 흉물 이지 어디 미인이라 할 수 있겠어요?”
동생을 외면한 유 여사의 얼굴이 불쾌감에 일그러진다. 병삼의 눈은 더욱 잔인하게, 어쩌면 병적으로 잔인하게 빛났다.
“다방을 경영하고 영업용 택시를 굴리고, 때론 홍콩에서 온 보따리까지 취급하면서…… 뭐 조상님한테 막대한 유산이라도 물려받은 것처럼, 그렇게 말하고 싶은 거죠? 그러지들 마세요. 체면이 두렵고, 치사한 짓이라 생각되면 안 하는 거지, 안 하는 거요.”
“그럼, 날더러 광고하고 다니란 말이냐!”
소리를 팩 지른다.
“이제 부자들도 고상해질 시기가 오지 않았습니까?”
아차 이것은 오발이었구나 생각했을 때, 때는 이미 늦었던 것이다. 부인은 완연히 불쾌한 낯빛이었고 양두연은 당황한 나머지 지금껏 마시고 반쯤 남은 커피에다 설탕을 처넣으며 범벅을 만들고 있었다.
부인은 무슨 생각을 했던지 불쾌한 낯빛을 펴고,
“그럼, 여태까지 부자들은 모두 천박했었다는 얘기가 되겠군요.”
멋쩍은 듯 웃었다. 그만해두었음 좋았을 것을,
“아아, 아닙니다. 저, 그, 그 벼락부자 말이죠. 아니 저 해방 후 탄생한, 아니 전후에 탄생한 부자들 말입니다.”
이거 나올 돈도 안 나오겠다 생각하니 병삼은 초조했던 것이다. 양두연의 얼굴은 시뻘겋게 변해 있었다.
“우린 해방 후의 부자예요. 아니 육이오 동란 후죠, 정확히는.”
부인은 피부를 바늘로 찌르듯 말했다.
“저 그, 그것은, 하기야 실상은 우리 조상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