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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61840705
· 쪽수 : 236쪽
책 소개
목차
머리말 4
집으로 가는 길 15
마지막 기억 21
별빛 젖은 샌드위치 35
산타할아버지 43
친숙하지만 낯선 그녀 48
할아버지의 고향 57
큰무당과 마리아 65
하늘 아래 두 영혼 76
태양처럼 빛나는, 대지처럼 포근한 84
두려워하지 마. 용기를 내 92
전설을 들어 봐. 신화 속으로 들어와 100
눈부신, 그 푸르른 느티나무 아래에서 109
숲 속에 숨겨진 그 은밀한 비밀 124
노인이 되신 예수님 137
내 안의 오랜 친구 158
어른이 되어 가는 길목에서 168
황금빛 실타래 177
엄마의 기도 188
다시 찾아온 이별 196
별빛 아래 두 영혼 202
겨울의 끝자락 212
태양의 눈물 225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들은 다름 아닌 내 안의 두려움과 공포라는 또 다른 나였다. 그것을 인식한 순간, 나는 팔에 힘을 잃기 시작했다. 다리에 긴장이 풀어진다.
어디에선가 또다시 강한 그의 음성이 들렸다.
‘약해지면 안 돼! 두려움은 버려!’
그 소리가 내 가슴을 뚫고 들어와 폐부를 찌르는 것 같다. 그 소리에 정신을 차려보니 내 주변으로 하나둘씩 그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나는 다시 빛 조각들을 잡으려고 하늘로 팔을 올렸다. 그러나 내 손에 잡힌 건 거칠고 흉물스러운 그들 중 누군가의 손이었다. 그들이 내 팔과 다리를 잡고 두려움과 공포의 절벽 아래로 나를 끌고 가는 것이다.
“지금…… 여기에 계시나요? 혹시, 제 얘기를 듣고 계시다면…… 저는 엄마를 또 만나고 싶어요.”
그러나 나는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했다. 나도 모르게 서러움과 그리움이 올라와 목이 메였기 때문이었다. 내 눈에 비친 마리아의 모습이 나처럼 울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때였다. 갑자기 눈물로 선명하게 씻긴 예수님의 주름진 성의 사이로 비 갠 후의 무지개처럼 한 줄기 빛이 솟아올랐다. 잠잠히 솟아오른 빛이 섬광을 번쩍이자 순식간에 성의가 걷어지고 그 본연의 찬란한 몸이 드러났다. 그것은 어떤 색으로도 표현할 수 없는 빛, 그 자체였다.
마냥 기분 좋은 태양은 대지의 작은 생각의 틈을 미처 눈치 채지 못했대. 그래서 그 작은 틈은 점점 더 커지게 되고, 급기야는 균열이 생기고, 땅은 갈라지게 되었어. 먹구름이 떠난 후, 자기 몸이 말할 수 없이 황폐해지자 대지는 빗방울들을 찾아 다른 별로의 이동을 결심했지. 젖과 꿀이 흐른다고 하는 별로 말이야. 태양은 말릴 수가 없었대. 대지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지 못했던 자신을 탓하면서, 그냥 그 선택을 지켜보았어. 대지를 잃어버린 꽃은 너무나 슬펐어. 태어나서 처음으로 적막함이 무엇인지 느꼈던 거야. 꽃은 바람이 불면 흔들렸고, 틈만 나면 자신을 노리는 여우의 공격에 대항할 힘이 없었어. 자신의 뿌리를 단단히 지탱해주던 대지가 떠났으니 당연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