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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61844130
· 쪽수 : 336쪽
책 소개
목차
들어가는 글
첫 번째 정거장: 일상
양말
강아지
지갑
연남동
안경
컴퓨터
두 번째 정거장: 관계
효심
불안
페이스북
신앙
나의 엄마가 만약 고물상을 한다면
눈물
세 번째 정거장: 일
선거
용팔이
네 번째 정거장: 책과 글쓰기
출판
나
책
커피
저자소개
책속에서
눈물 - 여자 성진
무표정한 아이. 말에 억양도 딱히 없고 감정 표현도 잘 하지 못하는 아이. ‘아이’라고 하기엔 다른 학생들보다 나이도 더 많이 먹은 학생. 뮤지컬 수업 첫 학기에서의 나의 포지션이었다. 가르치는 분은 이OO선생님.
무표정한 아이. 울지도 웃지도 않는 아이. 웃어도 마음이 늘 불안한 아이. 왜 울지 못하는지 알 것 같으면서도 정확히는 알지 못하는 아이.
오빠가 군대에서 선임한테 맞았을 뿐 아니라 후임한테도 맞았다는 이야기를… 이제서야 들었다. 그렇다면 선임한테 폭행당한 것은 수긍할 수 있는 것일까? 난 그 부분은 눈 감고 싶었던 것 같다.
‘군대는 어쩔 수 없어. 내가 이 나라의 군대문화를 비판한다면? 극우세력들의 먹이가 되거나 권력의 핍박을 받을 거야…….’
무표정한 엄마. 10년 전이었던가? 7년 전이었던가? 내게 말씀하셨다.
엄마가 감기 몸살이 나서 병원에 갔는데 의사가 이렇게 말을 했단다.
“표정이 어두우시네요.”
엄마는 답하셨다지.
“내 표정이 안 어둡게 생겼어요?”
오빠는 부대인원이 백세 명인데 백두 명한테 맞았다지. 난 견딜 수 없
어. 내가 그 안에서 지냈다면 나 또한 버티지 못했을 거야.
흔한 표현 같지만, 눈물 길은 몸에 든 멍이 풀려서 밖으로 나오는 길.
운 만큼 몸무게도 줄 것 같아.
눈물 – 남자 성진
“울면 고추 떨어진다!”
우는 것은 나약하다고 듣고 배웠다. 군대도 다녀오고 여느 한국남자처럼 나도 감정을 절제하는 것이 멋이라는 교육을 받고 자랐다. 남자는 태어나서 세 번 운다는 둥.
정신나간 교육이다. 슬프면 눈물을 흘릴 줄 알아야 슬픔 그 다음의 감정이나 생각을 받아 들일 수 있다. 우는 것을 참는 일이 반복될 때마다 스스로 감정을 차단하는 것에 익숙해지고 나이가 들어서는 다른 사람에게 이렇게 말하게 된다.
“뭐 그런 걸 가지고 그래?!”
위로할 줄도 모르는 ‘미개인’이 되어 버린다. 인간 사회 구성원, 특히 가족 사회에서 위로는 당연히 가장 잘 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특히 한국 남자들은, 아직도 위로하는 방법을 만화에서 배운다. 일본 만화에서……. 그러다 보니 어설프게 다른 사람 위로는 할 줄 알게 되는데 스스로 위로 받을 일이 생기면 일본인들처럼 남에게 위로받으려 하는 것이 폐를 끼치는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어 버렸다.
상처를 서로 핥아주는 것은 자연이 준 당연한 본능일 텐데…….
그러고 보면, 난 나름 깨어있는 사람이다.
여자 성진, 위로하고 위로 받는 법을 배울 수 있는 책 한 권 남자 성진에게 권해줘요. 위로 받고 위로하는 인간이 될래요.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