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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기호학/언어학 > 한국어/한문
· ISBN : 9788961844161
· 쪽수 : 264쪽
책 소개
목차
머리말
Ⅰ. 훈민정음은 우리말을 표기하는 수단이었는가?
Ⅱ. 훈민정음은 어떻게 이해되어 왔는가?
Ⅲ. 훈민정음이란 무엇인가?
Ⅳ. 언문청과 정음청은 동일한 기관인가?
Ⅴ. 언문과 훈민정음은 어떻게 다른가?
Ⅵ. 남은 문제들
참고문헌
저자소개
책속에서
언문과 훈민정음의 사이
(전략) 『훈민정음』 해례본은 운서, 자모, 한자의 음가를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훈민정음이 단순히 한자 음가를 고려하였다는 의미가 아니다. 우리말과 중국어는 언어의 구조가 크게 다르다. 흔히 우리말은 굴절어이고, 중국어는 고립어라고 한다. 우리말은 명사 뒤에 조사가 붙고, 동사 형용사 부사는 어미가 변화하면서 의미를 나눈다. 이를 활용이라고 한다. 또 우리말의 어휘는 다음절어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액센트가 어휘의 의미를 바꾸는 경우가 많지 않다. 이에 대해서 중국어의 어휘는 단음절에서 출발하였다. 어휘가 기본적으로 단음절이기 때문에 동음이의어가 많고, 이를 구별하기 위하여 액센트가 발달하였고 이것이 평성 상성 거성 입성 혹은 1~4성 등의 성조를 형성하였다.
두 언어의 이런 차이 때문에, 글자의 표기법에서 발생하는 문제도 다를 수밖에 없다. 우리말의 경우는 소리 나는 대로 표기할 것인지 의미를 중심으로 쓸 것인지가 문제가 된다. 지금도 여전히 문제가 되는 부분이다. 40년 전에는 사냥군이 올바른 표기였는데, 지금은 사냥꾼이 올바른 표기가 되었다. 군은 군사 군(軍)에서 온 말이기 때문에, 의미를 중심으로 쓰면 우리가 어떻게 읽던 간에 사냥하는 군사 즉 사냥군이 옳다. 그러나 읽는 대로 표기하자고 하면 사냥꾼이 되는 것이다. 효과(效果)는 과거에는 읽을 때는 ‘효꽈’라고 읽었다. 그런데 지금은 ‘효과’로 읽자고 한다. 조선시대에도 ‘바라미’ ‘새미’라고 쓸 것인지 ‘바람이’ ‘샘이’이라고 쓸지가 문제 되었다.
그렇지만 『훈민정음』 어디에도 우리말의 표기를 고민한 흔적이 없다. 『훈민정음』에 우리말이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 중심은 어디까지나 한자 표기 방식이고, 『훈민정음』 이후에 나타난 중요한 성과들도 『동국정운』과 『홍무정운역훈』인 점을 생각하면, 『훈민정음』이 어디에 주된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