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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61889292
· 쪽수 : 296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행복한 아우라
봄
두뇌 싸움 │ 질투! 질투! 질투! │ 그녀를 만나러 가다
여름
작은 악마가 할 것 같은 일 │ 신부는 누구? │ 넘치는 사랑의 독
가을
로맨틱 콤플렉스 │ 사랑은 갑자기 찾아오고 │ 사랑은 파도를 타고
겨울
달콤한 거짓말│ 마법의 거울 │ 사랑이란 고독한 것
에필로그 저 길모퉁이를 돌면
리뷰
책속에서
나는 노트 첫 페이지에 붙어 있는, 드류 배리모어가 환하게 웃는 사진을 오랜만에 어루만졌다. 나와 드류는 아역 출신이고, 한때 뚱뚱했다는 위대한(?)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그녀는 작년에 《피플》 지가 뽑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 1위에 선정됐다. 그런 그녀의 행복 아우라를 닮으려고 잡지에서 오린 사진을 붙여 두었던 것이다. 사진 속 드류의 웃는 얼굴은 지금까지 겪었던 수많은 실패(약물 중독이라든가, 음주, 자살 미수, 불행한 결혼, 비만 같은)를 떠올릴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굉장해. 게다가 위대하고. 역시 행복한 여자의 웃는 얼굴을 이길 상대는 없어. 나도 웃고 싶다. 특히 그와 함께 있을 때는 웃고 싶다.
갑자기 나는 사진첩을 보던 손을 멈추었다. 다케루의 친구들 사이에 기시 마리에가 혼자 끼어 있었던 것이다. 그렇구나. 그와는 어렸을 때부터 알았으니까 당연히 다른 친구들과도 친하겠구나. 그녀는 감각 있는 기모노 차림이었다. 내일. 그녀의 가게로 미팅하러 가기로 했다. 나카타니 유키 씨와 함께하는 기획 모임이다. 내가 사진을 계속 보고 있자 눈치를 챘는지 “이제 그만 봐…….” 하고 다케루가 사진첩을 빼앗았다. “자, 마셔봐.” 그가 만들어 준 칵테일은 사랑의 맛이 난다. 몇 잔 청해 마시는 동안 술에 취한 나머지 머리 회전이 되질 않았다. 다케루도 술에 약한 듯하다. 그도 나와 함께 마시는 동안 자세가 흐트러졌다.
“그런데 괜찮을까, 내가 여기 와도.”
“왜…… 그런 말을 하지?”
“왜긴, 그녀도 여기 올 테니까.”
내가 왔었다는 증거로 귀고리라도 떨어뜨리고 갈까. 오늘은 에미가 선물한 하트 귀고리여서 그렇게 할 수는 없지만.
“오지 않아. 꽤 오랫동안 만나지 않았어. 우리들은 자연스럽게 끝나 가고 있는 중이야.”
“흐응.” 나는 그의 눈동자를 바라본다. “그럼 그녀 이야길 왜 나에게 말했지? 그냥 말하지 않을 수도 있었잖아.”
“양다리 걸치고 있다는 걸 알면 기분 나쁘잖아.”
“양다리라니…… 품위 없이.” 그가 반격했다. “따지고 보면 네가 나중에 나타난 거잖아? 양다리 걸친 걸 알아서 기분 나쁠 사람은 그녀 쪽이지. 불쌍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그는 입술에 힘을 주며 대답했다. 뭐 이런 변명이 다 있을까. “아, 안 되겠어.” 내가 중얼거렸다. “속상하지만, 아까부터 윗입술이 말도 못하게 귀여워. 화를 내고 있는데도 말이야…….”
“……남자가 귀엽다는 말을 듣고 좋아할 거라 생각해?”
“기쁘지 않아?”
“아니…… 전혀.”
순간, 다케루의 귀여운 입술이 립글로스를 바른 나의 입술을 덮었다. 결국 말하지 못했다. 내일, 나는 또 한 명의 네 여자를 만나러 간다고.
“그럼, 들어 봐. 내가 점을 한번 볼 테니. ……4년 만에 당신에게 생긴 애인이 지금 양다리를 걸치고 있습니다.”
“앗, 들었구나!”
“미안, 마유, 들렸거든.”
“나 좀 내버려둬.”
“어쨌든 내가 들어서 다행이야.”
언니는 뻔뻔하게 웃었다. 당신은 세상 누구보다 알리고 싶지 않은 상대라고요.
“그런데 적은 어떤 여자지?”
“……말하고 싶지 않아!”
“그래, 하지만 얼마 전에 나에게 질문한 건 네 얘기지?”
“……아아!”
“마유, 인생 선배가 하는 말 잘 들어. 세상 사람들이 겪는 실연의 80퍼센트는 자기 자신에 의한 거야. 지구 온난화와 똑같이 온난화되면 곤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