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62918533
· 쪽수 : 304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이야기 하나. 열아홉 살의 인도
#1 이질감을 느꼈던 순간들
#2 대한민국 인천... 사람은 의외로 큰일 앞에서 초연해진다
#3 태국 방콕... 콜카타로 가는 비행기
#4 인도 콜카타... 여행지로 인도를 선택한 이유
#5 인도 콜카타... 151128
#6 인도 바라나시... 가트에 앉아 하릴없이 멍을 때렸다
#7 네팔 포카라... 포카라 고행
#8 네팔 히말라야... 산은 멀리서 볼 때 더 아름답다
#9 인도 푸쉬카르... 아날로그적 단상
#10 인도 우다이푸르... 이상주의와 괴리감
#11 인도 아마다바드... 관광도시 속에서 나는 로컬을 갈망하였다
#12 인도 고아... 고아의 도시
#13 인도 함피... 그래서 그런 거였구나
#14 인도, 마무리
이야기 둘. 스무 살은 무거운 나이다
#15 스무 살이 되었다
#16 동탄 홀리데이
#17 중국 칭다오... 여행의 시작은 언제나 한결같다
#18 중국 뤄양... 세상 모든 향과 소리가 어우러져도 나는 무덤덤해야 한다
#19 중국 시안... 획일화 속에서 새로움을 찾다
#20 중국 베이징... 모두가 다 같은 생각 속에 살아가는 건 아니었다
#21 중국 얼롄하오터... 세 얼간이의 국경 넘기
#22 몽골 테를지... 별
#23 몽골 고비사막... 우리는 모두 수평선 위에 둔 수직일 뿐이다
#24 러시아 국경 기차역에서 노숙하기
#25 러시아 이르쿠츠크... 아대륙의 중앙에 서서 유로파를 외칩니다
#26 시베리아 횡단열차, 3박 4일의 기록
#27 러시아 모스크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나는 버스를 타야 했다
#28 우크라이나 키예프... 평범하나 평범하지 않은 도시에서의 일일
#29 우크라이나 리비우... 2010년 그리고 2016년
#30 유럽에서 히치하이킹으로 국경 넘기
#31 오시비엥침, 아우슈비츠
#32 폴란드 자코파네... 강 건너 슬로바키아, 국경이 뭔지
#33 체코 프라하... 그녀에게서 연락이 왔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34 헝가리 부다페스트... 부다페스트는 해가 질 무렵이 더 아름답다
#35 크로아티아 자다르... 당신에게 2016년은 어떤 해였나요
#36 스위스 인터라켄... Gutschrift
이야기 셋. 현실적인 스물하나
#37 161209
#38 그게 무슨 의미가 있니
#39 편의점 인간
#40 군산
#41 다시, 세계 여행
#42 미국 뉴욕... 단편적으로 바라본 뉴욕
#43 쿠바 아바나... 사회주의 그리고 아날로그
#44 쿠바 트리니다드... 모든 일은 언제나 문제없는 일들이었나
#45 사람, 염소, 닭이 같이 타는 낡아 빠진 시골버스는 쿠바에 있었다
#46 멕시코 칸쿤... 천국이 마냥 천국 같지는 않은 법이지
#47 멕시코 팔렝케... 오래된 역사유적의 과거와 현재
#48 멕시코 산크리스토발... 숙소에 앉아 하릴없이 멍을 때렸다
#49 과테말라... 오토릭샤와 치킨버스가 함께하는 나라
#50 콜롬비아 보고타... 남미의 낯선 도시가 서울같이 익숙하게 느껴진다면
#51 막장 국가 베네수엘라 당일치기로 여행하기
#52 페루 리마... Despacio
#53 페루 쿠스코... 무지개산과 마추픽추에 오른 이유와 변명
#54 170606
#55 볼리비아 라파스... 달의 계곡
#56 볼리비아 라파스... 볼리비아 사람, 욱환 씨
#57 볼리비아 우유니... 우유니 없는 우유니
#58 파라과이 아순시온... 파라과이에 간 단 하나의 이유
#59 브라질 리우... 가끔은 예기치 못한 상황이 나를 맞이한다
#60 모로코 카사블랑카... 새로운 문화권은 나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61 사실은 나도 이해가 안 되지만 말이야
#62 다시 유럽, 돌아가기 전 열흘간의 기록
#63 마무리 1
#64 마무리 2
에필로그
저자소개
책속에서
아침의 피리소리와 뿌연 안개, 가트에 모인 사람들의 오고 가는 이야기, 김치볶음밥과 윤태원, 비쩍 말라 버린 개와 길바닥에 누워 있는 암소, 한 잔의 짜이와 멍 때리기, 그리고 멍, 하릴없이 그저 멍.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 내 옆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행복하다. 입시공부에 매달려 교재에만 집중했던 지난날을 뒤로한 내가 바깥세상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아름다운 나날이 계속되겠지만, 이마저도 익숙해져 덧없는 자유를 다시 두려워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지금만큼은 괜찮다고 내게 말해 주고 싶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충분히 의미 있다고.
_ ‘#6 인도 바라나시... 가트에 앉아 하릴없이 멍을 때렸다’ 중
하늘은 거대한 방공호가 되어 평원에 서 있는 이를 감싸 안는다. 왼쪽 끝 지평과 그의 대척을 연결해 반구를 이루는데, 반구의 중앙엔 은하수가 흐르고 그 주변을 별자리와 별자리가 아니어도 좋은 이름 없는 별들이 무한한 검정을 수놓는다. 간간이 떨어지는 별똥별 또한 지극히 일상적이며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니 몽골의 별똥별이 소원을 들어준다고 했다간 몽골에 있는 모든 이의 소원을 들어줘야 했음이 분명하다. 나를 비롯한 모든 여행자가 침낭을 덮고 하늘을 향해 누워 있는데, 고비로 떠나기 전의 삶과 앞으로의 삶에 관한 이야기만 오갔던 이전과는 달리, 지금은 대자연을 목전에 둔 사소한 인간의 감상이라든가, 별똥별을 얼마나 더 많이 보았는가에 관한 이야기밖에 오가지 않았다. 고국에 직장을 두고 온 이나, 세계 여행을 갓 떠나온 이 모두 수평선상에 둔 수직일 뿐이다.
_ ‘#23 몽골 고비사막... 우리는 모두 수평선 위에 둔 수직일 뿐이다’ 중
초입부터 들어선 설산은 좌중을 압도하기에 충분하다. 와라즈에서 본 동네 뒷산이 아닌 산맥의 일원이 되어 다가온 안데스는 더 이상 얕보이지 않는다. 트레킹을 하는 레인에서 2위와 3위를 함께 앞다투던 프랑스인 가족이 저만치 멀어져 가고, 이내 모든 이들이 멀어져 내 앞뒤엔 오롯한 자연만이 남는다. 뒤에서 몇 번째라든가, 앞 사람을 따라잡겠다는 일념은 조용히 접어 두자. 스스로가 만든 경쟁과 싸움에 마음을 쓰기엔 너무나도 아까운 자연경관이다. 자연은 일등을 하는 자에게 칭찬을, 꼴등을 하는 자에게 뭇매를 던지지 않는다. 좁쌀보다 작을 우리는 좁쌀만큼 소중한 존재일 테니. 고산병은 하늘 높이 오르려는 인간을 향한 벌과도 같다. 어떻게 보면 벌보단 아무나 오르지 못하게끔 일종의 핸디캡을 주는 것이다. 천상과 지상의 경계, 그 사이에 휘황찬란한 풍경을 새겨 넣은 건 도전하는 이로 하여금 심장을 멎게 하기 위함은 아닐까. 고도를 거듭할수록 풍경은 아름다움을 더해 가고, 힘 좋고 체력 좋은 서양인들도 껄떡이는 자잘한 숨을 내쉬며 서로를 향해 안위를 묻는다.
_ ‘#52 페루 리마... Despacio’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