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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63011783
· 쪽수 : 192쪽
책 소개
목차
1. 밀림, 그 끝에 서다 19
2. 농 43
3. 포트폴리오 73
4. 그림자 세탁소 103
5. 붉은 탑에 오르다 129
6. 파마의 성 161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오전 7시 30분.
무장 해제다. 윤재가 손에서 목장갑을 벗었다. 손이 조금 부어있었다. 윤재는 고무 냄새가 남아 있는 손으로 얼굴을 쓸었다. 문을 열자 더운 열기가 훅 끼쳐 왔다. 하지만 처서가 지났으니 이 지긋지긋한 더위도 며칠 가지 않을 것이다. 윤재는 그런 믿음으로 천천히 한길로 나섰다. 그러다 돌아서서 자신이 방금 빠져나온 숲을 바라봤다. 그곳은 여느 날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윤재는 어쩌면 자신이 악어새가 아니라 밀림을 아름답게 만드는 아라라 앵무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다 피식 웃었다.
저녁 10시가 기다려지는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엄마는 외할머니의 오열에도 울지 않았다. 입술이 말라 하얗게 된 채 열에 들떠 있을 뿐이었다. 어린 윤은 엄마가 쓰러질까 봐 조마조마했다. 하지만 엄마는 쓰러지지 않았다. 대신 오래도록 잠을 잤다. 할머니는 그런 엄마를 위해 음식이 될 만한 것들을 찾아냈다. 할머니 손끝에서 이름 모를 음식이 끊임없이 만들어져 나왔다. 엄마는 열에 들뜬 채 그 많은 음식을 아무 말 없이 먹어 치웠다. 그러나 엄마의 허기는 쉽게 채워질 것 같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국이 났겠다고 했다. 할머니는 남의 집 살림이 아니라 자신의 집인 것처럼 뭐든 척척 해냈다. 마치 우렁각시라도 된 것처럼 밥과 국을 뚝딱 차려 냈다.
“주혜도 한 술 뜰겨?”
주혜는 도리질을 했다. 이런 곳에서 밥을 먹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 맘이 조금도 들지 않았다. 할머니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