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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63191034
· 쪽수 : 336쪽
책 소개
목차
봄잠에서 깨어나니 들판이 아득하여 7 / 백첩白貼의 영원 안에 강물도 자라나서 34 / 애로라지 돛단배는 바람을 타고 59 / 엄히 잠긴 빗장은 철벽같고 84 / 달과 별은 제각기 궤도가 있어 121 / 바위로 눌러도 근심은 다시 일고 153 / 만물이 스스로 나지 못하느니 171 / 기러기 날개에 삭풍이 급히 부네 194 / 물 기운 싸늘하고 산곽은 막혔는데 221 / 고요한 하늘에 질풍이 일어나 248 / 부평초 홀로이 꼭지가 없어 282 / 살아서도 이별하고 죽어서도 이별하고 308 / 수유꽃 피거든 만나자고 318 / 글쓴이의 말 335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수리는 책을 들고 냄새를 맡았다. 먹 냄새, 닥나무 냄새, 노란 책표지에서 나는 치자 냄새. 선비들에게서 나는 냄새가 이런 것이었는지. 아직 어느 곳에서도 이렇게 많은 책을 본 적이 없었다. 책 냄새가 좋아서 가슴에 안았다. 벽에 글씨가 담긴 족자가 걸려 있고, 창 쪽으로 책이 가지런히 꽂힌 낮은 책장과 책상 말고는 아무런 장식도 없는 정갈한 방이었다. 양반을 욕심덩어리로 본 것이 잘못된 생각일까. 책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이런 방에 욕심이 자랄 건더기가 어디 있는가. 혹시 이 방만 그럴듯하게 꾸며 놓고 안채에는 가난한 백성에게서 착취한 금은보화가 잔뜩 숨겨져 있는 건 아닐까.
“미끄러져서 발목이 부러질 뻔했습니다.”
“부러지지 않았으니 천만다행 아니냐.”
“여름 내내 누에 먹여 살린다고 힘들어 죽을 뻔했습니다.”
“그래서 겨울이 있는 게야. 뽕잎을 더 딸 곳이 없으니 잠시 쉬라고.”
“미워서 뒷간에 처넣고 싶었는데 이젠 고것들이 그립습니다.”
“집 주위에 뽕나무를 심어서 밭뽕과 산뽕을 섞어 먹이면 멀리 가지 않고도 누에를 충분히 먹일 수 있단다.”
“어째서 비겁하다고 하십니까. 갈대가 바람에 몸을 눕히는 건 비겁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함이 아닙니까.”(…)
“수리야, 쌀이나 보리 한 톨이 얼마나 많은 열매를 맺더냐. 한 톨의 보리가 땅에 떨어져 썩는 건 자신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열매를 맺기 위함이란다. 오늘 내가 죽는 이유는 먼 훗날에 저절로 알게 될 거야. 내가 죽는 것으로 얼마나 많은 열매가 맺히는지 알게 될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