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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국내창작동화
· ISBN : 9788963192680
· 쪽수 : 192쪽
책 소개
목차
살을 에는 추위
까마귀 고기
세 번 큰절하기
큰사람
지옥을 보다
말 못 하고 못 보고 못 듣고
낯선 어른
마님의 부탁
쇠물이를 만나다
오랑캐보다 더 나쁜 사람
환향녀
화홍 아씨
몸을 씻는 냇물, 홍제천
좋은 세상에서 만나자
작가의 말 | 우리는 냇물이다
리뷰
책속에서
“남한산성으로 피난을 갔던 임금님이 오랑캐의 왕에게 항복을 했소. 남한산성에서 한양 땅 삼전도 나루까지 걸어 나와 오랑캐의 왕에게 무릎을 꿇고 빌었단 말이오.”
우 서방의 목소리가 덜덜 떨렸다.
“삼배구고두례(三拜九叩頭禮)라고 이렇게…….”
우 서방이 어려운 말을 했다. 마을 사람들은 뜻을 알지 못해서 눈만 끔뻑거렸다. 갑자기 우 서방이 두 팔을 높이 올렸다 넙죽 엎드려 큰절을 했다. 그러더니 머리를 세 번 땅에 꽝꽝 찧었다. 두 번째, 세 번째도 마찬가지였다.
‘보지 않을 거다. 안 본 거다. 못 본다.’
우마는 마음속으로 다짐을 하며 눈을 뜨지 않았다. 아니 뜨고 싶어도 뜰 수 없을 정도로 풀로 붙인 듯 눈꺼풀이 딱 붙어 버렸다. 쇠물이는 장님이 되어 버린 우마를 끌고 마을 을 벗어났다.
“이제 캄캄해져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제발 눈 좀 떠라.”
쇠물이가 화를 벌컥벌컥 내도 소용이 없었다. 우마는 끝 끝내 눈을 뜨지 않았다.
“마님이 말씀하신 대로다. 한양 나리를 따라 오랑캐의 나라로 가거라. 가서 한양 나리가 흥정을 하는 아씨가 화홍 아씨인지 확인을 하고 화홍 아씨가 맞으면 무사히 데려오면 된다. 이 일은 너와 나 그리고 마님만 알아야 된다. 대감님도 절대 모르게 해야 한다.”
우 서방은 숨도 쉬지 않고 빠르게 말했다. 우마는 우 서 방의 말에서 흥정이라는 말을 분명히 들었다. 우마가 알고 있는 흥정이란 무엇을 사고팔 때 쓰는 말이었다.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랬다는 속담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돈을 주고 화홍 아씨를 사 온다는 말이었다. 오랑캐들이 사람들 을 잡아가 팔아 버린다는 소문이 사실인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