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63571553
· 쪽수 : 424쪽
책 소개
목차
추천의 글/작가의 말
1. 청와대를 사수하라
-경찰관 故 최규식 경무관
2. 소방관은 나의 직업이다
-6인의 순직소방관
3. NLL에는 오늘도 해가 뜬다
-해군 故 윤영하 소령
4. 위국헌신 김범수
-육군 故 김범수 대위
5. 하늘에 묻힌 젊은 보라매
-공군 故 이해남 중령
6. 블랙이글, 기지로 돌아오라!
-공군 故 김도현 소령
7. 경찰관은 나의 길
-경찰관 故 전종민 경위
8. 아! 선효선 소령
-육군 故 선효선 소령
9. 해양 영토를 사수한 포세이돈
-해경 故 박경조 경위
10. 바다와 해군 제복을 사랑한 사나이
-해군 故 박경수 상사
11. 마지막 병장 휴가
-해병대 故 서정우 하사
저자소개
책속에서
<장면 1> 청와대를 사수하라 -경찰관 故 최규식 경무관
“현정아, 네 할아버지는 분명히 하늘이 선택해서 보내신 분이 맞아. 우리나라는 어려울 때마다 나라를 구한 사람들이 있었어. 그건 국운이 살아있으니 지금까지 지켜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단다. 개인과 가족으로 보면 슬프고 애통하지만 더 크게 보면 자랑스러운 일이 맞아.”
“아빠, 아빠랑 제가 못다 이룬 할아버지의 뒤를 이어 열심히 살아가면 되잖아요. 지금 대통령님도 그런 것 같아요. 아버지 대통령의 뒤를 이어 나라를 이끄는 일에 최선을 다하시잖아요. 저도 최선을 다할래요.”
민석은 현정의 어깨를 두 손으로 감쌌다. 무한한 꿈을 품은 딸 현정의 눈은 깊고도 맑았다…
이 세상을 향해 나아갈 꿈을 펼친 현정에게 민석은 두고두고 들려줄 이야기가 많았다. 비록 37세의 짧은 생을 살다 갔지만 아버지 최규식 경무관은 대한민국의 전 경찰에게 나를 희생하여 주위를 밝히라는 강한 메시지를 남겨놓았다. 아버지가 남긴 메시지는 강물이 되어 현정에게도 흘러들 것이다.
나라를 위해 일했으니 충(忠)을 행했고, 홀어머니를 정성으로 모셨으니 효(孝)를 실천 했으며, 어렵고 힘든 사람들 편에 선 그에게서 사람다운 향기가 넘쳤으니 분명 어진이(仁)였다. 그리고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면서도 공부에 정진한 자세는 지혜(智)를 갖춘 이의 덕목이라 할 수 있었다. 수많은 부하들이 그를 흠모하고 따랐으니 그건 믿음(信)을 가진 리더였음을 보여주고도 남았다.
청와대 주위로 노을이 퍼지고 있었다. 파란 지붕 위로 노을을 닮은 웃음소리가 퍼져나갔다. 민석을 보고 웃는 현정의 얼굴도 노을처럼 고왔다…
<장면 2> 소방관은 나의 직업이다 -6인의 순직소방관
1994년 12월 6일 순직소방관 중 처음으로 고 허귀범 소방관이 대전현충원에 안장되었다. 그 이후 순직소방관 묘역이 생긴 것은 2012년인데 현재 안장된 순직소방관은 80여 명이다. 1994년 이전에 순직하여 국립현충원에 안장되지 못한 소방관은 22명인데 유가족들은 그들도 현충원에 안장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국가적으로도 예우를 못 받으니 여러 불이익이 따른답니다. 순직만 해도 현장에서 숨졌을 때와 병원에 입원해서 치료받다가 숨졌을 때 보상이 다릅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연기를 마시면 폐에 이상이 옵니다. 또 화상을 입고 위험에서 가까스로 목숨을 건져 치료를 받는데 불행히 다시 깨어나지 못 하는 경우도 있지요. 그런데 보상 기준이 다르니 어이가 없습니다. 그리고 웬만한 사람들은 다 가입되는 상해보험 가입조차 어렵습니다. 직업이 소방관이라고 하면 이런저런 이유를 대면서 가입이 거절되기 십상이지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시급한 건 소방전문 병원의 설립입니다. 소방관들이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는 건 당연합니다. 그 중에서도 화상을 입었을 때가 큰 문젭니다. 화상은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소방관을 위한 전문병원 자체가 아예 없습니다.”…
<장면 3> NLL에는 오늘도 해가 뜬다 -해군 故 윤영하 소령
“우리가 요구한 건 아무 것도 없소. 그런데 해전 직후 교과서에 실어서 숭고한 희생을 기리겠다고 했소. 훈장도 격을 높이겠다는 말도 들었소. 그런데 달콤한 말에 지나지 않았음을 우리는 지나간 뒤에 알았다오. 단지 우리는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아들들의 명예를 지켜달라는 것뿐인데 말이오. 차 작가, 사람들은 걸핏하면 촛불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소. 선교활동 하러 갔다가 죽은 사람을 위해서도 촛불을 들고, 미군 장갑차에 치어 죽었다고 촛불을 들지 않았소? 그런데 그 누구도 서해를 지키다가 전사한 우리 아들들을 위해 촛불을 든 사람이 없소. 그 수많은 촛불 중에 단 한 개도 없었단 말이오. 우리 아들들을 위해서는 말이오.”
윤두호 씨가 입술을 지그시 눌렀다. 감정을 다스리려는 표정이 역력했다. 국가와 국민에게 느낀 심한 배신감이 뼛속 깊이 서러웠음을 나는 분명히 읽을 수 있었다.
“나는 지금도 안타깝소. NLL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을 우리 함정으로 접근해 밀어내라는 비상식적 교전 수칙만 없었어도 불필요한 희생은 없었을 것이오.”
가장 훌륭한 죽음은 국가를 위해 죽는 것이라고 가르쳤지만 그것이 불필요한 희생이었다는 사실 앞에 서면 윤두호 씨의 가슴은 미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