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조선의 공주다 1

1권
1장 귀부인의 응접실
2장 What do you think of 19 century?
3장 요셉의 일족에 낀 남자
4장 흔들림
5장 쇼핑 전쟁
6장 디너파티
7장 천 개의 종
8장 수상한 낌새
9장 시베리안 허스키
10장 포도 향기 아래에서
11장 장미와 공주님과 벌레
12장 할머니의 음모

2권
13장 재회
14장 미로 속의 폭풍
15장 어긋나는 톱니바퀴
16장 장례식의 소동
17장 공주님의 반격
18장 정체불명의 동양 여자
19장 한 가지 즐거움, 백 가지 괴로움
20장 레이디의 유언장
21장 일사병
22장 당신에게 주고 싶은 말
에필로그 불타는 부케
작가후기

1권

쿵 하는 소리가 방 안을 울렸다.
프란시스와 패트리샤는 웃음을 필사적으로 참으면서 할머니의 근엄한 얼굴을 쳐다보았다.
지팡이를 똑바로 세우면서 레이디 로랜트는 단호한 어조로 유정에게 말했다.
“그럼 내가 내일부터 미스 유정에게 레이디로서의 마음가짐과 자세를 기꺼이 가르쳐 주도록 하지.”
그 엄격한 말에 유정은 한순간에 정신이 번쩍 들어서 저도 모르게 긴장했다.
근엄한 표정의 노부인을 잠시 동안 빤히 바라보다가 그녀는 환한 어조로 대꾸했다.
“정말이신가요? 감사합니다, 레이디 로랜트.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자리에서 발딱 일어나 고개까지 숙이는 유정을 보자, 오호라, 라는 듯한 표정이 공작부인의 얼굴에 떠올랐다.
매우 흡족한 듯이, 아니 그녀의 자손들이 먹이를 노리는 맹수 같다고 표현하는 시선이 레이디 로랜트의 얼굴에 떠올랐다.
손자 손녀들은 그 시선을 발견하자 순식간에 웃음을 그치고 정색했다.

2권

“나는 조선의 공주입니다. 동양의 작은 나라이긴 해도 우리나라는 무려 반만년의 역사와 민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전주 이씨 가문은 대한민국 건국 이전의 왕조인 조선의 왕실을 이뤘던 가문입니다. 비록 경술국치로 인해 왕조의 문을 닫았지만, 나는 그 역사가 500년 가까이 족보로 기록된 왕족의 후예구요. 그런 내가 이렇게 외국인, 그것도 일개 귀족과 결혼을 할 것 같습니까? 그런 희망은 애초에 버리시죠. 천박하게시리.”
그 당당한 선언에 응접실에 모인 사람들은 유정을 마치 하늘에서 떨어진 외계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바라보았다.
놀라움과 미심쩍음, 그리고 경악에 잠긴 사람들을 뒤로한 채 유정은 당당하게 돌아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