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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를 건너는 밤

시베리아를 건너는 밤

송종찬 (지은이)
  |  
삼인
2020-02-10
  |  
17,000원

일반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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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를 건너는 밤

책 정보

· 제목 : 시베리아를 건너는 밤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64361726
· 쪽수 : 308쪽

책 소개

송종찬 시인이 러시아에 체류한 4년여 동안 그곳에서 보고 듣고 겪은 일들을 써내려간 기행문 형식의 에세이집이다. 객관적 경험에 시인으로서의 주관적 해석과 문학적 자의식을 덧입힌 산문집이다.

목차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시베리아로 가는 길 018/안가라강에 울리던 기적 소리 025/신의 눈물방울 같은 032/네바강의 달빛 039/심심해서 그리운 알타이 048/흑해의 숨결 같은 파도 057
혁명이란 무엇인가 065/떠나지 않는 여행 075/평원의 해바라기 083/발트해의 작은 몸부림 092/국경의 밤 102

겨울밤 눈은 내리고
대지를 적시는 신의 음성 112/한 장의 그림으로 남는 여행 120/손 끝에 미치다 130/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138/기억의 집 146/내일이 없는 사랑 153/겨울밤 라라의 사랑이야기 160/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168/샤갈의 눈 내리는 마을 178/돈강에 뜨는 별 186

겨울을 건너가는 법
내 마음의 횡단열차 196/가도 가도 지평선 204/이름을 떠올리기만 하여도 213/백야에 쓰는 편지 220/수녀원에 촛불을 밝히다 230/겨울 수묵화 240/레닌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 247/사랑이 꽃피는 시간 254/돌아오지 않는 봄 262/내가 사랑한 겨울나무 270/남 몰래 흘리는 눈물 같은 280/꺼지지 않는 불꽃 288/겨울을 건너는 법 296

에필로그 | 이별연습 304

저자소개

송종찬 (지은이)    정보 더보기
고려대학교에서 러시아문학을, 대학원에서 언론홍보를 전공했다. 1993년 <시문학>에 「내가 사랑한 겨울나무」 외 9편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펴낸 책으로 시집 『그리운 막차』, 『손끝으로 달을 만지다』, 『첫눈은 혁명처럼』 등이 있다. 그의 시편들은 존재의 근원적인 감각을 채집하면서 이 세계의 구원과 혁명의 가능성을 묻는 데 각별한 관심을 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1년부터 4년여 동안 러시아에 체류하면서 러시아 문화 예술의 지극한 세례를 받았다. 러시아 외국문학도서관 부설 루도미노출판사에서 러시아어 시집 『시베리아를 건너는 밤(Транссибирские Ночи) 』을 출간했고 러시아 루스키 미르재단의 초청작가로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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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러시아는 장편의 나라다. 긴 겨울과 대륙의 빈 공간을 시로 채우기에는 애당초 불가능하다. 러시아의 많은 시인이 절명한 이유는 광활한 시간과 공간을 시로 다 채울 수 없어 좌절했기 때문일지 모른다. 러시아에서 이긴다는 의미는 견딘다는 것이며,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공항이나 경기장에서 미동도 없이 긴 줄에 서서 기다리는 사람을 보면서 인내의 DNA가 남다름을 느꼈다.
학창시절 겨울방학이 시작될 때마다 러시아 장편소설을 읽을 계획을 세웠지만 한번도 제대로 완독하지 못했다. 사람의 이름들이 헛갈리기 시작하는 지점부터 진도가 더 이상 나가지 않았다. 소설책은 책의 기능을 상실하고 이내 라면냄비 받침대로 쓰이곤 했다. 러시아의 19세기 소설은 왜 그토록 길고 복잡했을까. 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 소설은 넘지 못할 거대한 산맥이었다.
도스토예프스키 생가를 찾아가던 날 이슬비가 내렸다. 길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지하철 도스토엡스카야역에서 내려 그의 이름을 딴 거리를 따라가면 나오기 때문이었다. 모스크바의 도스토예프스키 울리차 2번지는 그가 태어나 16년 동안 살았던 곳이다. 아버지는 자선병원 의사로, 도스토예프스키는 병원에 딸린 작은 숙소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거리와 역은 찾기 쉬웠는데 생가를 쉽게 찾지 못해 동네 사람에게 물어봐야 했다. 러시아인은 작가의 생가를 원형 그대로 보존하지 특별하게 치장하지 않는다. 그들이 살던 집 그대로가 박물관이 된다. 도스토예프스키박물관만 해도 그가 태어난 모스크바, 수용소생활을 한 옴스크, 죽음을 맞이한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다섯 군데가 넘는다고 한다. 이처럼 작가를 대접하는 나라도 드물다.
쥐가 돌아다닐 것 같은 입구, 삐걱거리는 문, 창틀에 내려 쌓인 먼지 등 생가에 들어서자 우울한 분위기가 밀려왔다. 버려진 아이들과 가난한 이들이 찾던 자선병원은 생과 사를 가르던 경계였다. 가장 밝아야 할 유년시절에 도스토예프스키는 쪽방의 작은 창문 사이로 회색빛 장면을 보며 자랐다. 그의 생가에서 본 것은 유품이 아니라 우울한 과거와 누렇게 변한 침묵이었다. -2부 중 <기억의 집>에서


다시 강풍이 불었다. 이번에는 눈보라를 동반한 북풍이었다. 강심까지 얼어붙고 그 위에 차곡차곡 눈이 쌓였다. 들과 강의 경계가 사라져 평평하게 되었다. 추운 날에는 새도 날지 않았다. 먹이를 찾아 짐승들도 내려오지 않았다. 겨울강은 사람들에게 커다란 도화지를 내밀 뿐 숙제를 주지 않았다. 끝없이 펼쳐진 하얀 백지를 보면서 작심하고 글을 쓰겠다고 다짐했다. 강이 보이는 창가에 컴퓨터를 가져다 놓고 몇 날 며칠 자판을 두들겼다. 뭔가 나올 것 같은데 단 한 줄의 시도 쓰지 못했다. 보드카를 마시며 강을 오래 바라보기도 했다. 촛불을 켜놓고 온갖 폼을 잡아 보았다. 하늘은 가장 쉬운 언어로 또박또박 불러주는 데 받아 적을 수 없었다. 어쩌다 몇 자 적고 잠이 들면 밤새워 쓴 시들을 눈발이 이내 지워버리고 말았다.
아무런 소득 없이 진눈깨비를 보면서 12월을 보냈다. 1월 중순에 접어들자 맹추위가 닥쳐왔다. 추운 날에는 대게 눈은 내리지 않고 햇살이 비췄다. 글 쓰는 것을 포기하자 마음이 편해졌다. 지인 몇 명을 집으로 불러 새벽 3시까지 보드카를 마시다 잠이 들었다. 깨어 보니 일요일 낮 12시였다. 눈을 비비고 강을 바라보았다. 설원 위에 햇살이 비치는데 강 한가운데 보일 듯 말 듯 점 하나가 있었다. 작은 점은 미동도 없었다. 강의 중심으로 난을 치듯 발자국들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수묵화였다. 텅 빈 캔버스가 점 하나로 꽉 차게 보였다. 화룡점정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겨우내 나는 한 편의 시도 쓰지 못했는데, 설원 위에 단 하나의 발자국으로 수묵화가 그려지다니 놀라웠다.
털모자를 눌러쓰고 강으로 내려갔다. 겨울 햇살에 눈은 수정처럼 빛났다. 빙판 위를 걸으며 수국을 떠올렸다. 수국이 있던 자리의 눈을 헤쳐보았다. 단단한 얼음 때문에 보이지 않았다. 눈밭에 어린아이처럼 러시아어로 미르(Мир, 평화)와 류보비(любовь, 사랑)이라고 써보았다. 눈 위에 두 발로 새기는 글자는 지워지기 쉽지만 순결했다. 누군가가 빌딩 위에서 강을 내려다볼 때 사랑과 평화는 반짝일 것이다. 발자국을 따라 강심까지 걸어갔다. 국방색 점퍼를 입은 낚시꾼은 미동도 하지 않고 낚시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그의 발 옆에는 싸구려 보드카 한 병과 담배가 놓여 있었다. 입가에는 김이 서리고 콧수염에는 고드름이 맺혀 있었다. 옆에서 한참을 보아도 물고기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 얼음 구멍에 낚싯줄을 내렸다 올렸다 반복할 뿐 올라오는 것은 없었다. 시를 낚지 못하는 나처럼 그도 물고기를 한 마리도 낚지 못한 것 같았다. -3부 중 <겨울 수묵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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