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64373330
· 쪽수 : 380쪽
책 소개
목차
들어가며 011
2016년 일기 / 엄마의 습 015
2017년 일기 / 가차 없이 다가오는 것들 131
2018년 일기 / 삶의 가장자리에서 213
나오며 367
[부록] 부모 돌봄 일지 376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엄마의 일기에는 한 여자의 열정과 절망과 갈증과 절박이 가득했다. 그 나이쯤의 나 같기도 했다. 상반된 선택을 한 두 여자의 내면은 고스란히 닮아 있다. 갈등과 불만과 미움으로 속이 바글바글하면서도, 온갖 돈벌이와 살림을 해대면서도 일기를 썼구나. 그래야 살 수 있었구나. 구로공단 근처 벌집 단칸방에서 새벽이면 부엌 부뚜막에 둥그런 양은 밥상을 펴고 쪼그려 앉아 무엇이든 끄적거려야 했던, 그러지 않고는 나를 놓쳐 버릴 것 같았던 내 시절이 떠올랐다.- 2017년 12월 8일 일기 중에서
엄마는 ‘독한 불행’ 속에 있었다. 되돌아보면 아마 남은 집착을 떨구는 시기였던 것 같다. 이제는 집착도 분노도 놓쳐 버리고 점점 더 빠르게 망가져 가는 자신의 몸을 무방비 상태로 놔두고 있다. 나는 아직 그녀의 남은 기능들과 만나 보려고 이곳저곳을 더듬으며 헤어지는 연습을 하고 있다. 그녀도 내 손길의 의미를 아는 듯 따뜻하다느니 부드럽다느니 차다느니 아직 답을 해주고 있다. 독한 관찰자를 자처했지만 계획에 없는 눈물이 때로 응시를 가린다.
- 2018년 9월 9일 일기 중에서
나는 엄마와 입을 맞췄다. 차지 않았다. 얼굴과 목 뒤를 쓰다듬었다. 따스했다. 생애 어느 때인들 그녀가 이토록 편안히 잠들어 봤을까? 이토록 걱정 없이 하늘을 마주해 봤을까? 엄마, 잘 가요. 수고 많으셨어요.
막내가 모두에게 알렸다. “할머니는 2018년 11월 5일 02시 13분, 모든 자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 2018년 11월 5일 일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