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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65455431
· 쪽수 : 256쪽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1부 공간의 기억
절해고도 302
겸상의 추억
장식론
구둣발 소리
땅거미 질 무렵
나를 부탁한다
동백꽃 지고
공간의 기억
불꽃
광염狂炎
문장을 위한 고독
2부 나의 시간
내리는 눈발 속에서는
나의 시간
가을 불국사역
간판
소양강 처녀
족연族緣
고해성사
왕소금 아줌마
유라시아를 꿈꾸며
쌀의 힘
그리운 화포花浦
3부 일상의 아름다움
문턱
미운 새끼 경사났네
작심 석 달
삶의 부피
양심과 수치
호의은행
정보시대
익숙한 것의 소중함
사월, 그날의 바다
책 읽고 싶은 사람들
4부 그곳에 홀리다
블레드에서 감성을 회복하고
아무르 강변 노을 속에서
부다페스트의 기억
비 오는 라즈돌리노예역
모화毛火
푸른 푸껫을 만끽하다
5부 결핍을 읽다
방랑은 통로다
궁핍한 날의 벗
눈에도 굳은살 박인다
결핍을 읽다
꿈꾸는 액자
마니아가 된다는 것
저자소개
책속에서
출근 의식이 경건하기까지 했다. 그들 눈에는 흐드러진 벚꽃이 보이기나 했을까. 꽃이 피건, 지건, 오로지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려는 무정물 같은 표정과 나풀거리는 꽃은 이질적이었다. 그 거대한 에너지의 흐름 속에서 셔터를 눌러대던 카메라를 슬며시 내려놓았다. 출근하고 있을 자식 생각에서다. 그들 삶의 최전선을 보며, 치열한 생존 현장 일선에서의 삶이 얼마나 힘들까 싶어졌다.
꽃 흥건한 이국에서 먼 시간을 거슬러 오른다. 속살을 스치던 겨울 바닷바람이, 갯내 풀풀 나던 그물망이, 그곳을 가림막 삼아 주저앉은 새댁이 어른거려 발길 서성인다. 그때나 지금이나 동백꽃은 무던히 붉다.
가끔 촛불을 켠다. 공기정화를 하기 위함일 때도 있지만, 썩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기도를 하기 위해서일 때도 있다. 오늘따라 초의 심지가 바닥에 납작 달라붙었다. 불꽃이 영 시원찮다. 가물가물 흔들리며 가녀린 숨을 할딱인다. 생의 애착처럼 검질기다는 생각이 든다. 불은 아궁이 불이든, 촛불이든 화르르 타올라야 불답다. 한번 열렬히 피어보지 못하고 스러지는 건 애달프다. 하물며 세상에 왔다가 가는 생의 불꽃이야 말해 무엇 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