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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65456049
· 쪽수 : 162쪽
책 소개
목차
가슴아, 조금 미안한 일이 있어
두려움 따윈 보글보글 찌개나 해 먹겠습니다
‘삭발의 꿈’이 이루어질 줄이야
미치도록 그리운 일상
보통의 계절을 지나고 있습니다
어서 와, 유방암은 처음이지?
풀지 못할 문제에 빠지지 말기
유방암이지만 비키니는 입고 싶어
내 ‘정신이’도 사랑해주기
잠시, 영화 좀 찍고 가겠습니다
입원 준비 용품에 ‘보호자’ 하나 추가요!
치료에 있어서의 주체성
우리, 할머니가 되어서도
홈쇼핑 중독자 아버지의 선물
잠시 쉬었다 가세요
그래도 연명하듯 살긴 싫습니다
숲의 품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기 위한 준비
백혈구 수치의 노예
항암의 추억
나는 애정하는 고양이가 있습니다
배터리가 방전되었습니다
당신도 나도 살아갈 이유
여기까지 잘 왔습니다
에필로그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가만히 나에게 말을 건넸다. ‘가슴아, 잘 들어. 내가 좀 미안한 일이 있어. 안 그래도 너를 그렇게 성장시켜주지 못해서 미안했는데 말이야…. 내일이면 그마저도 더 작아질 거래. 흉터까지 생길 거야. 내가 지켜주지 못해 많이 미안해.’ 남의 것을 허락 없이 쓰면 실례지만 동의를 구하면 문제가 없듯이, 왠지 내 몸에도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았다.
지금 가까이 있는 주변 사람들이 나를 보는 시선을 예측하건대 이 중 하나가 아닐까 한다. 거의 매일 가는 도서관에서는 동네 백수, 좀 친분 있다 싶은 알 만한 사람들에게는 4기 암 환자, 그리고 어른들 눈에는 혼기 놓친 노처녀. 여기서 내가 좀 더 망가진다고 해도 누구 하나 신경 쓸 사람도 없지 않은가.
의료진은 내 가슴 위에 펜으로 긴 선들을 하나씩 그리기 시작했다. 아. 이건 마치 내가 돼지고기가 된 느낌이 들었다. 담당 의사는 정육점 주인이고, 둘러선 의료진은 고기를 살펴보는 손님, 뭐 그런 느낌. 병동에 있는 환자들에게 들어서 방사선 치료 때 몸에 그림을 그린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이런 느낌인지는 전혀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