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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국내창작동화
· ISBN : 9788965461678
· 쪽수 : 104쪽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 6
릴리를 찾아서 … 10
이상한 창고 … 20
동물은 옷이 아니야 … 30
밍크의 눈물 … 38
나는 옷이 아니에요 … 48
사육장 아저씨 … 55
릴리가 돌아왔어요 … 64
예슬이와의 전쟁 … 71
용감한 기자 언니 … 86
잘 살아, 라온아! … 95
리뷰
책속에서
작고 가는 목소리가 귓가를 윙윙 맴돌았다. 나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다.
햇살이 창을 통해 가늘게 들어왔다.
“아가야, 다음 세상에는 아픔 없는 곳에서 만나자. 사람의 옷이 되기 위해 온몸이 찢기는 아픔 말이야……. 너를 지켜야 하는데 미안해. 자꾸 눈이 감기는구나.”
“엄마, 눈 좀 떠 봐. 엄마, 엄마!”
말소리가 멈췄다.
‘사람의 옷이 되기 위해 온몸이 찢기는 아픔?’
내 귓가에는 윙윙 소리만 남았다.
‘누가 한 말이지? 이 밍크인가?’
나는 바로 앞 우리에 갇힌 밍크를 들여다보았다.
큰 밍크는 축 늘어져 아무 움직임이 없었다. 퀭한 두 눈이 내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움직임이 없는 큰 밍크 옆에서 새끼 한 마리가 꼬물거렸다. 새끼는 죽은 엄마 얼굴을 자꾸 핥았다.
예슬이가 나를 힐끔 돌아보았다. 그러더니 가방에서 하얗고 반짝거리는 카드를 꺼내 아이들에게 나눠 주었다.
“모피 코트 전시회 초대장이야. 다 우리 엄마가 디자인한 옷이야. 너희 엄마 초대하래.”
짝꿍 다경이가 예슬이 쪽을 힐끗 쳐다보았다. 다경이는 안절부절못하더니 예슬이 자리로 달려갔다.
“좀 보자.”
다경이는 예슬이가 들고 있던 카드 한 장을 낚아챘다.
“여우, 너구리, 토끼, 밍크 털 등으로 펼치는 모피 디자이너 큐브 김의 패션 세계!”
다경이가 큰 소리로 카드에 쓰인 글을 읽었다.
“모피 코트는 동물 가죽을 벗겨서 만든 옷이잖아?”
다경이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예슬이를 바라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러자 예슬이가 당당하게 받아쳤다.
“그게 뭐 어때서? 너도 불고기랑 삼겹살이랑 치킨 먹잖아. 다 같은 거야. 동물들은 사람을 위해서 고기도 주고, 가죽도 주는 거야.”
당황한 건 다경이 쪽이었다.
“그, 그거랑은 다르지. 모피 코트는 굳이 안 입어도 되는 거잖아.”
다경이의 말이 끝나자마자 예슬이는 다경이 손에 들린 카드를 다시 뺏어 들었다.
“됐어, 네 엄마는 초대한 거 아니거든? 모피 코트는 잘사는 사람들만 입는 거야. 너무 비싸니까.”
예슬이가 으스대듯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