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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국내창작동화
· ISBN : 9788965461715
· 쪽수 : 128쪽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 8
우리 동네 … 14
우리 학교 … 24
음식디미방 … 36
통통이 … 45
우리 과수원 … 52
손님 … 62
체험 학습 … 74
전통 혼례 구경 … 86
겨울 준비 … 98
슬프기도 하고 기쁘기도 한 날 … 113
리뷰
책속에서
나는 두 팔로 우리 할머니를 꽉 끌어안았어요.
“느그 할매 죽을까 봐 겁나나?”
미남이 할머니가 빙긋 웃으며 나를 놀렸어요.
“걱정하지 마라. 할매는 백 살까지 살 끼다. 니 장가가서 아들 낳는 거 다 보고 죽을 끼다.”
할머니가 이렇게 말하며 내 얼굴을 감싸 쥐더니 쓱쓱 눈물 자국을 닦아 주었어요. 그러자 멈췄던 눈물이 다시 흘러나왔어요.
“점심은 묵었나?”
할머니가 물었어요.
나는 고개를 저었어요. 아까 급식 시간에 반찬으로 나온 미트볼을 보니 갑자기 동희가 생각나서 밥이 넘어가지 않았어요. 동희는 급식 시간을 가장 좋아했어요. 할머니가 만들지 못하는 새로운 반찬이 매일매일 나온다고 하면서요. 그리고 남는 반찬이 있으면 집에 꼭 싸 들고 갔어요. 할머니하고 함께 먹으려고요.
이제 동희는 전학을 갈지도 몰라요. 할머니가 돌아가셨으니 울산에 산다는 동희 아빠가 와서 동희를 데려가겠지요. 그러면 나는 친구가 없어지는 거예요. 그런 생각을 하니 온몸에서 기운이 쭉 빠져나가는 것 같았어요.
“지금이 몇 신데 아직 밥을 안 묵었단 말이고? 여기 앉아서 쪼매만 기다려라.”
할머니는 나를 데리고 커다란 방으로 갔어요. 체험객들이 전통 음식을 먹는 장소인 것 같았어요. 방에는 탁자가 여러 개 놓여 있고, 벽에는 액자가 걸려 있었어요. 나는 할머니가 돌아올 때까지 방 안을 돌며 벽에 걸린 액자들을 구경했어요.
장계향 할머니의 초상화도 있고, 여러 가지 음식을 찍어 놓은 사진도 있었어요. 모두 《음식디미방》 책에 적힌 음식들이었어요.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잡채였어요. 언젠가 할머니가 만들어 주셨기 때문인가 봐요.
“전에 그랬잖아요. 고라니가 콩잎을 다 뜯어 먹을지도 모른다면서 저랑 병수한테 빨리 콩밭에 가 보라고 했잖아요.”
“그거야 몸을 좀 움직이라고 그랬지.”
“우리는 그런 줄도 모르고 거기까지 갔다 오느라 땀 뻘뻘 흘리고, 얼마나 고생을 했다고요!”
“그기 다 힐링 아이가.”
“네?”
“힐링 모르나, 힐링?”
“힐링이 뭔데요?”
내가 물었어요.
“나도 몰라서 문기한테 물어봤더니 ‘치유’라 카데. 치유가 뭐꼬? 아픈 데를 낫게 하는 게 치유 아이가. 아프면 병원에 가야 하는 줄 알았는데 이런 데를 슬렁슬렁 돌아다녀도 병이 낫는다 카더만.”
그 말을 들으며 나는 형을 힐끔 쳐다보았어요. 형도 우리 동네에서 힐링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