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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외국창작동화
· ISBN : 9788965461890
· 쪽수 : 192쪽
책 소개
목차
네 멋대로 해라 10
우주 전쟁 29
축제일 40
황색 리본을 한 여자 47
체인질링 55
죽음의 항해 73
유쾌한 소동 85
스윗 앤 로다운 99
가족 분위기 113
서커스에서 122
잠복 근무 133
지상 최대의 작전 145
스윙 타임 157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165
나의 길을 가련다 178
책속에서
“물론 다른 사람의 사소한 일을 일일이 기억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쯤은 나도 알아. 하지만 하나뿐인 딸의 학교생활에는 관심 좀 가져 줘야 하는 거 아니야? 아빠의 사랑스러운 딸이 매주 목요일마다 시체가 되어서 돌아온다는 것쯤은 알고 있으면 안되냐고! 오늘은 달리기까지 했단 말이야. 한번 생각해 봐. 거의 뻗기 직전인 상태로 집에 왔는데 반겨 주는 사람 하나 없지, 배고픈데 냉장고는 텅 비어 있지, 간신히 간식거리 좀 찾았다 생각했더니 삼촌이 나타나서 날름 낚아채 가지, 엄마는 수다쟁이 할머니를 피하려고 화장실에 숨어 있느라 딸이 왔는데도 본체만체하지, 아빠는 딸이 볼일 보는데 창문으로 불쑥 나타나지, 시도 때도 없이 불쑥 나타나던 할아버지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흔적조차 없지.”
“할아버지가 사라지시다니? 천만에! 노숙자 분장을 하고 빵집 앞에서 잠복 중이셔. 니키타가 함께 있으니까 걱정 안 해도 돼.” 아빠는 나를 안심시키려는 듯 조곤조곤 설명을 덧붙였다. 하지만 아빠의 생각과 달리 나는 할아버지에 대해 걱정하지 않았다.
“마르탱을 데리고 왔습니다. 그 절차를 밟기 위해……. 아니, ‘교환’말입니다.”
교환이라는 말을 들으니까 할아버지가 즐겨 보는 냉전 시대 배경의 첩보 영화가 생각났다. 가족의 볼모가 된 나와 마르탱이 신호를 기다리며 다리 양쪽 끝에 서 있다. 다리를 비추는 불빛은 희미하고, 하염없이 눈이 내린다. 마르탱과 나는 비슷한 속도로 다리 가운데를 향해 걸어간다. 다리 가운데에 도착한 나와 마르탱은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간단한 눈인사를 한 뒤, 정면을 뚫어져라 응시하며 서로를 기다리는 가족에게로 뚜벅뚜벅 걸어간다. 할아버지는 유독 이런 장면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