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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70136592
· 쪽수 : 296쪽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 새로 펴내며
파하의 안개
돌아온 병장
코
뿔
저쪽 세계
미궁
응시
존재의 덫
작가 후기
해설 - 삶의 존재론적 의미에 관한 보고서 / 정영훈
저자소개
책속에서
한번은 어떤 호기심 많은 사람이 되도록이면 장동세 씨의 기분을 상하지 않도록 비위를 맞춰주면서 그 막강한 박치기의 비결이 무엇인가 하고 물은 적이 있었다. 대답은 매우 간단했다.
장동세 씨는 자기를 쳐다보는 사람의 눈빛에서 호기심 이상의 어떤 감정이 섞여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아, 나는 뿔을 가졌기 때문이죠."
장동세 씨는 여유 있게 싱긋 웃어 보이기까지 했다. 그는 자신의 콧날을 잡아 세우는 짓도 하지 않았다.
"네? 뿔을 가지셨다니요?"
장동세 씨는 이 사나이가 자기의 머리의 구조를 유심히 쳐다보면서 반문하는 것이 우스웠다.
"그래요. 나는 이 머리에 뿔을 가지고 있지 않소? 자 이 뿔 말이오. 그래 이것이 안 보입니까?"
장동세 씨는 자신의 머리를 사대방이 보다 잘 살펴볼 수 있도록 앞으로 내밀어 보였다.
"뿔이라고요? 분명히 뿔이, 뿔이 나 있다고 말씀하신 거죠?"
"아, 그렇다니까."
장동세 씨는 조금 짜증스런 빛을 띠었다. 아무도 자기의 뿔에 대해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점이 이상스럽게 여겨졌다.
"아, 그렇군요. 뿔이, 뿔이 나 있군요."
이렇게 말한 그 사람은, 장동세 씨가 자기 나름의 특수한 유머 감각을 가진 사람이거나 아니면 정상인과는 다른 유형의 사람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임기응변을 발휘하여 자기가 마치 장동세 씨의 머리에 돋아난 견고하고도 훌륭한 뿔을 실지 눈으로 보는 것처럼 찬탄의 빛을 띠었다.
장동세 씨는 말했다.
"자, 당신은 보았죠? 틀림없이 봤죠!"
"아, 훌륭한 뿔을 가지셨군요."
"설령 당신이 내 뿔을 보지 못했다고 해도 좋소. 그러나 나는 이 뿔을 갖고 있음에 틀림없소."
- '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