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sh Posters 76/24

폴란드 포스터파의 대담한 시도는 10년도 지속되지 못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바로 이 시기에 포스터는 예술이라는 칭호를 부여받았고, 폴란드 현대미술에서 독보적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이 시기에 일궈낸 결실은 더 이상 편협성에 빠지지 않고 예술 세계에서 새로운 현상을 찾고자 했던 후대 예술가들에게 창의적 탐구라는 판단의 기준을 제시해주었다.
-[서문]「20세기 폴란드 포스터」(마리우시 크노로프스키, 빌라누프포스터미술관 관장) 중에서

1980년대 말 사회주의 체제의 붕괴는 폴란드 포스터에 닥친 새로운 위협이었다. 이제 적은 사회주의 리얼리즘이 아니라 바로 자본주의라는 이빨이었다. 포스터는 더 이상 광고 매체가 되지 못했으며, 그나마 광고 매체가 된 포스터만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 사회주의 체제 속에서도 끈질기게 생존했고 오히려 놀라운 창의력을 보여주었던 폴란드 포스터는, 역설적으로 자유주의 체제에서 고사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현대 그래픽 역사에서 폴란드 포스터가 보여주는 것은 차라리 벽 사이로 난 작은 틈, 그 속에서 솟아난 어떤 생명에 대한 보고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본문]「벽과 창: 폴란드 포스터, 어떤 실존」(최범, 디자인평론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