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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70636818
· 쪽수 : 292쪽
책 소개
목차
추천의 말 / ‘무소유 성지순례길’의 길벗이 되기를(현장스님_‘맑고 향기롭게’ 이사장)
작가의 말 / 법정스님, 뵙고 싶습니다. 지금 어디 계십니까?
송광사 불일암에서
대나무 그림자처럼, 달빛처럼 살아라 / 길이 아니면 가지를 마라 / 모란은 모란이고 장미꽃은 장미꽃이다 / 홀로 마신즉 그 향기와 맛이 신기롭더라 / 단순하고 간소하게 살아라
우수영에서
버려야만 걸림 없는 자유를 얻는다
진도 쌍계사에서
필연은 우연이란 가면을 쓰고 손짓한다
미래사 눌암에서
백 가지 지혜가 하나의 무심(無心)만 못하다 / 동으로 흘러가는 저 물을 보라
쌍계사 탑전에서
걸레라도 힘껏 비틀지 마라 / 진정한 도반은 내 영혼의 얼굴이다
가야산 해인사에서
흰 구름 걷히면 청산이라네 / 펜대를 바로 세운 이는 법정스님뿐이다
봉은사 다래헌에서
누구나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돌아간다
강원도 오두막 수류산방에서
웬 중인고, 내가 많이 늙어버렸네!
길상사에서
나쁜 말 하지 말고, 나쁜 것 보지 말고, 나쁜 말 듣지 말라 /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 베푼 것만이 진정으로 내 것이 된다 / 침묵에 귀 기울이라 / 한반도에 다시 오시어 못 다한 일들 이루소서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스님에게 또 하나 더 상처를 준 사건은 6?25전쟁, 전쟁의 야만성은 학생 박재철의 친지와 선후배는 물론이고 가깝게는 어머니에게까지 미친다. 고등학교 3학년 때의 일로 박재철은 고향집에서 방문을 걸어 잠그고 3일 동안 식음을 전폐하고 눈이 퉁퉁 붓도록 운다. 작은아버지가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야 박재철은 방에서 나왔지만 그때 받은 충격은 실로 깊고도 컸다. 바로 그때부터 박재철은 야만스러운 이 세상을 벗어나 새로운 인생길을 꿈꿨는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대학 3년간은 출가를 결행하지 못하고 경계인으로서 떠돈 자의 반 타의 반의 시간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보이지 않는 상처가 있는 법이다. 겉으로는 추억의 사진 한 장처럼 아름답고 멋진 청춘의 시간이었던 것 같지만 내면에는 사진 찍히지 않는 아픈 상처가 한두 가지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바다 밑의 조개가 자신의 상처를 진주로 만들어내듯 세상에는 자신의 상처를 반짝이는 보석으로 승화시키는 사람도 있으니 법정스님이 바로 그런 분이 아닐까 싶다.”
-우수영에서 「버려야만 걸림 없는 자유를 얻는다」 중에서
“금당 편액 좌우에 세계일화 조종육엽(世界一花 祖宗六葉)과 육조정상탑(六祖頂相塔)이란 추사 김정희 글씨가 걸려 있다. 금당으로 들어가 참배를 한다. 금당 안에는 불상 대신 석탑이 봉안돼 있다. 석탑 안에 선불교를 완성한 중국의 육조 혜능대사의 정상(頂相, 머리)이 실제로는 봉안돼 있지 않지만 삼신산 산자락에 모셔져 있다고 한다. 탑전이란 금당의 석탑을 지키는 전각이라는 뜻이다.
금당을 지키는 보살에게 석탑의 내력을 물어보니 스님이 잘 아신다고 대답을 사양한다. 육조 머리의 봉안이 사실이든 아니든 간에 효봉스님이 금당 옆에서 정진하고자, 사미 법정을 데리고 온 까닭은 혜능대사 가풍의 후예라는 자부심 때문이었을 것이다.
대요스님이 먼저 엎드려 참배하고 뒤이어 나도 마룻바닥에 무릎을 꿇는다. 절하는 행위를 우상을 섬기는 행위라고 하는 이들에게 할 말이 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절은 나의 허망한 그림자를 지우고 없애는 행위이지 우상에게 나를 구원해달라고 비는 의식이 아니라는 점이다. 저 석탑이 어떻게 나를 구원할 수 있겠는가. 만약 그렇게 믿는 이들이 있다면 당장 정신과 치료부터 받아야 할 것이다.
석탑 앞은 촛대와 생화들로 장식돼 있다. 그러나 눈부신 것은 열려진 문으로 들어와 석탑 밑에 고요하게 누운 햇살 자락이다. 금당을 나와 뒤편 산자락으로 올라가보니 지리산의 한 봉우리인 삼신산이 장엄하다. 푸른 것은 침엽수요, 붉고 노란 것은 활엽수다. 법정스님도 침엽수와 활엽수가 두 손을 모으고 서 있는 삼신산의 무정설법(無情說法)에 눈과 귀를 맑히셨을 것 같다.”
-쌍계사 탑전에서 「걸레라도 힘껏 비틀지 마라」 중에서
“누군가에게 자신의 의미를 찾으려 하고 그것을 지키려 한다. 왜 자기는 찾지 않고 어떤 굴레에 갇히기를 원하는지 답답하다. 부처님은 진리를 등불 삼고, 자신을 등불 삼아 살라고 했다. 무소의 뿔처럼 홀로 가라고 했다. 이 세상에 자신을 구원할 만한 대상은 아무것도 없으니 밖으로 눈을 돌리지 말고 내면을 관조하라고 했던 것이다.
스님께서도 ‘석가모니 부처님도 한 분이면 족하다’라고 했다. 상좌든 신도든 누가 됐건 간에 당신의 가르침이나 친분에 갇히는 맹목(盲目)을 경계하셨다. 오히려 스님께서는 멀리 떨어져 살더라도 자기 질서를 소박하게 지키며 사는 보통 사람들을 사랑하고 신뢰하셨다.
캄캄한 밤하늘이 아름다운 까닭은 별들이 자기 자리를 지키며 반짝이기에 그런 것이 아닐까. 우리가 아는 몇 개의 별들만 광대무변한 허공에서 반짝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별들이 제자리를 지키며 더불어 반짝이고 있는 것이다. 무엇이 아름다운 인생인지 알고자 한다면 밤하늘의 별을 보라고 권면하고 싶다. 자기 자리에서 누구도 닮으려 하지 않고 스스로 반짝이는 별이 되는 것이 바로 아름다운 인생인 것이다.”
-길상사에서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