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데라타 폰테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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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데스타 포조(Modesta Pozzo)라는 이름으로 1555년 베네치아에서 태어났다. 그녀가 태어난 건 영국식으로 표현하자면, 엘리자베스 1세가 왕위를 계승하기 3일 전에, 그리고 셰익스피어와 말로가 태어나기 9일 전이다. 모데스타는 어릴 때 부모를 여의고, 수녀원과 외할머니 집에서 성장하면서 그 명석함으로 주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한 때 그녀의 후견인이었던 지오반니 니콜로 도글리오니에 의해 씌어진 폰테의 매력적인 전기에서 그녀는 대부분 독학으로 공부했으며, 의붓외할아버지의 서재에 있는 책들을 독파했다. 어린 모데스타는 글 쓰는 일에 전념했고, 그것에 뛰어난 소질을 보였다. 글쓰기에만 비범한 능력을 보이는 건 아니었다. 그녀는 거의 모든 방면에 걸출했다. 그녀는 속독 능력이 뛰어나 거의 모든 걸 기억하면서도 빈틈없이 줄거리를 말할 수 있었다. 그녀는 종종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정확히 예측하는 지성을 사용하기도 했다. 그건 마치 신성한 예언의 능력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시를 쓸 때조차 믿을 수 없이 빨리 썼다. 어느 날 밤 그녀는 꿈을 꾸었다고 했는데, 다음날 아침 꿈 내용에 따라 머릿속에서 지은, 36개 연으로 구성된 시를 막힘없이 써내려 갔다. 『플로리도로』와 다른 작품들도 이런 식으로 씌어졌다. 그녀는 또 베니스의 총독 앞에서 공연된 몇 편의 가면극 뿐만 아니라 『그리스도의 열정』과 여러 주제로 수많은 소네트를 쓰기도 했다. 그녀는 바느질과 같은 주부로서의 의무에도 충실했고, 여자는 살림 외에는 어떤 것도 잘 할 필요가 없다는, 오늘날 우리 도시에 만연해 있는 거짓된 관념 때문에라도 더욱더 이런 가사노동에 게을리 하지 않았다.
1587년에 모데스타는 이미 세 자식을 가지게 되었다. 아이들이 아직 어린 가정에서 그녀는 비록 꾸준히 글을 쓰고는 있었지만, 문학적으로 생산력이 저하될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결혼 전에 출판한 작품들, 즉 『플로리도로(Floridoro)』,『철학 가면극(philosophical masque)』, 『그리스도의 열정에 대한 운문 서사(verse narrative of Christ’s passion)』 등에 더해 그리스도의 부활을 이야기하는 그녀의 열정 내레이션 속편과, 그녀의 걸작 『여성의 진가(The Merits of Women)』가 있다. 『여성의 진가』가 씌어진 시기는 1588년에서 1592년까지라고 한다. 이 시기는 폰테의 마지막 시기였다. 후견인이었던 이모부 도글리오니의 가슴 아픈 기록에 의하면, 폰테는 1592년 ‘위령의 날(All Souls’ Day)’의 아침 서른일곱의 나이에, 그것도 아이를 분만하는 중에 사망했다. 그녀의 죽음은 그녀를 알았던 모든 사람들을 회복 불가능한 슬픔과 깊은 비탄에 빠뜨렸다. 한가지 놀랄 만한 일은, 그녀가 죽기 바로 전날, 계속 써왔던 책의 대화문을 끝냈다는 점이다. 그녀는 책의 제목을 『여성의 진가(The Merits of Women)』로 붙여 놓았다. 그녀의 삶의 기록과 함께 출판된 바로 이 작품이다.
그녀가 죽자, 그녀의 남편은 매장지로 산 로코(San Rocco) 성당 근처의 성 프란체스코 수녀원을 생각해냈다. 그 곳에 그녀는 묻혔고, 라틴어로 씌어진 묘비명에는 다음과 같이 새겨졌다.
'모데라타 폰테라는 필명 아래 토스카나어로 운문과 산문을 쓰면서 수많은 지적 자식들을 절묘하게 생산해 낸, 최고의 학식을 갖춘 여성, 모데스타 다 포조 이곳에 잠들다. (안타깝도다!) 자연 분만 중에 딸에게는 생명을 주고 스스로는 죽음을 맞이하다. 워터 오피스의 변호사, 필립포 조르지가 가장 사랑하는 그의 아내를 기리기 위해 이 비석을 세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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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은미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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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딘버러 대학교(영국)에서 문예창작학 석사학위를 받았고, 영국 시 공모전에서 그리 어슨 버스 프라이즈(Grierson Verse Prize)를 수상했다. 2015년 한국문학번역원 번역지원대상자로, 2017년 대산문화재단 번역기금 수혜자로 선정되었으며 한국문학작품을 번역하여 영국의 가디언 지 등에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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