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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연극 > 한국희곡
· ISBN : 9788971155615
· 쪽수 : 240쪽
책 소개
목차
여우만담
수인의 몸 이야기
왕은 돌아오지 않았다
저자소개
책속에서
<수인의 몸 이야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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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수인의 집
어둠 속에서 수인이 전화를 하고 있다.
수 인 여보세요? 병원이죠? 저, 오늘 입원할 수 있을까요? 병실이 없어요? 그럼, 여기 앰뷸런스 좀 보내줘요… 죽을 것 같아요… 예 저예요. 전화 거는 사람이 환자라고요… 다친 데 없고. 머리가 깨질 것 같아. 아니, 터진 것 같아. 예? 두통약? 먹었어요! 먹었다니까!… 기다리라고? 뭘 기다려? 십층 베란다로 뛰어내릴 때까지 기다리라는 거야 뭐야!… 이봐요. 끊지 말아요. 제발. 다른 병원에 전화하라고요? 어디요? 정신병원? 이봐요!
전화 끊기는 소리.
조명이 수인의 머리 위를 비춘다.
찢어진 커튼이 늘어져 있다.
수인은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한다.
수 인 여보? 나야. 지금, 새벽 세 시. 계속 자겠다고? 끊지 마. 제발. 내 말 좀 들어줘. 그냥. 자면서 들어. 너무 아파. 나. 죽을 것 같아. 펜잘, 게보린, 다 먹어봤어. 아파. 어쩌면 좋아. 여보. 나 말야. 저기 애들이 나란히 자고 있는데, 너무 아파서 죽을 생각만 한다. 또 헛소리 한다고? 당신 연수만 가면 이런다고? 꾀병? 꾀병이라고? 지금 내가? 새벽 세 시에 장난전화 한단 말야? 시팔 개새끼.
<왕은 돌아오지 않았다> 中
시간:1907년 5월 1968년 3월 18일 저녁까지
서장
어둠 속에서 막이 오른다. 천둥소리와 비바람소리 무대를 가득 메운다. 이윽고, 무대 좌측에 스포트라이트가 떨어지면 검은 스웨터로 몸을 감은 73세의 노파가 창쪽을 향해 앉아 있다. 그녀가 바라보는 창은 열려 있으며 비바람에 커튼이 흔들린다. 노파는 민갑완이다. 1968년 3월 18일 저녁, 임종을 앞두고 과거를 회상한다. 어디선가 간간이 낡은 축음기가 돌아가는 소리가 아주 자그마하게 들린다. 회전의자를 돌아 앉으면 무릎에 꽃가지를 들고 있는 갑완. 그녀는 꽃 하나를 들어 천천히 머리에 꽂는다.
민갑완 흰머리 위에 꽃을 꽂는다고, 꽃가지야 웃지 마라. 세월이 서로 같지 아니하냐, 나도 어제는 청춘이었다네… 너무 아득하여 꿈길 같지만. 그리 먼일도 아니었어. 한 번 지나간 청춘을 어디 가서 찾으려오만, 그리 먼 추억도 아니지, 슬프면 슬픈 대로 기쁘면 기쁜 대로… 무어 그리 한탄할 일이 있겠나… 후후, 어린 약혼자를 생각하는 일. 이것도 마지막일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