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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문학의 이해 > 한국문학론 > 한국작가론
· ISBN : 9788971240854
· 쪽수 : 235쪽
책 소개
목차
책 머리에
원작 소설
장군의 수염 / 이어령
작가와의 대화
수염 뒤에 가리워진 본질 찾기 / 이어령 vs 이태동
작품 해설
부조리 상황과 인간의 존엄 / 이태동
이어령 에세이
어머니를 위한 여섯 가지 은유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낙엽을 밟으며
작가 연보와 앨범
우리 문화의 얼굴을 바꿔놓은 거인
책속에서
이태동 : ... 무슨 동기로 이 작품을 쓰시게 되셨습니까? 릴케는 '글은 절대적인 요구에서 씌어진다'고 말했습니다. 작품의 소재는 어떻게 발견하셨는지요? 어떤 절실한 시대적인 요구가 있으셨습니까? 이 작품의 창작 배경에 대해서 말씀해 주십시오.
이어령 : 발표 연대를 보면 아시겠지만 5.16군사혁명이 일어나 박정희 장군의 군사 통치를 하던 60년대의 상황을 배경으로 한 것이지요. 제목 <장군의 수염>의 '장군'이 바로 그같은 시대 상황을 암시하는 키워드라고 할 수 있지요. 만약 그 시대의 상황을 비평으로 썼다면 정치적인 글이 되었겠지요.
저는 4.19 이후 정치의 한계, 저항의 문학의 비 문학성을 절실히 체험하고 있었기 때문에 직설적인 비평보다 우의적(愚意的)인 소설양식이 시대 상황을 복합적으로 그려낼 수 있는 언어라고 보았던 것이지요. 이 소설을 쓰기 이전 나는 「동아일보」에 발표한 문화시평을 통해서 '다이나마이트로 빙산을 부술 수는 없다. 빙산은 기상의 환경에 의해서만 녹일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이러한 주장은 문학을 정치적인 도구나 상황을 변하게 하는 수단이 아니라 자기 목적적인 자율성을 지닌 존재로 인식하였기 때문이지요.
- 본문 144~145쪽, 이어령.이태동 대담 : '수염 뒤에 가리워진 본질 찾기' 중에서
"소설가는 늘 어려운 말만 하시는군요. 소설가의 말을 듣고 있으면 세상이 꼭 안개가 끼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간단한 말을 수수께끼 하듯이 말한단 말예요. 그래서 나는 문학을 집어치웠지만요."
박 형사의 말이 내 기분을 상하게 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글라스를 잡은 내 손가락은 어제처럼 떨지는 않았다. 나는 변명을 했다.
"사실을 몽롱하게 바라보는 것이 아닙니다. 좀 비약적으로, 말하자면 성급하게 이야기한 것뿐이죠. 어쨌든 내 수사는 계속될 것입니다."
이번엔 박 형사가 자신의 말을 변명했다.
"서로 사건을 보는 입장이 다르다는 것만을 강조한 것입니다. 어느 쪽이 더 뚜렷하게 현실을 보느냐 하는 능력의 차이를 말한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나는 또 그 싫어하시는 심문을 좀 해야겠습니다. 무엇 때문에 선생님은 지금 '남이 지불한 시간' 속에서 이름도 기억 못한다는 그 사람의 사인에 관심을 팔고 있는 겁니까? 유도 심문보다 더 시간을 낭비하는 일일 텐데 말입니다."
- 본문 51쪽, 이어령 소설 <장군의 수염> 중에서